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산타마을', 이슬촌에 가보니

크리스마스 빛축제 열린 전남 나주 이슬촌

등록 2016.12.25 20:51수정 2016.12.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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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타 옷차림을 하고 트랙터 썰매를 운전하는 김종관 이슬촌 추진위원장.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를 이끌고 있다.

산타 옷차림을 하고 트랙터 썰매를 운전하는 김종관 이슬촌 추진위원장.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를 이끌고 있다. ⓒ 이돈삼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 큽니다. 작은 농촌 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축제를 처음 열었고, 지금까지 쭈-욱 이어오고 있다는 데 대해서요. 올 축제도 한 달 전부터 준비했어요. 우리 주민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트리도 설치하고요."

12월 23일 만난 김종관 이슬촌 추진위원장의 말에 자긍심이 배어있다. 이슬촌은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계량마을을 가리킨다. 주민들이 이슬처럼 맑게, 투명하게, 깨끗하게 살자고 마을 이름을 '이슬촌'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성대한 축제는 아니지만, 이쁘게 봐주시니 고맙죠. 크리스마스 축제가 우리 마을의 공동체 회복에 도움이 돼요. 쌀값 폭락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요. 축제를 계기로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고, 지역경제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 위원장의 소망이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목표이기도 하다.

a  농촌의 작은 마을 이슬촌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공연. 12월 23일 밤이다.

농촌의 작은 마을 이슬촌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공연. 12월 23일 밤이다. ⓒ 이돈삼


a  한지연 명창이 심청가를 부르고 있다. 축제 기간 날마다 무대에 오르고 있는 한 명창은 이슬촌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

한지연 명창이 심청가를 부르고 있다. 축제 기간 날마다 무대에 오르고 있는 한 명창은 이슬촌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 ⓒ 이돈삼


a  한지연 명창이 진도아리랑을 부르자, 흥에 겨워 일어선 마을주민이 무대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한지연 명창이 진도아리랑을 부르자, 흥에 겨워 일어선 마을주민이 무대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 이돈삼


나주 이슬촌의 크리스마스 빛축제는 지난 12월 21일 시작됐다. 올해 9회째를 맞았다. 25일 성탄까지 닷새 동안 밤에만 펼쳐진다. 주 무대는 마을에 있는 폐교 터의 운동장이다. 운동장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소소한 공연이 펼쳐진다.

마을 주민인 한지연 명창이 날마다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 심청가를 하고, 진도아리랑도 부르며 흥을 돋운다. 난타, 통기타, 우쿨렐레, 마술 공연도 펼쳐진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풍물놀이와 재롱잔치도 열렸다. 방문객들의 폭죽놀이도 쉴 새 없다. 풍등 날리기, 캠프파이어도 예정돼 있다.

a  한국판 산타마을 이슬촌 풍경.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주무대로 가는 길목 풍경이다.

한국판 산타마을 이슬촌 풍경.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주무대로 가는 길목 풍경이다. ⓒ 이돈삼


a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설치한 조형물. 루돌프가 호박 마차를 이끌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설치한 조형물. 루돌프가 호박 마차를 이끌고 있다. ⓒ 이돈삼


무대를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는 갖가지 성탄 조형물이 들어섰다. 대형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가 끄는 호박 마차, 하트 등이 설치됐다. 마을의 모든 나무와 숲도 트리로 장식됐다. 장미정원을 형상화한 빛의 숲도 보인다. 마을 카페와 우체국도 문을 열고 있다. 동화 속의 크리스마스 마을 같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이 미끄럼틀을 타며 신이 났다. 볏짚으로 만든 미끄럼틀이다. 트리를 장식한 트랙터 썰매는 방문객들을 태우고 마을을 쉼 없이 돌아다닌다. 산타 옷차림을 한 김종관 위원장이 트랙터를 운전하고 있다.

a  크리스마스 빛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슬촌 풍경. 마을이 온통 오색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빛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슬촌 풍경. 마을이 온통 오색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 이돈삼


a  마을 곳곳이 오색 불빛으로 물든 이슬촌 풍경. 하얀 불빛이 장미를 형상화하고 있다. 장미정원이다.

마을 곳곳이 오색 불빛으로 물든 이슬촌 풍경. 하얀 불빛이 장미를 형상화하고 있다. 장미정원이다. ⓒ 이돈삼


a  아기 예수 탄생을 형상화한 마굿간 풍경. 노안성당 앞에 설치돼 있다.

아기 예수 탄생을 형상화한 마굿간 풍경. 노안성당 앞에 설치돼 있다. ⓒ 이돈삼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만들었다. 행정기관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다. 주민들이 축제 기획에서부터 준비, 프로그램 구성, 행사 진행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간단한 식사와 간식을 파는 것도 주민들이다.


축제장은 마을 주민들의 화합 한마당이다. 저녁 식사를 서두른 이웃마을 주민들도 두툼한 옷을 챙겨 입고 놀러온다. 외지에 나가 살던 향우들도 때맞춰 찾아온다. 소문을 듣고 부러 찾아오는 외지인들도 많다. 

a  크리스마스 빛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슬촌 주무대.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에 설치됐다.

크리스마스 빛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슬촌 주무대.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에 설치됐다. ⓒ 이돈삼


a  트랙터 썰매를 운전하는 김종관 이슬촌 추진위원장. 승객이 타고 내리는 순간을 이용해 수염을 벗었다.

트랙터 썰매를 운전하는 김종관 이슬촌 추진위원장. 승객이 타고 내리는 순간을 이용해 수염을 벗었다. ⓒ 이돈삼


해마다 크리스마스 빛축제를 열고 있는 이슬촌은 한국판 산타마을로 불린다. 60여 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공사에서 '살고 싶고 가고 싶은 농촌마을',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지정했다.

붉은 벽돌집의 노안성당은 축제의 구심점이다. 1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나주지역의 첫 천주교회다. 옛 성당의 고풍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이면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큰 볼거리보다는, 주민들의 정겨운 마음씨와 소소한 볼거리가 어우러지는 크리스마스 축제다. 소망과 사랑, 기쁨과 희망이 담긴 메시지를 얻어가는 것은 덤이다.

a  크리스마스 빛축제에서 마을주민들이 간식을 팔고 있다. 축제장에서 장사라곤 딱 두 군데, 음식점과 분식점이 전부다.

크리스마스 빛축제에서 마을주민들이 간식을 팔고 있다. 축제장에서 장사라곤 딱 두 군데, 음식점과 분식점이 전부다. ⓒ 이돈삼


a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장작불을 쬐고 있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는 밤에만 열린다.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장작불을 쬐고 있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는 밤에만 열린다. ⓒ 이돈삼


#이슬촌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빛축제 #한지연 #김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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