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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상 ⓒ 임윤수
1년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차려집니다. 한 사람의 일생은 생·로·병·사, 관·혼·상·제로 이어집니다. 단명을 하건, 장수를 하건, 부자로 살건, 가난뱅이로 살건 남녀노소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어느 누구도 매일매일 밥을 먹고, 밥을 먹기 위해 상을 차립니다.
삼시세끼 먹는 밥은 하루하루 매끼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차려집니다. 하지만 살아생전 그때가 돼야만 딱 한번만 차려지는 상들은 남다른 의미를 담아 차립니다. 백일, 첫돌, 성년, 결혼, 환갑날처럼 살아가는 동안 딱 한번만 맞게 되는 날 차리는 상들이 그렇습니다.
매일매일 차리는 상이야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 되지만 특별한 날 차리는 상은 정성으로 버무린 마음, 의미를 고여 차리는 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특별한 날 상에 차리는 의미를 알아간다는 건 인생을 새기게 되는 기회라 생각됩니다.
알고 받으면 더 좋은 <마음을 담은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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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담은 상차림> / 글 김소연 / 그림 김동성 / 펴낸곳 (주)사계절출판사 / 2017년 1월 18일 / 값 13,000원 ⓒ (주)사계절출판사
<마음을 담은 상차림>(글 김소연, 그림 김동성, 펴낸곳 (주)사계절출판사)은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책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평생에 걸쳐 딱 한번만 받게 되는 상, 그 상차림에 담긴 의미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화책을 읽을 또래의 아이들이 일찍부터 인생이 뭔가를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이런 의미를 담은 상들이 언제쯤 차려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그런 상을 받을 날을 기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의미입니다. 의식은 의미와 상징입니다. 모르고 먹으면 그냥 배만 부르게 하는 음식에 불과하지만 차려진 상에 담긴 마음을 알고, 의미를 알게 되면 배만 부르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도 부르게 하고 인생도 부르게 하는 그런 상이 됩니다.
책거리 상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 공부할 나이에 이르면 글을 배우기 시작하지요.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해서 책 한 권을 떼면 책거리 상을 받습니다. 상 위엔 호색송편과 매화송편, 국수장국 한 그릇을 올린답니다. 오색송편은 깨와 팥으로 소를 꽉 채우지요. 학문과 덕도 그처럼 꽉 채우란 뜻이에요. 소를 비운 매화송편은 마음과 뜻을 넓게 가지라는 말이겠지요. 국수장국엔 학문을 길게 이어가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 <마음을 담은 상차림>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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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딱 한 번, 신랑과 새댁이 되던 날 받는 혼례상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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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고나면 후손들이 차려주는 제사상 ⓒ 임윤수
살아생전 받을 수 있는 백일상부터 환갑상까지, 죽으면 후손들이 차려줄 제사상에 담긴 의미까지를 살피다 보면 전통으로 계승되어야 할 의미는 밥상머리교육처럼 이어지고, 상차림으로 전해져야 할 마음은 백일 상에 오르던 하얀 백설기만큼이나 수북하게 전해질 것입니다.
책은 개다리소반에 차린 삼신상처럼 40쪽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해진미로 차려진 각양각색의 그림은 특별한 상이 차려지던 날 풍경을 음미하게 하고, 진수성찬만큼이나 재미있게 조리한 설명은 상을 차린 마음과 의미에 감칠맛 같은 재미를 더해줍니다.
<마음을 담은 상차림>은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 듣는 재미와 들려주는 재미만 더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상에 차려지던 인생의 의미까지를 새기게 하는 지혜 또한 더해줄 거라 기대됩니다.
마음을 담은 상차림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사계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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