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수잔 리 씨
박찬희
사실 호주의 방송을 통해 한국 방송보도를 접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울면서 텔레비전을 보라며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했다. 수잔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TV를 켜라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하니까 '한국에서 자기네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배를 타고 어딘가로 가다가 배가 바다에 빠졌는데 나오지 못한다'고 울면서 말했습니다."며칠 동안이나 계속된 호주방송의 관련 보도를 지켜보면서 딸들과 함께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가만있을 수 없다는 생각,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를 통해 호주 현지인들과 이민사회에 알리는 일이었다.
"호주에서 세월호 활동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손바느질 배너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희생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손바느질 배너라고 생각했습니다."이후, 수잔 씨는 생업과 손바느질을 병행했다. 어떤 날은 밤을 꼬박 새우며, 어떤 날은 이사를 한 날 밤에도 잔뜩 쌓아둔 짐들 옆에서 천을 오려 바느질하고, 단추 등으로 형체를 그리고, 글자를 수 놓으며 미수습자 아홉의 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진상 규명의 염원을 자수에 담았다.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에 보낼 위로를 담았다. 수잔씨는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아 배너를 만들며, "나 자신 스스로가 치유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나도 아이의 엄마라서 엄마이기에...."수잔 씨가 현재까지 만들어서 호주, 광화문, 런던 등지에 보낸 배너는 큰 작품만 해도 여덟 점이다. 대표적 배너 여덟 점을 소개하여 참사 1000일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