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되면 정리될 것이라는 대통령, 그래도 봄은 온다

[시시비비] '청와대 발 국민'을 믿는 박근혜와 그 '순장조' 공영방송

등록 2017.02.01 14:39수정 2017.02.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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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하네!", "참, 막장도 가지가지로 하네!"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씨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의 힘으로 언론과 검찰이 정리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는 기사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거짓말 속에 진실이 나온다고 했던가. 정씨의 증언(?)은 이렇다. "제가 이렇게 물었다. '지금 검찰이나 언론이 과잉된 게 있어서 혹시 탄핵 기각되면 정리할 것인가, 바로잡을 것인가?' … 묻자마자 대통령이 '이번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고, 누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게 됐다'는 그런 분위기였다. '어느 신문이 어떻고, 이번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관제데모'를 '국민'으로 오판한 대통령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있는 대통령이 앙앙불락(마음에 차지 않거나 야속하게 여겨 즐거워하지 않음)하고 있는 심경이 가감 없이 전달되고 있다. 나날이 조여 들어오는 검찰과 언론의 진실 폭로를 접하면서,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차마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나 자괴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엄연한 현실인 것을! 자신이 쌓아 놓은 거짓의 성채 속에 드러나는 진실의 흔적들 때문에, 발버둥 칠수록 점점 더 깊이 부끄러운 파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오늘날의 이 상황을!

아마도 '청와대 발 국민의 힘'을 과신하고 있는지 모른다. 일당 주고 지방에서 어르신들을 데려오는 것을 믿고 "여러 고생도 무릅쓰고 이렇게 나오신단 걸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심정입니다"고 읊어 대는 것일까? 아니면 "목욕 깔끔하게 해가지고. 목욕하고 나오면 5만 원씩 준다"거나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참석하면 15만 원까지 일당을 준다"는 식으로, 돈으로 관제데모 머리 숫자를 채우는 것을 믿고서 "태극기 집회 참석 인원이 촛불집회의 2배가 넘는다고 들었다"고 떠드는 것일까? 또 서○○ 목사 등 보수단체 대표들이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찾아와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하자, 김기춘 전 실장이 왜 자금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느냐고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호통 치던 것을 믿고서, "국민의 힘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와 삼성재벌 등이 짜고 아스팔트 우파단체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 왔다는 사실까지 확인되고 있다. 심증은 있었으나 물증은 없던 것인데, 이번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그 물증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등 재벌들의 돈 70억 원이 전경련을 통해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고엽제전우회, 시대정신 등 10여 개 우파단체들의 아스팔트 투쟁에 지원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금지원 사실이 보도되고 나서도 이들이 도망가지 않고, 여전히 서울시청 광장 등에서 일부 아스팔트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는 심정에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자금줄이 있는 것일까? 정말로 그것이 궁금하다.


정권의 순장조 자처하는 공영방송, 박근혜 인터넷방송 인터뷰마저 '받아쓰기'

한편, 박근혜 정권의 "순장조"를 자처하는 듯한 KBS, MBC 등 공영방송의 보도 태도 또한 가관이다. 다른 5개 방송사가 모두 문제의 인터뷰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낸 것에 비해, 유독 KBS와 MBC 두 공영 방송사만 박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쓰기하는 수준의 보도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정규재 씨가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자, KBS는 <박 대통령 "최순실 사건, 누군가 기획·관리">(http://bit.ly/2jzpmn2)를 통해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거는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거고요"라는 식으로 박 대통령 주장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한 응당 비판이나 분석은 전혀 없었고, 다만 면피용으로 "민주당은 형식은 불법적이며 내용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는 내용으로 한 마디 덧붙이는 것으로 끝냈다.

다음날인 26일 MBC가 받아쓰기를 이어 갔다. <전격 인터뷰…지지층 재결집 의도?>(http://bit.ly/2k6UPjP)에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시키기 위해서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만 했다고 한다면 그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건가"라는 박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 MBC 역시 박 대통령 인터뷰를 홍보해준다고 봐도 무방한 내용으로 일관했을 뿐, 이에 대한 비판이나 객관적 지적은 없었다. 단지 "야권은 자기방어 논리만 일방적으로 펼쳤다며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고, 새누리당도 민심과 동떨어진 언급이었다고 평가했"다며 단 한마디 언급하는 수준의 구색 맞추기만 있었다.      

음력 새해는 신춘이라 하였다. 그런데 공영방송이나 우파단체의 아스팔트 투쟁의 장에서는 아직도 잔설(殘雪)이 분분(紛紛)하고 있다. 그러나 잔설이 어찌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으랴? 저들이 발악해도 봄은 오고야 마는 것을!

봄이 오면, "국민의 힘으로 검찰과 언론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소리인데.
덧붙이는 글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유진(민언련 정책위원),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정연구(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순장조 #인터뷰 받아쓰기 #공영방송 #관제데모 #시시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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