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남소연
[굴욕 3] '추가 탈당' 줄고 이탈 조짐까지?
2차 탈당 러시를 자신했던 지도부의 기대와 달리, 자유한국당 일부 중도 의원들의 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유승민 캠프에 합류한 홍철호 의원을 마지막으로, 바른정당 의석은 32석에서 멈췄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당원 연수에서 "이제는 등 떠밀어도 우리당 안 나간다"고 자부한 이유다.
발을 붙잡는 대표적 이유는 바른정당을 향한 탐탁지 않은 지역 민심이다. 특히 보수 성향이 짙은 경북 지역의 경우, 당에 드리운 '배신자' 낙인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현역 신분에서, 이 시선을 외면하고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자타공인 'TK적자'인 유승민 의원조차 24일 자 갤럽 조사에서 TK 지역 지지도 6%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4%)와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지역구의 한 바른정당 의원은 "우리 지역의 경우 김무성, 유승민을 다 싫어한다"면서 "(그런 시선은) 그냥 무조건적이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 지역 민심을 듣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탈당) '세모(보류)' 상태다"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의 이탈 조짐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내 한 당직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일부 의원들의)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박맹우 사무총장을 찾아와 돌아가고 싶다고 한 의원들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굴욕 4] 반기문 불출마, 우왕좌왕 지도부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대선 동력과 지도부의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창당 당시, 정병국 대표는 "당 밖에서 하실 게 아니라 바른정당으로 들어오셔서 본격적인 지원을 받으며 뛰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며 반 전 총장을 향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결국 입당이 무산되면서, 당내에서는 '반기문만 쫓다가 대선판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위기극복 불씨는 탄핵 인용?당을 바라보는 안팎의 진단은 사망선고부터, 재생 기대까지 가지각색이다. 남 지사 캠프의 좌장 격인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바른정당의 모습을 두고 "망한 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기네끼리 서로 (당직) 나눠먹기 하며 즐기고 있지 않나. 지방선거를 거치며 (당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다른 시각을 던졌다. 신 교수는 "보수 세력은 김영삼 정부 이후 항상 (주도권을) 민정계와 민주계를 교대해왔다"면서 "이명박 정권은 민주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정계로, 민주계인 바른정당이 보수 세력을 대표할 때가 오긴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몰락 위기에 처한 '친박' 권력층 대신, 이들에서 이탈한 뒤 새 보수를 선언한 바른정당이 기회를 잡는 게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이어 "바른정당이 친박, 친문 세력의 '무지막지함'을 탈피하면, (대표 보수 세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 다수 의원이 주목하는 변곡점은 '탄핵 인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심판으로 권좌에서 내려오면, '친박당'을 떠난 바른정당의 명분이 다시 돋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학용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이 분수령이 되어 (당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시간문제다. 우리에게는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명분은 다른 진영과의 연대 가능성을 높일 '장작'이 될 전망이다. 김무성 고문과 김종인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거듭 회동하며 '비문 개헌 연대'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유 의원 또한 국민의당 일부 진영과의 연대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김학용 의원은 '국민의당 인사 또한 인재영입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소위 패권세력만 아니면 관계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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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굴욕'의 한 달, "망한 당"vs."아직 기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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