▲촛불시위 현장 모습
노순택
10대 때부터 청소년운동을 해온 쥬리는 "청소년의 입장으로 보자면 이 사회는 어른들에 의한 독재사회와 다름없다"고 본다. 청소년에게는 참정권, 정당에 가입할 권리, 선거운동을 할 권리, 출마할 권리 등 주권자로서의 권리가 모두 박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광장에 나온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주권자로서 대우받을 권리를 정부와 비청소년 유권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들어야 한다. 하지만, 광장에서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모 교육대학교에서 들고 나온 피켓에는 "애들아, 민주주의는 선생님들이 지킬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쥬리에 따르면 이 말은 "'우리가 대신 요구할 테니 너희는 빠져 있어도 된다'라는 배제의 효과를 갖는 것이다. "청소년'마저' 나온 집회"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런 표현은 청소년이 집회시위의 장에 등장하는 것이 예외적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과도 다른 것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서부터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세월호에서부터 국정교과서까지 각종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집회시위에 청소년들은 언제나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쥬리는 "어떤 집단의 정치적 주체로서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사회적 기억의 뇌리에서 삭제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청소년의 시위참여가 더 이상 신기한 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을 배제하는 또 다른 표현으로는 "학생들도 있는데 폭력시위하면 안 되죠"가 있다. 이 말 역시 청소년을 광장의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특하다'는 어른들의 칭찬도 청소년들에게는 하등한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어른들,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청소년이 청소년에게 무심코 내뱉는 '선의'의 말들이 청소년들에게는 심각한 차별과 배제, 억압의 언어가 될 수 있다. 어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청소년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다르다는 것을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광장 안의 '불화'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쥬리는 2016년 광장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구들과 논쟁들이 함께 기억되어야 하며, "특히 청소년들의, 주권자로 자신들을 대우하라는 목소리는 꼭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중앙에서 지역으로의 권력 이전은 어떻게 가능할까 언론의 관심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폭로하기와 촛불집회에 쏠리면서 AI, 지진 등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덜 중요하게 다뤄지거나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주온은 박근혜 퇴진 정국 속에서 더 심화되고 있는 중앙과 지역의 불평등 문제, 권력과 정보의 독점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제시했다.
김주온은 중앙과 지역의 불평등 문제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도시 안에서의 권력 문제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평등 문제가 그것이다. 우선 도시 안에서의 권력은 누가 도시의 주인인가라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단적으로 도시의 주인이 자동차인가, 사람인가라고 물을 수 있겠다. 최근 독일의 진보정당은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난민 컨테이너 촌을 포용하면서 베를린을 녹색도시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김주온은 한국에서도 "정치적으로 합의하고 결단하면" 녹색 정책의 실현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권력의 문제는 도시 안에서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도 존재한다. 도시의 밤을 밝히는 전기들은 다 어디에서 오는가. 김주온은 도시의 빛은 지역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만이 아니다. AI로 인해 셀수도 없이 많은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고 있는데, AI 문제는 박근혜 퇴진 정국 속에서 피해상황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주를 포함해서 경북 일대에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지난 9월, 경주 지진 때 수동으로 멈춰놓았던 핵발전소 4기의 재가동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장 직권으로 통과되었다. 그녀는 "사고가 난 이후에는 대책이 없다"라며, "시시각각 흐르고 있는 시간이 너무도 혹독하게 느껴진다"라고 토로했다.
도시에서의 안전한 삶, 지역의 에너지 문제는 박근혜로 대표되는 낡은 정치를 바꾸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김주온의 주장이다. 정의와 민주주의 차원에서 소수에게 독점된 정보와 권력은 중앙에서 지역으로 이전되어야만 한다.
"사용하면 안 되는 표현들에 대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