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 대통령이 갈길

'A학점' 공무원이 되려면?

등록 2016.12.26 15:42수정 2016.12.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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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평가받고 평가하며 살아간다. 평범한 시민들도 부지불식간에 가족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구성원들에 의해 평가받고 그 시대의 위정자나 국가대표 운동선수들까지 평가한다. 그 대상이 공무원이라면 평가의 잣대는 일반시민에 비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그것은 당연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한다는 말들을 많이 했었다. 공무원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각계각층의 목소리는 요란했으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사람인가?


박근혜 게이트의 진실을 파헤치는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공무원들의 무소신과 무책임에 좌절감을 느꼈을 것 같다. 대통령이 바른 선택을 하도록 보좌해야 할 비서진이나 고위 공무원들 중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직언을 했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자신이 국정농단의 책임을 뒤집어쓸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공무원들만 있었으니 말이다. 세간에 회자되는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사람들' 이란 표현을 새삼 실감했을 것 같다.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임용한 우수한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소신이 없고 책임감이 없었을 리 없다. 또 모든 공무원이 잘못했다고 매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이 많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는 사실이다. 윗물을 정화해야 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군 장교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나 역시 그런 문제제기에서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인관선서와 나름대로 직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을 되살려 감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덕목을 학점과 연계하여 정리해 보려 한다.

또 부하장교들을 대상으로 학점과 고과를 평가했던 경험을 살려 탄핵당할 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어떤 학점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려 한다.



임무만을 완수하는 공무원은 D학점 쯤 줄 수 있다. 당연히 임무도 완수하지 못하는 공무원은 F학점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여기서 임무라는 것은 조직도에 명시된 임무만이 아니라 명시된 임무와 연관된 추정된 임무까지를 의미한다.


임무완수에 효율성(요즘 젊은이들은'가성비'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 것 같다)까지 기하는 공무원이라면 C학점은 될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것이 자칫 임무(목표) 및 효율지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C학점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우리는 압축 성장과정에서 임무(목표)가 부여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성해야 했다. 또한 투자 대비 성과를 극대화 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신봉하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에 임무(목표) 및 효율지상주의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선진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이 시대의 공무원이라면 임무(목표)달성과 효율추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새로운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B학점을 받으려면 효율성 있는 임무수행을 추진하는 방법 및 절차 면에서 정의(正義)도 고려해야 한다. 정의(正義)의 개념과 정의(定義), 범주를 설정하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법은 지켜야 한다. 재량권의 행사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공무원에게는 어느 정도 재량권을 인정해 왔다. 다만 재량권 행사를 자신의 권한이나 능력으로 생각하여 그 범위를 점점 넓혀 가려 하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재량권이 많아진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이르면 해야 하는 것을 안 해도 되고 안 되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소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까지 되었다.

A학점의 공무원이 되려면 B학점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덕목에 추가하여 국민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임무수행 결과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부합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은 항상 옳다는 생각을 가진 공무원은 A학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국민은 항상 옳다는 생각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헌법 제1조(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제7조(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를 감안하여 나의 직책과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라는 헌법 가치를 인식하고 책무를 다할 때 비로소 A학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학점은 어느 정도일까? F학점을 모면해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안쓰럽다. 안쓰럽다고 학점을 올려주는 교수는 교수의 자격이 없다.

F학점을 받아야 하는 정유라에게 B학점 이상을 준 이화여대 교수와 같이 양심을 팔아먹는 교수가 아니라면 대통령은 F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F학점의 공직자가 퇴출 되어야 하듯이 F학점의 대통령은 당연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우선 대통령은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국민들은 헷갈리고 있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중략∼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선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재임 중 헌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국가운영시스템(통치구조)을 사유화했고 사회의 공정한 룰을 확립하기는커녕 대학이나 산업계의 평가 제도마저 자신에게 부여된 재량권이라 착각하고 비선실세 농간에 놀아나다 완전히 허물어졌다.

국민들을 통합시켜야 하는 대통령의 추정된 임무 또한 수행하지 못했다. 혹한 속에서도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광장으로 몰려드는 국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그는 대통령의 품위도 지키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7시간 등 대통령이 직무를 태만히 한 것은 죄가 아니라는 주장도 하지만 그건 무지의 소치라 생각한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품위를 위반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품위손상의 경우를 '공무원과 국민의 신뢰를 잃을 우려가 있는 경우'까지라고 적시했는데 대통령을 신뢰하는 국민이 5% 이내라면 품위손상도 엄청난 품위손상이지 않은가?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군 통수권자다. 이미 품위위반을 이유로 파면되거나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부지기수이며 박근혜 게이트와 비교하면 소소하다고 볼 수 있는 보안위반이나 금품수수 등으로 불명예 전역한 군인들 또한 헤아리기 힘들다.


F학점 대통령이 갈 길


모든 공무원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대통령이라면 진퇴문제에서만큼은 본을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이대며 버티기를 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빨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것이 한때나마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였던 대통령이 선택할 길이다. F학점을 받으면 대통령도 퇴출된다는 사실을 국민들과 모든 공무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가 한때 강조했던 대한민국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F학점의 공무원들, '영혼이 없는 사람들'을 공직사회에서 퇴출시키는 확실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공무원들이 A학점을 받고 공무원들 또한 법률이 보장하는 신분보장과 행복추구권을 행사하여 행복해지는 날을 고대하는 2016년 연말이 저물고 있다.

#공무원 #학점(F학점) #대통령퇴진 #헌법가치 #재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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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동안 입었던 군복을 벗고 사회 초년병으로 살고 있음. 군대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권문제, 봉사활동, 인문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제 2의 인생을 가꾸어 가는 중. 다문화 사랑방을 운영하는 인생 3모작을 꿈꾸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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