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부인 최순실 "벌 받겠다고 들어왔지만..."

법정에 모습 드러낸 최순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법정에 모습 드러낸 최순실**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기사 대체 : 19일 오후 5시 32분]

검찰의 공소사실 전면 부인, 태블릿PC 등 주요 증거 감정 요구, 검찰의 강압수사 주장….

첫 재판에서 드러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 쪽의 재판 전략이다. 특히 최순실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재벌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 강요 등과 관련해 최순실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박근혜 대통령의 3자 공모 자체를 부인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인정한 안종범 전 수석, 검찰의 공소사실(공무상 비밀누설)을 인정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태도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경재 변호사는 JTBC가 처음 보도한 태블릿PC, 안 전 수석의 수첩,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록의 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간끌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최순실씨·안종범 전 수석·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증거인멸교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에게는 사기미수 혐의도 적용됐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은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지만, 최순실씨는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참석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참석하지 않고, 변호인만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회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 직전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고개를 푹 숙였다. 최씨는 재판 내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최씨는 여러 차례 마이크를 들었지만, 중얼거려 목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다. 그는 재판을 마치고 나가면서 방청석을 흘겨보기도 했다

[전략①] 검찰의 공소사실 전면 부인

최순실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 쪽은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면서 최씨와 안 전 수석을 두고 "사적 이익을 위해 국정에 개입하고 권력을 남용하며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금액을 출연하도록 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사기업에 특혜를 주고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국가 기강을 흔들고 국민들을 절망하게 만든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하면서 최순실씨·안 전 수석·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모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경재 변호사는 "3자간 공모한 사실이 없다.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사무실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했을 뿐"이라면서 부인했다.

재판부가 최씨에게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묻자,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받겠다고 했다. (검찰에서) 새벽까지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최씨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전략②] 주요 증거에 의문을 제기하라

최순실씨 쪽은 태블릿PC에 대한 감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은 이 사건을 두고 국정 개입·농단이라고 했다. (이 재판이) 국정농단자에 대한 재판이라면, (태블릿PC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유감스럽게도 피고인이 34일 동안 거의 매일 검찰에 불려가서 밤늦게 조사받았는데 태블릿PC의 실물을 보지 못했다. (태블릿PC는) 철저히 증거로서 검증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태블릿PC는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과 관련된 증거"라고 지적하자, 이경재 변호사는 "JTBC는 최씨가 태블릿PC에 있는 200여 건의 문서를 열람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피고인 양형과 관련된 결정적인 증거"라면서 "실체를 밝히는데도 어떤 문건이 들어있는지 밝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중고품 시장에서 산 태블릿PC를 들어 보이며 "시중에는 오만가지 낭설과 억측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록에 대한 감정도 요구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과 관련해 "객관적인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최씨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안 전 수석의 수첩이었다. 수첩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문헌상의 해석과 전후 과정까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용을 보면 되는 거 아닌가. 감정까지 필요한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요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을 두고 양쪽이 다툼을 벌일 경우, 재판부가 이를 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구속된)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은 6개월로 제한된다. 그런데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사건 심리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략③] 검찰의 강압 수사를 강조하라

재판 막바지에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의 강압수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소한 피고인에 대해서 조사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계속 최씨를 소환했다. 검찰은 수사관을 구치소로 보내 영장도 없이 수사했다. 명백한 불법 체포"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강압 수사는 없었다. 기소 이후에 추가로 확인된 증거와 관련해 최씨 동의하에 조사했고, 변호인도 입회했다"면서 "11~12월 69회에 걸쳐 변호인 접견권이 충분히 이뤄졌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2번째 공판준비기일은 2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