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으면 에베레스트산 높이... '특별한' 도시락

[도서관, 현장을 가다 ③] 서울시 관악문화도서관

등록 2017.01.08 14:57수정 2017.01.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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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인류가 역사와 경험을 통해 축적해온 지식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책 이외의 어떤 것들에서 세상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이 인간이 만든 최고의 '보물'이라면, 도서관은 '보물창고'다. 기자는 프랑스 파리와 서울시 관악구의 선진적인 도서관문화를 소개함으로써 향후 한국의 도서관이 그려나갈 청사진에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자 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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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적인 도서관 시스템을 갖춘 서울 관악구. 관악구의 메인도서관격인 관악문화도서관 전경. ⓒ 구창웅 제공


오랜 취업 준비 끝에 최근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김민석(31)씨는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한다. 맡은 업무와 회사 분위기 파악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김씨. 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의 취미인 '독서'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런 김씨에게 관악구의 사용자 친화적이고, 효율적인 도서관시스템은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관악구 도서관 통합홈페이지에 접속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출퇴근시 이용하는 지하철 신림역에서 그 책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것. 반납 또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도서 대출·반납기를 이용하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책을 받아볼 수 있는 관악구의 선진적인 도서관 이용체제.

관악구 내 40개의 도서관이 소장한 55만 권의 책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구민이 평소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능하도록 만든 관악구의 혁신은 국내외 많은 도서관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 관악구가 다른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도서관 시스템'을 갖춘 배경에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유종필씨가 있다. <세계 도서관 기행>의 저자이기도 한 유씨가 관악구청장으로 취임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관악구의 도서관 시스템은 해를 거르지 않고 업그레이드 중이다.

몸이 아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지식 도시락 배달'

2009년 5개에 불과했던 관악구의 도서관은 2014년엔 43개로 늘었고, 각각의 도서관이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집과 가까운 도서관에는 없는 책도 신청하면 이틀 안에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다.


이 업무를 위해 관악구는 6명의 전담직원을 운용한다. 이들은 몸이 불편해 도서관까지 방문하기 힘든 장애인의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식 도시락 배달'로 명명된 이 서비스 등을 통해 지난해 관악구민이 읽은 책은 도합 36만 권. 그 책들을 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 높이에 견줄 만한 정도다. 약 7000m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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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에 참여한 한 독자가 시를 낭송하고 있다. ⓒ 관악도서관 제공


"걸어서 10분이면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관악구청 도서관과 직원들이 마음 속에 담아온 슬로건이다. 관악구에 자리한 43개 도서관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관악구청 도서관운영팀은 "빠듯한 예산으로 무작정 도서관을 신축하기는 현실상 힘들다"라며 "대신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유휴 공간을 활용해 작지만 내실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왔다"라고 말했다.

관악구청 청사 1층 여유 공간을 활용해 만든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 공유지를 활용해 환경친화적으로 꾸민 '도림천에서 용 나는 작은도서관', 방치돼 있던 관악산도시자연공원 내 매표소를 리모델링한 '관악산 시(詩)도서관' 등은 도서관운영팀의 설명이 현실화된 생생한 사례다.

신림로3길에 있는 관악문화도서관(지하2층·지상5층)은 17만 권의 책을 갖춘 관악구의 메인 도서관이다. 서울대학교와 지척인 여기에선 옆구리에 책을 끼고 거리를 지나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악구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도서관 외에도 관악구엔 4개의 공공도서관과 33개의 소규모 도서관이 있고, 신림역·봉천역·서울대입구역 등엔 '무인 도서예약·대출기'와 '스마트도서관 자동반납기'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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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는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관악도서관 제공


국내외 벤치마킹 대상이 된 관악구 도서관

3년째 관악구에 거주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B씨는 "책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도 좋지만, 더 매력적인 건 도서관에서 각종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관악구 내 공공도서관 5곳에서 진행된 '길 위의 인문학' '다산 정약용 이야기' '명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등의 프로그램은 시험 준비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바쁜 B씨에게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했다.

여기에 '작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도 관악구청이 자랑하는 문화행사다. 분기별로 시인과 소설가 등을 초청해 허심탄회한 이야기의 시간을 나누는 북콘서트. 독자들이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 앞에서 작품을 낭송하고, 연주회와 작가 사인회 등이 동시에 열리는 이 행사에는 2015년에만 1150명이 참석했다.

책과 사람을 보다 가깝게 하려는 관악구청의 노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도서관운영팀은 말한다.

"주민센터 내에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다문화가족을 위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린 시절부터 책과 함께 하는 환경조성을 위해 '북 스타트 운동'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관악구의 도서관시스템은 끊임없이 발전할 겁니다."

이런 형태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췄으니, 이를 보고 배우려는 타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시도가 이어지는 건 명약관화한 일.

2016년 상반기에만 부산광역시 남구청, 전라북도 문화예술과 도서관문화시설팀, 완주군 교육지원과 도서관팀, 서울시 중구청 교육체육과, 거창군 문화관광과, 안성시립중앙도서관, 동대문구 문화체육과가 관악구 도서관과를 찾아 도서관 운영과 문화행사 진행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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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의 도서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 시찰단. ⓒ 관악도서관 제공


지구 전체가 인터넷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된 세상이니 외국에서도 관악구의 도서관 체제와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좋은 것을 모방하려는 노력은 외국도 국내와 다르지 않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관악구로 시찰단을 보냈고,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은 교수들을 보내 "우리도 관악구의 도서관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줬다.

또한, 중국의 CCTV와 일본의 <동경신문> <주니치신문> 등은 '특색 있는 한국의 도서관', '지식복지를 추진하는 미래 창조 도서관'이란 제목 아래 관악구의 도서관을 다룬 방송과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사람이 곧 미래"라고 말한다. 사람과 미래에 대한 투자의 방점을 '책'과 '도서관'에 찍고 있는 관악구의 내일을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기사]
② 프랑스에서 가장 늦게 문을 닫는 도서관
① 그 어렵다는 프랑스 대입 시험, 어떻게 공부하냐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관악문화도서관 #유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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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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