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독대 후 국민연금은 삼성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삼성은 최순실씨 모녀에게 말을 사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임병도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은 불법적인 정경유착이다. 재벌들이 총수의 이익을 위해 박 대통령이 가진 정치권력을 뇌물로 매수했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3세 경영을 마무리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동원했다는 의혹이다. 삼성은 박근혜-최순실씨에게 국민연금 찬성 대가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제공하거나, 약속했다는 것이 특검의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커넥션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 부회장의 소환은 박 대통령과 삼성 간의 뇌물죄를 입증할 만한 정황과 증거, 진술 등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 특검은 출범과 함께 뇌물죄 입증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12월 21일 수사 시작과 함께 국민연금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에 압수수색을 벌였고, 작년 연말에는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을 구속했다. 문 전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결정적 진술까지 받아냈다. 문 전 장관의 윗선인 청와대의 개입이 드러난 정황도 나왔다.
또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여러차례 독대하면서, 이같은 거래를 주도적으로 했다는 것이 특검의 생각이다. 지난 2014년 9월 15일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끝나고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다. 그해 11월 삼성과 한화그룹 사이에 방산사업 빅딜이 이뤄졌고, 정부 승인도 금세 떨어졌다. 그동안 승마협회를 맡았던 한화는 2014년 말 삼성에 회장사를 넘겼다.
삼성은 2015년 3월 승마협회를 통해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 지원 작업을 본격화 한다. 이어 같은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공시가 나고, 7월10일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지니먼트를 비롯한 외국계 주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됐다.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번의 독대와 지시 그리고 수백억원대 지원...피하기 어려운 뇌물죄?
보름이 지난 7월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다시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10개월여 동안 삼성의 승마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이 부회장을 크게 질책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의 말씀자료에는 '이번 정부에서 삼성 후계승계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이 부회장은 독대 직후, 26일 그룹에서 대책회의를 열었고 박상진 승마협회장(삼성전자 사장)을 독일로 보냈다. 박 사장은 그해 8월 26일 최씨의 코레스포츠쪽과 220억원대의 지원계약을 맺는다.
삼성은 또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 사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과의 세번째 독대 역시 작년 2월15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장씨의 영재센터가 만든 기획서를 건네면서 9억 원을 지원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장씨로부터 해당 기획서를 자신이 작성해 최씨에게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최씨는 기획서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 이 부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과 최순실, 삼성 사이의 검은 커넥션의 퍼즐은 거의 꿰 맞춰졌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 합병을 돕는 대가로 최씨쪽에 삼성이 금전적 지원을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장씨의 영재센터의 경우에는 박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공모한 것으로 볼수도 있어, 뇌물죄 공범 혐의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 역시 뇌물죄를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규철 특검보는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제3자 뇌물공여가 될지, 뇌물공여가 적용될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삼성의 반격, "뇌물을 공개적으로 영수증까지 받아가며 주겠나...공갈협박 피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