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여수 오동도. 남해안 최고의 관광지다. 이곳 광장 한복판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전시되어 있고 안내판까지 친절하게 걸려있다. 그런데 영문설명을 잠깐만 읽어봤는데도 잘못 쓰인 표기가 너무 많아 쓴웃음을 짓게 한다. 한두 개쯤이야 실수로 받아들이겠지만, 철자 틀린 건 둘째치고 문법적 오류에 고유명사 표기까지 온통 오류투성이다.
거북선의 영문 표기인 'Turtle'은 'Tur tle'로 적혀있고, 전라좌수영은 'chulla left NAVEBASE'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을묘왜변은 정체불명의 발음으로 읽히는 'Eulywaebyeon'이라고 적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무시한 표기는 실수라고 하자. 그렇다면 선체를 'The bull'로 표현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황소나 코끼리를 뜻하는 'bull'을 일부러 적지는 않았을 테니. 아마 선체를 뜻하는 'hull'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더 가관인 것은 'spik'라는 단어와 'pwtit' 등의 표현은 도무지 무슨 단어의 오타인지조차 유추하기 힘들다. 또, 군데군데 'Turtle'을 'tuttle'이나 'tuktld'로 잘못 쓴 것도 성의 없는 표지판임을 여실히 증명한다. 한글표기도 그렇다. 거북선이 '당대무비의 전선'이라고 한글로 친절하게 안내했지만, 당대(當代 : 그 시대)와 무비(無比, 비할 데가 없이 뛰어남)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명색이 세계적인 행사인 해양엑스포를 개최한 도시의 민낯이라니 정말 부끄럽다. 수년간 저 상태로 방치됐을 텐데 외국인들이 얼마나 비웃었을까. 이러니 아직 여수엑스포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지나가는 외국인 아무나 붙잡고 한 번 물어만 봤어도 이런 실수는 없었으리라.
언제까지 안내판을 업자한테 맡겼는데 제대로 검토를 거치지 못했다고 핑계만 댈 것인가? 사소해 보일지라도 반드시 이를 바로 잡아야 하며, 더욱 신중한 검토를 통한 정확한 표기가 요구된다. 혹시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영문표기는 과감히 없애고 한글표기라도 정확히 검토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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