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특검보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희훈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국정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월28일로 공식적인 활동을 마감했다. 방대한 수사 범위와 짧은 수사 기간 등 열악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특검팀을 향해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특검의 수사를 인계할 검찰에게로 향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와 정세균 국회의장의 특검법 직권상정 거부로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사실상 가로막힌 가운데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야 할 검찰이 특검의 수사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지난 3개월 동안 '국민특검'이라는 애칭을 받으며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쳐온 터였다. 비록 핵심 피의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무산됐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하고, 이화여대 학사비리와 블랙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관계자를 줄줄이 구속 기소하는 등 역대 특검 중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다수 국민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요구했던 것도 이같은 맹활약에 고무된 탓이었다. 정권 편향적인 봐주기 수사와 물타기 수사, 꼬리 짜르기 수사로 일관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특검의 모습에 국민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고, 이에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의 필요성이 야권과 범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대두됐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검찰에 대한 지독한 불신 역시 특검연장의 당위를 배가시킨 요인이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다. 특검이 발족하게 된 원인을 검찰 스스로 제공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게 다시 사건이 인계됐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다.
왜 안 그럴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검찰은 국가기관의 신뢰도 조사에서 언제나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가 대한민국 파워집단의 국민신뢰도를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처음 조사를 실시한 지난 2008년 최하위인 8위를 기록한데 이어 2009년 7위, 2015년 다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불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신뢰도 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을 향한 지독한 불신은 '떡검', '검새', '섹검', '떡찰', '베검' 등 입에 담기 민망한 비아냥과 조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사정기관으로서의 자긍심과 긍지는 커녕 검찰의 위상이 이처럼 볼품 없이 초라하다.
국민의 관심이 검찰에 쏠리는 것은 그런 이유다. 국가기관 신뢰도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검찰이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탓이다. 더욱이 황 대행은 특검연장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로 향후 수사가 조기대선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상 황 대행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만큼 검찰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검찰이 조직보호를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의정부지검의 임은정 검사의 주장이 그 대표적이다. 임 검사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이 게이트 초기에 검찰 수뇌부에서 그 속내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사건 배당으로 수사가 지연되었음을 차마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만, 결국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40여명의 검사를 투입했던 검찰"이라면서 "역사의 도도한 물결이 결국 둑을 허물어뜨리고 이 땅의 불의를 쓸어내고 있는데, 검찰이 역사의 물결에 몸을 싣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임 검사는 이어 "물론 종래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의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한 현 검찰 수뇌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의 범죄 혹은 잘못 유무에 대해 국민들의 의심을 해소할 수 있을 만큼 명명백백 밝힐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저도 회의적이기는 하다"며 "하지만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검찰 수뇌부에서 공수처 도입 필요성을 스스로 만들어주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자정노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이성적으로 기대해 본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임 검사의 지적대로 지난해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 전반기에는 수사의지를 내비치지 않다가 후반부에 이르러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선 바 있다. 그로 인해 박 대통령과 검찰이 각을 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내용이 대부분 국민에게 알려진 상태에서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인 검찰이 조직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기존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임 검사의 판단이다. 그러나 검찰을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특검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거세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이와 관련 오는 3월13일 이전 선고가 유력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 헌재의 심판 결과에 따라 검찰의 수사 기조 역시 정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현직 대통령의 지위를 상실한다. 검찰 소환 등 강제수사가 가능해져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탄핵 인용 시 박 대통령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도 검찰의 적극수사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정권교체가 유력하다는 점도 검찰의 수사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 수사는 미궁 속으로 빠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검찰의 생리상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정치환경에 맞춰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정농단 수사의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간 상황이다. 불신의 온상인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의 엄중한 수사를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껴안을지 아니면 외면할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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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결말, 헌재 탄핵심판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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