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민주주의당에서 새로운 독일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사회주의'라는 말이 일종의 비난의 수단으로 쓰이는 한국에서는 과연 이런 정치인을 키워낼 수 있을까요?
권은비
어쩌다 마주친 그대독일에서 살면서 나는 많이 변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60~70대의 '친구'가 생긴 것이다.
내 인생에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구'라는 것이 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친구들과의 대화가 시작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삼매경이 시작되곤 했다.
어느 날, 그 '나이 많은' 친구들의 모임에 초대가 되어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더랬다. 그리고 며칠 뒤 '추리닝' 차림으로 베를린의 한 아시아 마켓에서 라면을 잔뜩 사오는 길이었다. 한 백발의 할아버지와 몇 초간 눈이 마주쳤다. 순간 서로 눈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머릿속으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라는 생각만 떠오를 뿐이었다.
혹시나 나의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한테 소개받은 또 다른 할아버지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결국 누구인지가 생각나질 않았다. 집에 도착한 뒤에서야 그가 누구인지 떠올라 헛웃음이 나왔다. 그 뒤로 그 할아버지를 3~4번 거리에서 마주쳤던 것 같다.
그리고 2017년 2월 12일, 나와 길거리에서 눈을 마주친 백발의 할아버지는 독일의 16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공장노동자인 어머니와 가구공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흙수저, '노숙자 대한 국가개입'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받은 사람, 사회민주주의자, 트럼프를 반대하는 대표 독일 정치인, 그러나 어쨌든 나에게는 길에서 몇 번 마주친 백발의 독일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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