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으로 손수 끓인 떡국과 김장김치. 소박한 점심상입니다.
전갑남
아내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는 현직에서 물러나고, 아내는 직장 생활을 합니다. 텃밭에 딸린 자그마한 농사지으며 생활하는 나도 점심이면 노상 혼자 밥을 먹습니다.
다시 대통령 관련 뉴스로 돌아갑니다. 대통령은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혼자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고, 해외순방 때도 일정이 없으면 호텔에서 혼자 드신다고 합니다.
가족은 물론, 여럿이 어울려 함께 식사하는 것은 담소를 나누면서 돈독한 유대를 맺는 중요한 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사는 소통의 장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께서는 독특한 식습관을 가지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경우에 비추어보면 혼자 밥을 먹으면 입맛도 없고, 대충 때운다는 기분이 듭니다. 혼자 먹을 때는 간단한 간식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누가 밥을 차려주기라도 하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겠지만, 손수 해 먹어야 하는 밥은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아내가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당신, 어제 점심 라면 끓여 먹었죠?""어떻게 알았지?""저기 라면봉지가 보이잖아요!""라면도 가끔 한 번씩 끓여 먹으면 맛있던데."얼버무려는데, 아내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내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은 모양입니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는 급식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30년이 넘게 여럿이 점심을 함께 먹어서 혼자 먹는 밥에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요즘 '혼밥족'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1인 가족이 늘고, 사람들의 성향이 개인주의화 되다 보니 혼자 밥 먹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태가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편의점 대용식으로 간단히 때우고, 컵밥 같은 것이 있어 편리해졌습니다.
오후 늦게 퇴근한 아내가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내 떡살을 넉넉히 뽑아 왔어요. 쇠고기도 좀 사 오고요. 이제 혼자서 라면 같은 거 먹지 말고, 떡국을 끓여 드세요. 떡국 끓이는 게, 라면 끓이는 일만큼이나 쉬운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