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익산 통일토크콘서트 중 발생한 폭발물 테러
오마이뉴스
- 지난 2014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결국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 추방당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책에서는 "내 모국, 한국 방문 역시도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이 돼버렸다"고 회상했다. 이 기간, 한국에서 느낀 가장 아름다운 것과 슬픈 것은 무엇이었나?"정확히 표현하지면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내가 태어난 모국에서 북녘과 북녘동포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가는 강연 중 '폭탄세례'를 받을 수도 있고, 검경의 수사를 받고 강제출국을 당할 수도 있다. 이 사실은 비참하고도 슬픈 일이었다.
그러나 제가 '종북몰이'를 당하고,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장면으로 보고 통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민족문제에 눈을 떴다고 알려왔다. 바로 이 점이 제게는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모국에서 겪었던 시련을 미소로서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제게 한국여행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 그동안 한국정부를 상대로 강제출국 취소 소송을 진행했지만 안타깝게도 패소했다. 북한 동포들이 갖고 있는 휴대폰의 숫자, 북녘 하천의 수질, 그리고 대동강맥주의 맛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한국의 국가안보를 어떻게 위협했는지 한국사법부가 이를 제대로 증명했다고 생각하나?"저와 함께 '통일 토크콘서트'에 출연한 황선씨는 제가 강제출국을 당한 후 곧 바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무려 50건에 대해 기소를 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박근혜씨가 소위 '종북콘서트'라고 명명한 '통일 토크콘서트'였다. 황선씨는 그 중 49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는데 물론 '통일 토크콘서트'도 무죄를 받았다. 결국 '북한 휴대폰의 숫자, 북녘 하천의 수질, 대동강맥주의 맛'이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한 것인데 저는 이를 한 편의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가 제기한 '강제출국 취소소송'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공판 때 판사님께서 '통일콘서트 문제로 기소된 황선씨의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행정소송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고 했고, 또 그 이후 황선씨의 재판에서 통일콘서트가 무죄로 판결이 내려졌으므로 저에 대한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의 원인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당연히 무효 소송이 받아지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사법부가 이렇게 모순된 판결을 내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판결문 중 '국가보안법은 문제가 없지만 원고가 사회갈등을 야기했다'는 부분을 읽었다. 사회 갈등은 '언론사를 대동한 허위보도로 종북몰이를 한 주체'가 야기 했지 어떻게 제가 했다는 건지... 제가 추방된 이유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함으로서 사회의 안녕을 저해 한다'라고 했는데 지금은 '국가보안법은 문제가 없는데...'라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우스갯소리로 '술은 안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맞다'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판결문 중 '미국에 생활의 기반이 마련돼 있는 상태이고, SNS와 출판물 등으로 본인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열려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확실히 모르겠다. 즉, '본국과 연락할 방법이 있으니 입국을 금지해도 된다'는 말인지? 행정법원의 이번 1심판결은 민변과 <경향신문>이 선정하는 '2016년 10대 걸림돌 판결'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게 인권을 존중한다는 나라인지, 그리고 한 해외동포의 북한여행담이 나라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한국은 허약한 나라인지... 저는 '대한민국은 절대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사이비 보수들이 말하는 '자유 민주주의'란 거짓말에 국민들이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박근혜 정권은 끊임없이 '북한붕괴'를 염두에 두고 대북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정권이다. 박근혜 정권의 대북관을 어떻게 평가하나?"저는 북한을 관광한 정도라 정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러나 북한붕괴론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관광객 신분으로 북한을 본 제가 그 사회를 이렇다 저렇다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제가 경험한 북한은 아무리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해도 결코 일순간 와르르 붕괴될 것 같지는 않다.
한 사회가 붕괴될 때에는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정신적인 타락이나 나태 혹은 침체가 먼저 시작된다고 한다. 하지만 제가 본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들만의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좀처럼 알 수 없는, 혹 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는 그 뭔가가 지금의 북한을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에서 수백만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서방의 언론은 전한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아마 국가자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수백만의 아사자를 내고도 붕괴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는 '북한은 붕괴할 가능성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북한붕괴론은 흡수통일론자들의 '희망사항'이 아닌가 싶다."
- 해외에서 '박근혜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박정희 신화라는 허상으로 포장된 자격미달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책임은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해방 후 친일 반역자들이 다시 득세하게 한 결과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가 친일을 했다고 그 후손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득권을 유산으로 받은 후세들 역시 자신들 조상의 죄과를 부인하고 나아가 정당화하고 미화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세들도 그들의 조상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반역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6년 6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내부 워크숍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세 번 외쳐 논란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고위임원이었다고 밝히는 등 자신이 '친일파'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KEI 측은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참석자 중 해당 발언을 들은 사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별도 감사 결과 직원 2명이 해당 발언을 들었다고 응답하면서 정직 2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편집자 말).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일본군 장교출신의 민족반역자인 박정희씨가 대통령이 되고 수준에 한참 모자라는 그의 딸이 또 대통령이 되어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말한다. 이는 곧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에게 하고 싶은말? 말이 통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