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거짓을 몽땅 바다에 처넣자"

[백기완의 촛불 출정 비나리 ④] 민중의 심판 '달거지'

등록 2017.01.20 15:12수정 2017.01.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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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 채원희


옛날 달 밝은 밤바다를 그리 좋아했으나 뜻밖에도 입만 벌렸다 하면 거짓말만 하는 임금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

백성들의 피와 땀, 눈물과 한숨까지 사그리 빼앗아 뜅뜅 제 속만 채우면서도 그게 다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거짓 부렸다.

이에 백성들의 원한이 하늘을 찌르자 그 못된 임금은 마침내 할대(법)를 내놓았다.

첫째, 그 누구인들 임금은 요만큼도 비꼬지도 못한다. 둘째, 이제부터 허가 없이는 단 두 사람도 모이질 못한다. 댓님(연인)을 만나려고 해도 허가를 받으라고 하는 통에, 한 젊은 댓님(연인)들은 달 밝은 밤바다에 뛰어들어 사랑을 나누다가 그만 임금한테 들키고 말았다.

"네 이놈들, 얻다대고 할대(법)를 어겼드냐."
"니에, 우리는 바다에 잠긴 달이 좋아 달을 건지는 달거지를 한 것뿐인데요."
"무엇이 어째."

하고 가시나와 사내를 따로따로 때(감옥)에 처넣고는 "야 가시내야, 네가 내 몸종이 되거라. 그리하면 너의 댓님도 풀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때속(감옥)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우리 댓님과는 그리움의 그림자도 뗄 수가 없다고 하자 모진 닦달을 엥겨 죽어버렸다.

그러자 그 애달픈 서러움에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었을까. 애들을 사랑하는 에미 애비,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애들, 벗을 사랑하는 젊은이들, 그 가운데서도 사랑을 하는 온 나라의 젊은이들이 앞장서 발칵.


때마침 달 밝은 밤, 그 임금을 잡아다가 바다에 처넣으며 "바다에 잠긴 저 달을 건져오거라, 달거지 말이다 달거지. 아니 그러면 너는 이 바다에서 한 뼘도 나오질 못한다"고 했다.

달 밝은 바다, 거기서 허부적 허부적, 한참 만에 고개를 든 임금이 "나으리" 그러자, 사람들이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야, 우리들은 그냥 무지(백성)이지 썩은 나으리가 아닌데 나으리라고 거짓말을 해" 하고 바다에 박아버렸다. 어서 달이나 건져오라고.

한참 만에 고개 든 임금이 "내 왕관이 벗겨졌는데도 달은 아니 잡히는데요"라고 하자, 사람들이 뭐라고 했더라. "네 이놈, 또 거짓말이드냐. 네 왕관이 벗겨진 게 아니라 임금이라는 네 모가지가 날라 갔다 이놈아. 어서 달이나 건져오거라."

이에 또다시 바다에 머리를 박고 허부적대다가
"무지님, 달을 잡고자 해도 아래속곳까지가 다 벗겨질 뿐 달은 아니 잡히는데요."
"무엇이 어째 또 거짓말이드냐. 네 그 임금이라는 껍데기 권세, 권능까지 홀랑 다 벗거라. 그래야 달이 잡히느니라."

한참 만에 다시 고개를 든 임금이
"무지님, 임금이라는 권능을 다 내동댕이쳤는데도 달은 안 잡히고 꼴까닥 꼴까닥 죽을 것만 같은데요."
"어허, 또 거짓말이구나 이놈. 네 그 허세, 교만까지 몽땅 다 벗거라. 그래야만 꼴깍을 아니하고 달을 안을 수가 있느니라."

또다시 어렵게 어렵게 고개를 들더니
"무지님, 제 교만뿐이겠습니까. 쥐었던 주먹마저 활짝 폈는데도 달은 영 아니 잡히는데요."
"또 거짓말이구나 이놈, 임금을 해 처먹으면서 저지른 그 치사한 짓거리는 하나도 털질 않았던 게 아니냐. 그러니 입때까지 남의 것을 빼앗아온 거짓 하나하나를 몽땅 다 털거라 이놈."

"네 알겠습니다" 하고 한참을 허부적대던 임금이
"무지님, 입때까지 뺏어댄 것들을 하나하나 모조리 다 게워냈는데도 몸은 더 무거워 자꾸만 가라앉는데요."
"무엇이 어째? 네놈이 꺼이(감히) 아직도 거짓 딴지를 걸어온단 말이드냐. 입때까지 거짓꾸려 착한 이들을 죽여 온 그 끔찍한 때갈(죄상)은 어찌해서 숨기고 있다더냐. 하나도 남기질 말고 하나하나 모조리 털어놓거라."

한참 만에 다시 고개를 든 임금이 "임금 자리에 오른지 서른 해, 사람 죽인 내력이 너무나 끔찍해 스스로가 못미더운 나머지 엉엉 울기까지 했는데도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바다를 어쩌질 못 하겠는데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무지들이 하는 말,

"야 이놈아, 너는 아직도 네 때갈(죄)를 감추려고 또 거짓말이드냐. 언젠가는 우리들한테 앙갚음(복수)을 하겠다는 그 앙칼, 그 뚱속(야욕), 그 응큼을 몽땅 바닷물에 풀어놓고 달을 건져오거라. 아니면 뭍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다가서질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그리하여 그 임금은 아직도 달 밝은 밤바다에서 달을 잡느라 허부적대고 있더라는 아, 우리의 지혜로운 그 비나리, 무지랭이들의 가름(심판) '달거지'.

오늘의 이 썩어문드러진 거짓들을 몽땅 바다에 처넣고는 달을 건져오라는 달거지를 시켜야 하질 않을까. 그 위대한 예술적 실질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반역이 아닐까. 그래서 새해 새아침부터 소리쳐본다. 저 썩은 거짓말쟁이들을 그냥 몽땅 바다에 처넣고 달거지를 시키자.

[관련기사]
[출정가①] 백기완의 출정가, '그리움'
[출정가②] 백기완 출정가 '오늘은 나도'
[출정가③] 백기완의 출정가 '아, 한바탕이여 몰아쳐라'

#백기완 출정가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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