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에서 비행중인 매빠르게 비행중인 매를 확인했다.
이경호
보호종인 매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먹이 피라미드가 잘 유지되는 지역에 서식이 가능한 종이 바로 매이다. 때문에 매와 같은 맹금류의 서식은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깃대종으로, 생태계의 지표생물이 된다. 매가 꾸준히 대전의 갑천에서 관찰된다는 것은 이곳이 서식처로서 부적합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은 매의 서식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매가 매년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일정하게 머물다 가는 기착지나 월동지로 선택되는 듯하다. 그리고 8년 만에 다시 나타난 매가 대전에 서식하기에는 대전은 매우 급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서식처가 되는 하천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매의 은신처와 채식지 역할을 하는 갈대밭이나 달뿌리풀 군락지는 이제 사람들의 공간으로 변했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축구장과 야구장, 주차장, 심지어는 골프장으로 변화됐다. 그나마 사람을 피해 휴식이 가능한 하천 중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하중도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형 시멘트 구조물인 보에 수몰되거나 준설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매가 사냥감을 지켜보거나 쉬는 버드나무는 하천관리를 핑계로 베어지기 일쑤다. 2017년에도 대규모 버느나무 간벌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의 편의만을 고려한 하천관리로 인해 갑천의 찾아온 매는 안전하게 머물 수 없다. 3대 하천은 더 이상 생물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매는 수년간 갑천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