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부활해도 북핵 문제 해결 못한다

[분석] 대선 핵심 화두로 떠오를 전작권 조기 환수 문제... 북핵 상황 변화

등록 2017.02.05 17:12수정 2017.02.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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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월 6일 오후, 북한의 수소탄 실험 소식을 보도한 조선중앙TV 화면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문제는 이제 한국의 자주국방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오히려 앞으로 차기 정부 남북대화 재개에서 핵심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벚꽃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전작권 조기 환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선주자들이 전작권 환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과 새누리당 등에서 전작권 환수 공약을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전작권 환수 문제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전작권 조기 환수를 주장하는 유력 대선 후보들의 경우에도 전작권 환수를 남북대화 재개 문제와는 구별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작권 환수를 통해 튼튼한 안보를 구축한 뒤 남북대화를 재개해 남북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한반도 핵문제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이 심화되면서 이미 '남북대화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즉, '경제·사회문화·인도지원' 등 기존 햇볕정책에서 추구했던 남북대화 영역에서 앞으로 '군사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작권 조기 환수 문제를 단지 국방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남북대화의 전제 조건이나 핵심 대화 이슈로 판단해 남북대화 관련 공약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전작권 조기 환수 문제, 민주당 유력 주자들 공통 공약

전작권 조기 환수는 더불어민주당 유력 주자들의 공약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우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전작권 환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한미 확장억지력을 탄탄히 구축하고 북한을 압도할 독자적 핵심전력을 구축하겠다"며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 체인을 앞당기는 등 자주 국방력을 강화해 전시 작전통제권을 조기 환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전작권 환수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라 한반도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볼 수 없다"며 "최악의 안보환경에서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23일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이 소년 노동자로 일했던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면서 "전시 작전권 환수와 자주국방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한미관계를 발전시키되 과도한 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에는 축소 요구로 맞서야 하며 안보에 도움이 안 되고 경제만 해칠 뿐인 사드 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바른정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지난 1월 16일 역시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형 자주국방의 시작은 전시작전권 환수"라고 밝혔다. 남 지사는 "북핵실험과 미국의 직접 폭격 언급과 같이 안보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 대응 능력을 높이고, 전면전 발발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작권 조기 환수 문제를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반발

하지만 보수진영의 우려와 반발도 만만찮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28일 치 사설 '문재인의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가 '진짜 안보'인가'라는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지난 1월 17일 치 '문 전 대표, 안보만은 국내 정치와 분리해야' 사설에서 문 전 대표의 전작권 조기 환수 공약을 비판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사드 배치 합의를 파기하면 한국은 북핵 위협에 속수무책이 되는데도 전작권 조기 환수까지 하겠다니 과연 한미동맹이 온전할지 의문"이라며 문 전 대표의 전작권 환수와 '사드 배치 문제 차기 정부 이월' 주장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1월 12일 새누리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전날 안희정 충남지사가 전작권 환수 공약을 밝힌 데 대해 "사실상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면 북한에 대응할 능력도 없어지고 잘못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빅텐트론을 펴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16일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어떤 나라도 원칙적으로 전시작전권을 주기를 원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특수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특수한 환경하에서는 미국과 긴밀한 동행을 유지해야 한다"며 "영원히 해야 한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상황이 개선되면 작전지휘권을 갖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작권 조기 환수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렇게 많은 대선 후보들이 전작권 환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찬반 의견으로 나뉨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작권은 국방문제'라는 것이다. 즉 전작권 조기 환수 찬성론자들은 '조기 환수가 튼튼한 국방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반대론자들은 '조기 환수가 오히려 우리의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남북대화의 핵심영역이 된 전작권 문제

필자는 '조기 환수가 튼튼한 국방에 도움이 된다'는 조기 환수 찬성론자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들 조기 환수론자들 역시 군사이슈가 점차 남북대화의 핵심 영역으로 다가오고 있는 점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즉, 앞으로 점차 '군사문제는 국방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남북대화는 '경제·사회문화·인도지원' 영역에서 진행한다'는 이분법적 구분은 통용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서도 기존 '경제·사회문화·인도지원' 영역뿐만 아니라, 군사문제도 카드로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작권 조기 환수 공약은 바로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종합적인 판단 아래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핵에 대한 그동안의 북한의 태도 변화 및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가 놓여 있다.

우선 핵에 대한 북한의 태도 문제. 프랑스의 상업용 정찰위성 스폿 2호(SPOT-2)가 1989년 영변의 핵연료 재처리 시설 건조장면을 촬영해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북핵사태는 30년 가까이 진행돼오면서 크게 두 개의 국면으로 나뉠 수 있다. 우선 2차 핵실험이 있기 전인 2008년까지는 북한은 핵 문제를 협상용으로 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협상 파기-위기-재협상-합의 도출-…'이 반복되는 했지만 6자 회담 등을 중심으로 여러 협상이 이어졌다. 핵 문제 해결의 전범으로 불리는 2005년의 9·19 공동선언과 2008년 2·13 합의가 만들어진 것도 이 시기이다.

하지만 북한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앞두고 '핵 보유 전략'으로의 이동했다는 평가가 많다. 2009년 1월 13일 당시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북한은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2013년 3월 경제·핵 병진정책을 발표했다. 또 군사적으로도 북한은 2012년 미사일지도국을 전략로켓군으로 개편하였고, 2014년에는 이를 전략군으로 조직을 강화하였다. 지난해에는 제4차와 제5차 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했다. 이 시기 6자회담은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북한이 핵을 갖겠다는 보유 의지를 점점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 시기 변화도 북핵 사태 해결에 부정적이다. 미국은 2011년 아시아 회귀 정책을 천명한 이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북핵을 핑계로 대중 포위 전략을 세우는 데 더 치중하고 있다.

북핵을 둘러싼 상황 변화...대선 주자들 전작권 조기 환수 공약 점검 필요

이런 제반 상황은 햇볕정책이 실시되었던 2000년 초반 상황과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당시 북한은 아직 핵을 협상용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시기이며, 아시아 회귀정책 이전의 미국도 중국 포위 전략에 지금과 같이 집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경제·사회문화·인도지원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해나갔던 햇볕정책은 큰 성과를 냈다.

하지만 북핵을 둘러싼 상황은 변했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려 한다면 그것은 햇볕정책의 단순한 부활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변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회복하려면 변화된 정세에 맞는 전략을 써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경제·사회문화·인도지원 분야의 교류확대 의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만 그친다면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제 군사문제를 어떻게 협상카드화하는가 하는 것이 핵심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추진하되, 군사협상도 병행해야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은 전작권 조기 환수 공약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전작권 환수 문제를 국방력 강화에만 묶어두는 것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하나의 포지션에 묶어놓는 것과 같아 보인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자신의 능력에 맞은 역할을 추구할 수 있도록 활동의 범위를 넓혀줄 필요가 있다. "전작권 조기 환수를 통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계기로 북한과 군사적 문제까지 대화의 장에 올림으로써 북핵 문제 해소를 추진하겠다"는 주장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작권 조기 환수를 주장하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약 속에서 변화된 한반도 상황에 대한 고민이 좀더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화통일 #전시작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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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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