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입고, 산타 옷 입은 '캐리돌' 박근혜

시사IN에 '캐리돌 만평' 연재하는 양한모 작가, <박ㄹ혜 뎐> 전시회 열어

등록 2016.12.31 11:46수정 2016.12.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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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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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자 파란 수의에 올림머리를 한 등신대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포승줄에 묶인 두 손에 쥐어진 마이크엔 '시사IN'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시사인에 '캐리돌 만평'을 연재하고 있는 양한모 작가의 '박ㄹ혜 뎐'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들을 실제로 볼 기회가 있다니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캐리돌'은 '캐리커처'와 '인형(doll)'을 합쳐서 만든 말입니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종이로 살을 붙이고 한지를 입혀서 만든 인형들로 매주 3D 입체 만평을 만드는 겁니다.

수의에는 '20130225'와 '20161209'라는 숫자가 적혀 있네요. 대통령 취임 날짜와 탄핵 날짜를 뜻한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부터 세월호와 메르스, 국정농단까지 박근혜 정권의 참담한 실정들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성 들여 만든 인형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의 얼굴이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저 같으면 '내가 이러려고 몇 시간을 인형 만들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고 할 거 같은데요.
"보기 싫은 사람 얼굴을 내 손으로 만드는 일이 괴롭죠.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통쾌하니까. 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니까요."

작가의 말을 들으니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체육복을 만드는 어느 드라마 속 이태리 장인이 문득 떠오릅니다.

작업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작품은 한 달여 시간을 만든 마리오네트 인형이라고 합니다. 작가님께서 즉석에서 연설문을 틀고 인형극을 보여주시네요. 연결된 실을 따라 눈과 입, 손과 다리가 모두 따로 움직이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국정농단처럼 전시회도 농단 당한 셈이죠."

원래는 한국 대중가요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불렀던 가수 100명의 캐리돌을 만들어 전시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80여명 정도 작업이 진행된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부랴부랴 '박ㄹ혜 뎐'을 준비하게 되셨다고 하네요.

촛불로 뜨거운 광장, 그곳에 울려 퍼졌던 위로의 노래. 그 순간을 함께했던 가수들을 양한모 작가의 캐리돌로 다시 만나게 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찾아오기를...

'박ㄹ혜 뎐'은 31일이 마지막 전시일입니다. '갤러리 자인제노'는 청운동사무소로 향하는 청와대 행진 길목에 있습니다. 촛불집회 나서는 김에 들리시면 좋을 거 같네요. 오후 7시까지인데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더 늦게까지 열어둘 거라고 하네요.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400m지점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벽에 거미 조각이 붙어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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