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회에서 참가자가 VR 미디어아트를 감상하는 모습
감성놀이터
11월 25~26일, 두 달간의 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전시회가 중구 오렌지컨테이너에서 'MAKE: FELL: HELL 만들고 느끼고 치유하다'란 이름으로 열렸다. 전시회 큐레이션을 맡은 허대창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미디어 기술을 이용한 예술과 치유의 만남에 대한 '또 다른 시도, 그 시작'"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세 가지 장르의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는데, 파노라마 이미지(Panoramic Images)와 VR콘텐츠 그리고 사운드가 그것이다. 파노라마 이미지는 360°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DSLR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촬영한 이미지다.
청소년 작가들은 자신의 심리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장소, 또는 풍경을 찾아 이를 이미지로 담아냈다. '가을/경복궁', '구름 위 세상', '새벽의 거리',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 '불빛 공원', '개미의 시점', '길거리 속 작은 행복' 등의 작품이름에서 이들이 담아낸 풍경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VR콘텐츠. 가장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고 그만큼 뿌듯했던 작업이 바로 VR콘텐츠다. 아직 서툴지만 청소년 작가들의 패기와 열정에 여러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져 제법 그럴 듯한 미디어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책으로 그 감동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깝다.
마지막은 사운드다. 다룰 줄 아는 악기로 손수 작곡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마음을 보듬는 소리를 찾아내 녹음하거나 저작권 없는 음악에 다양한 소리를 덧입혀 색다른 느낌의 사운드를 만들어낸 작품들도 있었다.
이렇게 세 개의 장르, 총 50여 점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아담한 전시장을 채웠다. 학생들은 이틀 내내 들떠 있었다.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질 때마다 청소년 작가들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작품 앞으로 데려가 작품에 담긴 깊은 뜻을 설명했다.
"하루 일과가 끝난 시간대에 맞췄다. 다들 하루 일과가 끝나면 하루를 돌아보기보다는 하루 동안 힘들었던 것만 떠올린다. 이 영상을 통해서 여유의 시간, 힐링 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을 성찰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제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이라는 파노라마 이미지를 만든 김태경 작가의 말이다.
현실을 넘어선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

▲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의 모습
감성놀이터
'감성놀이터'의 실험은 전시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실험에 참여한 스물한 명 청소년의 만족도도 높았다.
전시회를 하루 앞두고 진행한 평가 자리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심리치유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무려 94%의 학생들이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 프로그램이 나 또는 다른 청소년을 위해 다음 단계로 발전하며 지속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도 역시 94%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무엇이 변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내 또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나의 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무언가 만드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것", "새로운 것을 배워 내 자신이 더욱 성장한 느낌이 든다", "VR 분야로 진로를 새롭게 정하게 되어 감사하다", "작업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의견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또, "지속된다면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싶다", "이런 동아리가 있다면 내가 먼저 들어가고 싶다", "계속 했으면 좋겠다", "반드시, 꼭 하고 싶다" 등의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감성놀이터'가 가닿고자 하는 마지막 목표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넘어 '학교'다. VR 미디어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학교. 100일간의 실험을 마친 뒤 이화미디어고가 '감성놀이터'에 영상미디어과의 교육과정에 대한 컨설팅을 해달라며 MOU(양해각서)를 맺을 것을 제안해왔다. '감성놀이터'로선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제 막 세계 시장에서 불 붙기 시작한 VR과 AR 분야의 주도권 다툼에서 살아남으려면 소프트웨어 콘텐츠 기술에서 앞서가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VR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무산된 오늘, 우리는 무엇이 더 값진 투자인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몇몇 기업에 R&D 비용을 몰아주는 투자일지, 아니면 미래 세대가 한 발 더 앞서나가도록 하는 투자일지 말이다.
| '청소년 심리치유를 위한 VR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 실험은... |
올해 8월 서울시(서울혁신파크) 리빙랩(Living Lab) 사회혁신 실험 공모 '내가 바꾸는 서울, 100일의 실험'에 선정된 6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청소년 심리치유 VR 메이커스페이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 프로그램 및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실험이다. 새로운 문화와 기술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 심리적 문제를 흥미로운 콘텐츠와 연계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고민하도록 하고, 이와 함께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 심리 전문가와 함께 심리치유 VR 작품을 만들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심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며 자존감을 형성해가는 경험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시대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학교 교육의 한계를 학교 밖에서 채워보려는 대안 교육 실험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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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옆 앞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과 '문화살롱 이리삼남극장' 운영자. 최근 여행사 '한레일트래블'도 창업했다. 서울/수도권에서만 살다 2022년 전북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 혁명>, <로컬꽃이 피었습니다>,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나는 시민기자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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