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교체' '국민대통합', 반기문 메시지는 박근혜 복사판

5년 전 박 대통령과 닮은 꼴 슬로건에 '시대착오' 비판도

등록 2017.01.13 14:20수정 2017.01.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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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흔드는 반기문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대기중이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손 흔드는 반기문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대기중이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13일 오후 3시 18분]

"정권교체의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 시대를 열겠습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같은 말. 전자는 2012년 12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연설 중 한 말이고, 후자는 5년 뒤인 2017년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인사를 하며 던진 일성(一聲)이다( 관련 기사 : 반기문 "정권 교체 아니라, 정치 교체 이뤄져야 할 때").

당시 박근혜 후보는 야당의 '정권교체론'에 맞서 '정치 교체'를 주장했다( 관련 기사 : 태극기 물결 광화문... "정권교체 넘어 정치교체"). 야권의 '정권교체' 프레임을 지우면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핀 '새정치' 담론을 흡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박 후보는 당시 연설에서 "정치 교체와 시대 교체로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권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교체해야 국민 행복이 담보된다는 주장이었다.

'국민대통합'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자, 임기 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정책 등으로 강조했던 키워드가 '국민대통합'이었다. 반 전 총장도 12일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면서 "분열된 나라를 다시 하나로 묶어 일류 국가로 만드는 그런 의지라면 제 한몸 불사를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메시지 관리 부재? "5년 전 유행한 말을..."


반 전 총장은 귀국 직전 일부 신문과의 기내 인터뷰에서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국민 대통합'을 꼽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사회 원로나 각계 대표를 모아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고위급 협의체를 만들고 국회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해 머리를 맞대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또한 임기 초반인 2013년 6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출범 시킨 바 있다. 역시 '사회 원로, 각계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협의 기구였다. 박 대통령은  출범 당시 "(국민대통합위는) 단순 자문 역할이 아닌 갈등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기 위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이 국민대통합위는 박 대통령의 '자문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반 전 총장이 제시한 '고위급 협의체'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역할과 얼마나 다르고,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은 '국민대통합'을 얘기하면서도 일부 노동계를 비판했다. 그는 "자기 주장만 해대고 그 주장을 하다가 안 되면 거리를 뛰쳐나와 억지를 부리면 대타협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소득 격차와 양극화의 원인을 일부 노동계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면서, 정책적 대안 대신 일부 계층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지난 2012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박 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지난 2012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박 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반 전 총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교체'. 두 사람의 '닮은 꼴' 발언에 일부 평론가와 누리꾼도 한마디씩 우려를 보탰다. 탄핵 위기를 맞은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복기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의 메시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메시지를 "기존 여권,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내놓는 메시지와 맥을 같이 한다"면서 "이는 반 전 총장이 기존 여당세력을 주요 기반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임을 예상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반 전 총장이 앞으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제3지대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교수는 트위터에 두 사람의 발언을 올리면서 "5년 전 유행한 말을 다시 꺼내는 걸 '시대착오'라고 한다"면서 "좋아하기에 표절하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 전 총장이 다수의 친이계(친이명박계) 인사들과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조 교수는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나는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으니 지금까지 1번 찍은 분들은 나를 지지해 달라"는 뜻이라면서 "정권을 바꾸지 않고 MB(이명박) 맨 등과 함께 정권 및 운영 방식만 바꿀 것이니, 빨리 내 밑으로 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대 진영의 비판도 거셌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국정 농단에 책임 있는 세력과 손잡고 정치교체? 하나마나한 소리다, 국정 농단 세력의 재집권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기문 #박근혜 #대통령 #대선 #반기문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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