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해외 여행 다녀오라는 아내, 축복일까?

[서평] 카트린 지타의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등록 2017.01.03 13:43수정 2017.01.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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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경계에 있는 요즘은 일년 중 여느 다른 날들과는 다르게 나를 더 많은 성찰로 이끈다. 연말이면 여러 언론매체들이 올해의 뉴스를 발표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올해의 뉴스가 될 만한 일이 무엇이었나 찬찬히 생각해 보면서 지나온 한 해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2016년. 귀찮음으로 인해 멈췄던 일상의 기록을 다시 시작했고, 거의 중독되다시피한 스마트폰 게임을 모두 지우고 그 시간에 책을 읽어 보자 결심했다. 책을 읽어가다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 기자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만나 덴마크라는 나라와 우리 사회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오마이뉴스라는 매체를 좀더 자세히 알게되어 시민기자로 가입해 사는이야기, 서평 등 기사를 써보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아내님의 엄청난 제안에 인생 처음으로 여름 휴가를 이용해 혼자서 2주 정도 유럽 3개국을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2016년 최고의 뉴스는 다름 아닌 인생 최초로 혼자 다녀왔던 이 여행이다.

여행을 그리 즐기는 편도 아닌데 게다가 혼자서라니. 갈지 말지를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아이 둘 딸린 아빠에게 여름 휴가 때 혼자서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라는 축복과도 같은 제안에 망설일 정도로 여행은 내게 그리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를 그때 읽었더라면 훨씬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겉표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겉표지.걷는나무
저자 카트린 지타는 이 책에 지난 7년 동안 세계 곳곳을 혼자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 교훈, 의미에서부터 여행의 유익함과 혼자 여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압축해 담아냈다. 무엇보다 혼자하는 여행이 방해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내면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기에 저자는 혼자하는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관점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혼자 있는 순간 밖에 없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진짜 자신을 알게 되는 것 이외에 저자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 여행은 개인의 자율성을 키워주고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마음밭을 갖추게 한다. 또한 여행 중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두려움을 마주하게도 되는데, 이를 통해 일상에서도 두려움을 몰아내고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내적안정감을 갖추는 훈련이 된다. 마지막으로 혼자 여행은 성별, 성격, 강박, 상황, 책임 등 모든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다.


이 책엔 내가 지난 여름 혼자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했던 생각과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나 역시 당시 여행을 계획할 때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는 것이든 나를 구속하고 있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고 생각했으며,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 혼자 있다보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기대했다.

사실 나에 대한 발견은 여행을 계획하는 때부터 시작되었다. 평소 계획적이고 이성적이라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일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충동적, 직관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편, 살아오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에 꽤나 단순하게 선택해왔던 성향이 여행을 계획할 땐 더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25가지나 유익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솔직함(진정성), 열정, 기질, 감사하는 마음, 결단력, 융통성, 즐길 수 있는 능력,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 직관, 젊음, 힘을 볻돋아 주는, 해법지향적인, 용기, 호기심, 정리의, 책임감, 감정의 근원, 마음의 평화, 자아실현, 자신에게 맞는 삶의 속도, 독립성, 상처의 치유, 내면적 성장, 경청하는 법.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지 않은가?

물론 7년 동안이나 혼자서 여행을 해왔던 저자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유익한 점들 모두를 느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 정리되어 있는 홀로 여행의 여러가지 유익들을 읽어가면서 첫 혼자 여행에서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다시금 추억하며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특히 여행하면서 떠오르는 순간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적었던 메모들이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당시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서평을 쓰는 사이 2016년은 벌써 지난 해가 되었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2017년엔 국내든 해외든 틀에 박힌 패키지 여행에서 벗어나 혼자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특히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싶은 분, 뭔가 문제 상황에 처한 분, 보다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은 분, 의지와 용기를 회복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 인생의 전환기에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지 고민인 분들에게 홀로 여행을 권하고 싶다.

여행을 결심하는 데 카트린 지타의 이 말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더 많이 가질수록 신경써야 할 것들이 늘어날 뿐이다. 여행지에서처럼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는 일상에서도 여행자처럼 자유로워질 것이다."(본문 중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것 하나만 명심하길 바란다. 당신의 삶에서 주인공은 항상 당신 자신이다. 지금도 나는 자신을 찾아 용기 있게 길을 떠나고 결국 자신에게 도달한 사람만이 누리는 희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본문 중에서)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걷는나무, 2015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카트린 지타 #여행 #자기성찰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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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지치지 말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모든 것이 유한하다면 무의미 또한 끝이 있을 터이니. -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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