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만난 송골매,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대전에 정착하지 못하는 매, 이들에게도 쉴 곳이 필요하다

등록 2017.01.03 17:41수정 2017.01.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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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 70~80년대 인기를 구가하던 그룹사운드의 이름이다. '송골매'는 맹금류로 공식 이름은 '매'이다. 맹금류 중에서도 사냥술이 워낙 뛰어나 매 사냥에 많이 쓰이며, 순간 시속이 400km까지 이르는 가장 빠른 새로 알려져 있다.

과거 내륙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산업화 이후 개체수가 급감했다. 현재는 일부 해안가나 무인도 등지의 섬에서만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는 문화재청에서 지정하는 천연기념물 323-7호,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보호 가치가 높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멸종위기종 1등급으로 분류하여 보호한다.

이런 매가 대전에 다시 찾아왔다. 2006~2009년까지 4년 동안 꾸준히 관찰되면서 번식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전혀 관찰되지 않다가 지난 2017년 1월 3일 갑천에서 다시 관찰할 수 있었다. 빠르게 비행하는 매를 카메마로 포착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실루엣 정도만 확인할 수 있지만, 분명 매다.(관련 기사 : 참고 4년째 대전행, 하늘의 제왕 '매')

갑천에서 비행중인 매 빠르게 비행중인 매를 확인했다.
갑천에서 비행중인 매빠르게 비행중인 매를 확인했다. 이경호

보호종인 매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먹이 피라미드가 잘 유지되는 지역에 서식이 가능한 종이 바로 매이다. 때문에 매와 같은 맹금류의 서식은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깃대종으로, 생태계의 지표생물이 된다. 매가 꾸준히 대전의 갑천에서 관찰된다는 것은 이곳이 서식처로서 부적합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은 매의 서식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매가 매년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일정하게 머물다 가는 기착지나 월동지로 선택되는 듯하다. 그리고 8년 만에 다시 나타난 매가 대전에 서식하기에는 대전은 매우 급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서식처가 되는 하천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매의 은신처와 채식지 역할을 하는 갈대밭이나 달뿌리풀 군락지는 이제 사람들의 공간으로 변했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축구장과 야구장, 주차장, 심지어는 골프장으로 변화됐다. 그나마 사람을 피해 휴식이 가능한 하천 중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하중도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형 시멘트 구조물인 보에 수몰되거나 준설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매가 사냥감을 지켜보거나 쉬는 버드나무는 하천관리를 핑계로 베어지기 일쑤다. 2017년에도 대규모 버느나무 간벌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의 편의만을 고려한 하천관리로 인해 갑천의 찾아온 매는 안전하게 머물 수 없다. 3대 하천은 더 이상 생물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매는 수년간 갑천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하천의 버드나무를 벌목중인 모습 홍수관리라고 하며 버드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베고 있다.
하천의 버드나무를 벌목중인 모습홍수관리라고 하며 버드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베고 있다.이경호

매의 사냥터이자 쉼터인 하천을 그냥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천관리에서 고작 새 한 마리에 불과한 매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런 개발행위로 인해 매는 보호종이 됐다. 집에서 자식을 내쫓고 미아 신고를 한 격이 됐다.

겨울은 한파로 고통 받는 이웃에게 가장 많은 손길이 전해지는 시기다. 철새들은 AI로 천덕꾸러기가 됐다. 인과관계의 명확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채 말이다(관련 기사 : AI 확산이 철새 책임? 문제는 닭·오리 사육방식). 이런 시기에 매를 보호하자고, 자연에도 조금만 관심을 나눠달라고 말하는 게 무리일까?


대전의 하천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매번 떠나야만 하는 매를 위해 자연의 일부를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니다. 작은 관용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8년만에 찾아온 매 소식을 매년 접할 수 있길 바란다.
#갑천 #매 #송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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