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재' 미디어데이 기념촬영지난 2016년 9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 시대와 함께 하는 집) 주최 동북아포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왼쪽부터) 총괄부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헌재 이사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창호 외신기자클럽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우성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딱 부러지게 내놓는 근거는 없다. 다만 여시재가 지난해 9월과 10월에 각각 주최한 미디어데이와 동북아포럼에 안 지사와 김부겸 의원, 이광재 여시재 부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쪽 인사들은 물론이고, 여권 쪽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한 걸 두고 안 지사 등이 여시재 회원이며 '여시재를 10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주장한다.
남경필 지사와 원희룡 지사가 이광재 부원장, 김부겸 의원 그리고 안 지사와 가까운 관계인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 정치가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뛰어넘는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기조를 오랫동안 공유해왔다. 이광재 부원장은 '절친'을 묻는 질문에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두 사람이다. 선배지만 김부겸 전 의원은 각별히 좋아한다"(<월간중앙 2015년 12월호)고 답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 간의 관계가 그렇다는 것이지 여시재를 매개로 한 조직적 결합은 아니다. 여시재는 연구재단이기 때문에 이사진과 연구원들로 구성돼 있을 뿐 회원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안 지사 등이 여시재 회원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는 셈이다.
'10년 준비' 대목도 사실과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이광재 부원장이 "저희(이광재, 안희정, 김부겸, 남경필, 원희룡 등)가 한 10년 전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실질적인 지도자가 될 사람들을 사귀자. 그래서 각 나라에서 각자 성장했다가 어느 시간 의미 있는 시간이 왔을 때 우리가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미래를 얘기해보자라고 계획을 하고 10년 동안 쭉 사귀어 왔던 것이죠"(2016년 10월 1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라고 한 발언을 '여시재'에 중심을 두고 변용한 것이다.
여시재 이사진은 이헌재(전 경제부총리) 이사장을 포함해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도연 포항공대총장, 김현종 전 유엔대사,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박병엽 전 팬택 대표이사 부회장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경제부총리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이헌재 이사장과 김현종 전 대사,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재단 이사인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조하고 국무총리 지명까지 받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에 주목해 '연정'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이사진 2015년 여름에 구성돼... 연정론 배후주장, 시기적으로도 안맞아"이와 관련해 여시재의 한 관계자는 "재단이 외교부에서 등록 필증을 받은 날짜가 2015년 12월인데, 이 등록과정에 6개월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그해 여름에 재단 이사진 구성이 끝나있었다"면서 "시간적 상황을 따져봐도 여시재와 안 지사의 연정을 연결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의 대선 운동을 돕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팩트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수준의 이야기들이라 공식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SNS상의 일부 네트워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와 여시재의 배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 이들도 있으나, 유일한 근거는 2010년 9월 충남 부여에서 열린 세계대백제전 행사에서 안 지사와 이광재 부원장이 이 전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웃는 사진 정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