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사건 잊었나? 자금세탁 의심보고 완화 논란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 의심거래보고 가점제 폐지' 따져보니

등록 2017.01.23 18:57수정 2017.01.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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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분석원 입구 모습 ⓒ 연합뉴스


최근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불법 해외송금 등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자금세탁을 막기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방향이 수상한 돈의 흐름을 오히려 찾아내기 어려울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우 불법적인 자금 유통 창구로 더 쓰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법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위험평가 시스템 등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보험·증권사 등의 준법감시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이 부분에 대한 감독·검사역량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업무 평가 시 보고 건수 가점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

금융회사의 의심거래보고가 양적으로 급증한 반면 질적 충실도는 미흡해 심사분석업무(KoFIU)에 오히려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제기된다고 당국 측은 설명했다.

실제 STR 보고건수는 2009년 136건, 2012년 290건, 2014년 501건, 지난해 703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종전 1000만 원이었던 STR 금액 기준이 폐지되면서 수 백만 원의 적은 돈이라도 의심스러울 경우 금융사들이 FIU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FIU의 입장은 달랐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의심거래를 보고 하지 않으면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면피용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점제 폐지 대신 평가 기준을 만들어 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으로도 최근 일부 저축은행이 의심거래보고를 누락, 금감원 제재를 받으면서 자금세탁의 '구멍'으로 지목되고 있어 가점제 폐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금세탁 위험평가시스템마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 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부업자 등 고위험 분야 종사자에 대한 감시가 한층 더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 민원평가 폐지와 유사... 결과는?

STR 보고 건수 가점제 폐지가 시행되면 금감원의 금융사 민원발생 평가제 폐지와 유사한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2015년 금융사들을 민원 건수에 따라 1~5등급으로 줄 세우는 방식 대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제도를 도입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민원건수, 금융사고 등 금융소비자 관련 10개 항목에 대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만 실시하면서 어느 금융사가 소비자 보호에 더 적극적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단순 비교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소비자 민원에 둔감해질 수 있는 계기를 당국이 제공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었다.

의심거래보고 가점제 폐지가 실시되면 보고 유인이 적어져 이전보다 자금세탁 포착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독일 정유라 사건도 하나은행 보고로 알려진 것"이라며 "자금세탁방지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 (가점제 폐지는)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독일의 경우 의심거래를 보고하지 않으면 법인 폐지까지 이어진다"며 "기존 규제를 없앨 것이 아니라 처벌 규정부터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세탁방지 #금융정보분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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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경제부 기자입니다. 01094037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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