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빗이끼벌레 찾아 낸 김종술 시민기자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24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 1키로미터 지점에서 확인한 큰빗이끼벌레를 찾아 들어 올리고 있다.
이희훈
아버지의 강이자 어머니의 강 금강.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금강의 뼈와 살을 발라 내놓고 '4대강 살리기'라 거짓말을 했다. 4대강 불도저로 강을 파헤치고 혈관을 막아버렸다. 숨통이 끊어질 듯 가쁨 숨을 몰아쉬던 생명의 강이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였다.
허연 배를 드러낸 물고기는 처참하게 죽어갔다. 하루, 이틀... 십여 일 동안이나 지속하던 떼죽음으로 구더기가 들끓고 물고기의 씨는 말라 버렸다. 강바닥까지 점령한 녹조는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 놓을 듯 생명을 옥죄여 왔다. 강물은 파란 피를 토했다.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대순가?""녹조가 좀 생긴다고 호들갑이냐!"죽어가는 금강에 대한 기사를 쓰면 한두 개씩 이런 악플이 달렸다. 생명의 연결고리를 모르는 무지렁이들의 말이다. 금강은 구석기 이전부터 사람이 살아가던 곳이다. 인간의 삽질에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죽고, 보고 듣지도 못했던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다. 심지어 시궁창에서나 서식하는 최악의 오염지표 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까지 득시글하다. 이게 별거 아닌가?
이런 말을 듣고 있자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지만 참고 또 참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하는 말이다. 강에 사는 뭇 생명들의 죽음 뒤에는 바로 우리, 인간이 위태롭게 서 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4대강은 수천, 수만 년 강물이 흘러 만들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강물을 막아서 수질을 살리겠다고 했다. 사이비 교주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말에 '학자'들이 살을 보탰다. 언론은 헛된 망상을 사실인 양 떠들었다. 정치권은 달콤한 말로 국민들을 현혹했다. 정권에 빌붙어 '혈세'란 콩고물을 노리고 4대강 부역자들은 그렇게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 강이 썩고 나라도 부패하기 시작했다.
그래서다. 7년간 괴물들과 싸우면서 나 또한 괴물이 됐다.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홀로 강변에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뱀에 물리고, 공사 인부한테 두드려 맞으면서도 취재 수첩과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물길이 막히니 상식도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4대강 괴물'들이 저지른 일들이 사라지고 있는 거다.
추악한 삽질을 세상에 알리다 몸이 깨지고 마음이 찢어졌다. 이빨이 깨질 정도로 두려움에 치를 떨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온몸에 울긋불긋 피부병에 걸리고 어떤 날에는 머리가 깨질 듯 고통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경제적 재앙이 남아 있었다. 텅 빈 주머니, 매일 시달리는 빚 독촉에 모든 걸 놓고 싶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포기하려 했다. 이 일만 아니었다면, 그랬을 거다.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했다. 강에선 볼 수 없던 괴물이었다. 포기와 의무를 놓고 저울질했다. 누군가는 금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무게가 더 실렸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꼬질꼬질한 손으로 기사를 썼다. 세상에 처음 큰빗이끼벌레가 공개됐다.
기자들이 몰려왔다. 전문가도 달려왔다. 이곳저곳 단체에서도 찾아왔다. 금강이 북적거렸다. 모두 수문이 곧 열릴 것처럼 떠들어댔다. 나도 잠시 그런 꿈을 꿨다. 하지만 환상에서 깨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착각이었다. 수다스러운 사람들의 입처럼 수문은 요동치지 않았다. 벌떼같이 찾아든 사람들은 꿀이 떨어지자 한순간에 빠져버렸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4급수 똥물을 마시면서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펄에 들어가 실지렁이를 찾고 붉은 깔따구를 세상에 내놓았다. 금강을 떠나 낙동강, 한강을 휘젓고 다니며 4대강 사업의 민낯을 고발했다.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의 강에 어머니를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