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헌분교 폐교, 성급하게 추진할 일 아냐"

대전시의회, 폐교 논란 '길헌분교' 현장 찾아 학부모·지역주민과 간담회

등록 2016.12.26 20:21수정 2016.12.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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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오후 대전 서구 평촌동 길헌분교를 찾아 '길헌분교 폐교'에 대한 학부모 및 지역주민, 동문회 등의 의견을 듣는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통폐합 계획이 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의 반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의회 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의견 청취에 나섰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오후 대전 서구 평촌동에 있는 길헌분교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대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길헌분교 폐교'에 대해 학부모, 지역주민, 동창회 등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5일 길헌분교를 내년 2월 28일자로 본교인 기성초등학교와 통폐합하는 내용의 '대전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했으며, 이날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의견수렴이 끝나면 내년 초 대전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아직 대전교육청이 조례안을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에서 논란이 되자 미리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날 현장간담회를 개최한 것. 이 자리에는 박병철 교육위원장을 비롯한 김인식·구미경·심현영 교육위원이 참여했다.

또한 학교 측 대표로 김성룡 기성초등학교장, 김계황 기성초운영위원장, 송명순 기성초길헌분교학부모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길헌분교추진반대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학부모, 지역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과 지역주민 등은 '길헌분교 폐교'를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길헌분교 폐교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또한 폐교가 아닌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대안마련도 함께 촉구했다.

유병주 길헌분교동문회 사무총장은 "학교가 통폐합되면 아이들의 통학거리가 길어지고 통학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또 교육청은 아이들의 '복식수업'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이야기 하지만 현재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은 만족하고 있다"라며 "교육청이 경제논리만 내세울 게 아니라 학생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타 시·도의 경우, 소규모학교를 살려낸 좋은 성공사례들이 있다"라며 "'복식학급'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만 볼 게 아니라, 복식학급이나 소규모학교가 좋은 점도 따져보고, 작은학교를 살리려는 노력을 해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1학년 학부모인 백성진씨는 "현재 대전지역에 있는 학부모들 중에는 학구만 풀어주면 작은 학교로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몇몇 학부모 카페에 '만일 길헌분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학구를 풀어주면 아이를 보낼 계획이 있느냐'는 글을 올렸더니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교육청에 간절하게 부탁드린다, 단 1~2년 만이라도 학교를 살리려는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인 전옥경씨는 "사람마다 교육관이 다르기 때문에 작은 학교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3학년과 4학년 아이를 보내고 있는 아이의 엄마로서 느낀 것은 '이 학교를 보내기 참 잘했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이 학교를 다니면서 학업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교육청 의견수렴과정 문제제기... "설문조사 편파적"

이날 간담회에서는 교육청의 의견수렴 과정의 문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길헌분교 학부모대표인 송명순 씨는 "교육청 관계자가 학부모들을 모아 놓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학부모들은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한 상태로 설문조사에 임했다"며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 가방에 넣어 준 설문조사에 응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문조사 내용도 '폐교'를 전제로 한 내용으로 정확히 찬반을 묻지도 않았다"라면서 "그런데 다음날 언론을 통해 학부모 몇 명이 폐교에 반대하고 몇 명이 찬성한다고 발표됐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청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부모 18명 중 10명이 반대하고, 7명이 찬성, 1명이 유보하는 입장이라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학부모들은 18명 전원이 '폐교반대'에 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교육청이 함정설문조사를 근거로 학부모들의 의견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동문회 측 한 관계자도 이날 발언을 통해 "교육청은 동문회의 의견을 두 차례에 걸쳐 들었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한 의견을 전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라며 "학교에서 설명회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외지에서 직장에 다니는 동문들이 많으니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런 뒤에 교육청은 동문들의 의견청취를 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개했다.

반면, 길헌분교 통폐합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큰 아이가 길헌분교를 졸업했고, 작은 아이가 2018년에 이 학교를 입학할 예정이라는 한 주민은 "저는 통합을 기다려왔다, 교육청의 이야기대로 복식수업을 하면 아이들에게 수업 결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학교에 가면 본교와 분교 출신아이들이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 왜 저와 같은 예비 학부모들에게는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한 주민은 전학을 온 아이이기 때문에 분교 출신 아이들이 본교 출신 아이들과 어울리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 없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수업 결손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6학년인 학생이 나서서 "5~6학년이 함께 복식수업을 하고 있는데, 5학년 때 몰랐던 내용을 6학년이 돼서 다시 알게 되는 장점도 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교육청의 기성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통해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주장에 대해 '교육청의 설명만 들었을 뿐 주민의 의견을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의견과 '기성초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 사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는 의견, '평촌산업단지 개발과 귀농증가 등으로 학생 수 증가의 요인이 있다'는 의견 등이 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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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오후 대전 서구 평촌동 길헌분교를 찾아 '길헌분교 폐교'에 대한 학부모 및 지역주민, 동문회 등의 의견을 듣는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시의원들 "성급하게 결정할 일 아니다" 입 모아

이러한 의견을 들은 대전시의원들은 교육청과 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면서도 "학교 통폐합 문제는 성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구미경 의원은 "이 지역은 평촌산업단지가 들어오고, 대전과 가까워 이사를 오는 분들도 많은 곳이다, 이러한 곳에 학교가 폐교되는 것은 지역주민으로서 매우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학교를 폐교하는 일은 급하게 결정할 일이 결코 아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좋은 결말이 맺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심현영 의원은 "학교 통폐합 문제는 최우선적으로 '학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며 "특히 오늘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면서 '이 문제는 속히 결정지을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인식 의원은 "이 문제의 전제는 수혜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논의되고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지역주민과 당사자들이 반대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그 분들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병철 교육위원장은 "현재는 조례안에 대한 입법예고 상태이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오늘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앞으로 의회 상임위에서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길헌분교폐교반대대책위원회는 오는 28일 오후 설동호 대전교육감과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길헌분교 #대전교육청 #길헌분교폐교반대 #대전시의회 #기성초등학교길헌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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