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광장
길동무
저녁 식사 후 산책 차림으로 다시 모였다. 파티마 광장(Cova da Iria)을 탐사하기로 했다. 광장을 향해 걸었다. 언제나 걸을 때면 드러나는 길동무 부부들의 자동 포즈가 있다. 부부 손잡기다. 급할 것이 없는 산책길이기 때문일까? 오늘은 허리를 휘감고 어깨를 감싼 손이 더 많다. 젊은 연인들 못지않은 다정함이 넘친다. 우리 부부만 튀면 안 된다. 아내와 나도 손을 잡는다. 아내에게서 전달되는 체온이 싫지 않다. 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왜 홍조를 띨까?
광장으로 가는 길, 길 양쪽으로 가톨릭 성물(聖物) 방들이 빼곡하게 늘어섰다. 윈도우 안에는 각종 가톨릭 성인들의 상과 십자가, 미사 제의 등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왠지 보는 사람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언젠가 큰 사찰에 갔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물건을 파는 것은 다 같은데 왜 성물을 파는 곳은 뭔가 다른 느낌이지? 왜 '정숙' 두 글자가 내 몸을 파고들지? 그래 모든 게 내 탓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모두가 내 탓이옵니다!"가로등에 기대앉아 기타를 튕기는 악사가 있다. 작은 바 앞에 놓인 파라솔 꽂힌 원탁에서 왁자지껄 맥주를 즐기는 팀도 있다. 과연 광장으로 가는 길답다. 순간 파티마와는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스친다.
"사람 사는 곳인데 뭘… 손꼽히는 성지지만 또한 수많은 사람이 찾는 여행지인 것을……" 경직과 풀림이란 늘 이렇다. 순간순간 다르다. 와인 잔 하나가 감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느낌 또한 이렇게 작은 것으로 인해 미묘해지고 찰나에 요동친다. 광장에 들어섰다. 30만 명을 수용한다는 광장이다. 어두워서 더욱 깊어 보이는 걸까? 광장 저쪽 끝이 참 멀어 보인다. 어둠으로 드러나는 빛, 광장 정면에 높이 65m로 우뚝 솟은 파티마 대성당의 십자가가 한 무더기 은빛을 뿌린다. 그 은빛이 양편으로 거느린 회랑을 장엄하게 드러낸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웅장함이 돋보이는 파티마 대성당은 온전히 파티마를 찾는 순례자들을 위해 지은 것입니다. 1928년 착공 25년 만인 1953년에 완공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