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항마는 황교안?
반기문 낙마로 '멘붕' 빠진 범여권

[해설] 새누리당은 '황교안 대안론', 바른정당은 '자강론' 부상

등록 2017.02.01 21:36수정 2017.02.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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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마친 반기문 '대선 불출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에 둘러 싸여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하 반기문)의 갑작스러운 불출마로 여권의 대선주자 구도는 '시계제로'에 들어갔다.

범여권의 많은 의원들은 반기문의 귀국 뒤 행보를 보면서 낙마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지만, 막상 이것이 현실화되자 '멘붕(멘탈 붕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을 뜻하는 속어)'에 빠졌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의원은 "말 그대로 보수의 대혼란"이라고 묘사했다.

1일 오전 당사를 찾은 반기문을 면담한 김재경 의원(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좀 힘들어한다는 느낌은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바른정당에 선거 여러 번 뛰어본 의원들이 많다. 나도 반기문에게 '캠프에 들러서 이 사람 저 사람 말 듣지 말고 현장만 뛰라'고 조언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당에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어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병국 대표는 반기문을 면담한 뒤 기자 간담회에서 "반기문이 '외교나 정치나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honesty(정직)'이라고 하길래 '왜 그걸 안 보여주시냐? 정치인들을 불신하는 국민들은 반기문에게 그걸 기대하고 있다'고 하니 반기문도 '맞다'고 답하더라"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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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방문한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를 방문해 정병국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국민들이 사람 몰라봐", 격앙된 반응도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첫 단추를 잘못 끼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우리 정치권이 대한민국이 만든 역사적 인물에 대해 너무 함부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날(1월 31일)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방에서 '반기문 지지' 모임을 가진 충청권 의원들(충남 이명수·박찬우·성일종, 충북 박덕흠·경대수·권석창·이종배)도 망연자실한 반응이었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지지율 15% 밑으로 내려가는데 그 사람인들 계속하고 싶겠나? 국민들이 이렇게 사람을 몰라보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금방이라도 탈당해서 도와줄 것처럼 변죽만 울리는 의원들에게 반기문이 느끼는 배신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바른정당의 김영우 의원은 "지지율 15%가 마지노선이고, 그 밑으로 내려가면 심리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봤다"며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체계는 없고, 일부는 자리다툼하고... 정치인들 매일매일 만나면서 평생 처음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어제 '개헌협의체' 카드도 궁여지책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반기문의 불출마 배경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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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맞이하는 심상정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반기문의 불출마 회견 30분 전 그를 만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반기문에게 '꽃가마 대령하겠다는 사람 절대 믿지 마시라. 외람된 말씀이지만, 총장님을 위한 꽃방석은 마련돼 있지 않다. 총장님이 스스로 확신을 갖는 만큼 중심을 잡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는 '요즘 절감하고 있다'고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며 갑작스러운 불출마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의원은 "최근 미국의 동생·조카의 비리 행적이 시끄럽지 않았나? 아직 검찰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박근혜 정부가 보수의 대항마로 황교안 권한대행을 띄우기 위해 반기문을 수사로 압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기문이 낙마하면 범여권 주자 중 여론조사 2위를 달리는 황 대행(의 대선 출마)에 유리한 정국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황교안 대안론'은 반기문의 뒤를 이을 대항마가 안 보이는 범여권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얘기다.

"황교안은 '박근혜 아바타', 야권이 원하는 시나리오" 경계론 부상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개헌도 물 건너갔고, 바른정당의 대선주자라는 남경필·유승민 지지율 합쳐도 3% 안팎이다. 지지율 두 자릿수를 바라보는 황 대행 말고 다른 대안이 있냐"고 반문했다.

황교안 대안론에는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적극적이다. 그는 전날 "황교안 대행에 대한 국민의 관심(여론조사 지지율)은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도 된다는 국민의 허락을 받은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다.

나 의원은 "보수가 분열되어 있는데 건강한 후보와 개혁·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의원은 '건강한 보수에 황 대행도 포함되냐?'는 질문에 "나는 긍정적이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도 "황교안은 '박근혜 아바타'다. 태극기 들고 뛰는 몇몇 노인들이 국민들 전부 대변하는 게 아니다"라며 "황교안 카드야말로 야권이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황 대행의 출마는 개헌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디자인하고 고민할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바른정당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유승민·남경필 등 자당 주자들을 띄워 승부를 내야하는 '자강론'이 우세하다.

김영우 의원은 "바른정당이 왜 새누리로부터 탈당했고 창당했는지, 이제야말로 우리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이젠 유승민·남경필도 사력을 다해서 대권 행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혜훈 의원도 "국민들의 공허한 가슴을 잘 보듬어서 결국 대안은 우리밖에 없다는 걸 설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기문 #정병국 #김재경 #나경원 #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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