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2차) 유해.
윤성효
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서 한국전쟁 전후 집단학살 되었던 민간인들은 확인사살까지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현장에서 나온 '45구경' 탄두 2점을 근거로 이같이 추정했다. 공동조사단은 지난 23일부터 이곳에서 발굴작업을 벌이고, 28일 현장을 공개했다.
공동조사단은 2014년 2월 1차 발굴 때 유해 39구와 유품 90점을 발굴했다. 이번 2차 발굴조사는 1차 현장에서 100m 아래 쪽에서 진행됐다.
허벅지뼈와 정강뼈, 위팔뼈, 머리뼈 등이 나왔고, 주인공은 남아 어른으로 추정된다. 유품은 버클 5개와 탄두 6개, 안경 1개, 고무줄, 단추 등이 나왔다. 탄두는 카빈 3점, 45구경 2점, M1 1점이다.
유해와 유품은 가로 8m, 세로 2m 넓이에 깊이 30~50cm 정도의 범위 안에서 나왔다. 박선주 발굴단장(충북대 명예교수)은 유품으로 나온 '45구경' 탄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45구경이 나왔다는 것은 확인사살로 추정되는 증거"라며 "45구경은 권총으로 유효 거리가 가깝다. 확인 사살할 때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해와 탄두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 "세월이 지나면서 빗물에 씻겨 내려갔거나 이전에 이 장소에 대해 파낸 흔적이 있어서 상당수가 없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경은 도수가 없다. 박 교수는 "1950년대 발굴지에서 나온 안경은 대부분 도수가 없는데, 멋으로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단추는 둥근 모형 4개, 4열 흰색 11개, 2열 녹색 2개, 4열 검정색 1개가 나왔다. 박 교수는 "형무소 재소자는 죄수복을 입고 있어 단추가 거의 일치하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단추가 나왔다"며 "이는 재소자가 아니라 국민보도연맹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단추의 색깔이 흰색이 많아 여름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학살 시기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인 1950년 6~8월 사이로 추정된다"고 했다.
버클 2개 앞면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한자 '고(高)'자를 새겨 놓은 버클은 고등학교 마크로 추정되고, 다른 하나는 한자 '체(體)'자와 함께 '조선체육회'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