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작가
박현주
- 먼저 축하드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주세죽이란 인물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남이든 북이든 정치경제 체제가 부끄러울 정도로 천박하다. 우리 후손들이 오늘의 우리를 어떻게 볼까. 그런데 우리의 근현대사가 친일과 종북 논쟁 따위로 오염된 것만은 아니다. 근현대사를 깊은 지층까지 파고 들어가면 그곳에서 청신한 샘물을 발견할 수 있다. 해방 70년을 맞아 주세죽을 통해 '모든 불평등에 정면으로 맞선 상징'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주세죽의 꿈은 오늘의 남에서도 북에서도 실현되지 못했기에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 <코레예바의 눈물>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가장 흥미로웠던 때는?"주세죽의 내면으로 들어가 형상화해야 했다. 독립혁명가로서 내면은 자신 있었지만, 여성의 심리를 과연 내가 온새미로 파악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 잘 써지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흥미롭기도 했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제대로 보았는지 심판은 독자, 특히 여성 독자 분들의 몫이다."
- 작가는 언론인으로도 유명하고, 언론, 민주주의, 사회과학 분야의 인문 교양서를 다수 출간하였다. 주세죽의 삶을 논픽션이 아닌, 소설 형식으로 복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세죽의 기록은 남아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 오랜 시간 걸쳐 자료를 모았지만, 일제 경찰과 소련 정보기관이 기록한 짧은 이력들뿐이다. 창백한 숫자와 문자로만 남아있는 생애를 생생하게 형상화하려면 논픽션으로 불가능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주세죽의 진실에 다가서려고 최선을 다했다. 소설을 쓰며 내 안에 주세죽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 작가는 2000년도에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을 출간한 이후부터 소설가로도 살아왔다. 언론 이전에 문학에도 뜻이 있었는가? 작가가 느낀 문학의 매력은 무엇인가?"대학시절 문학평론으로 연세문학상에 입선했다. 당시 쓴 평론 제목이 '겨레의 진실과 표현의 과제'였다. 내 삶의 좌표이기도 했다. 내가 탐색한 진실을 뒤늦게 표현해가고 있다. 아름다운 삶을 살았지만 원혼이 된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문학에서 찾았다. 그 원혼들에게 올리는 조촐한 술 한 잔이 나의 문학이길 소망하며 쓰고 있다."
- 작가는 문학/비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매해 1~2권씩 출간하는 등 다작 활동을 하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많은 이들이 고통스런 길을 걸어갔다. 나름대로 언론노동운동, 새로운 사회운동에 나섰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살아왔다. 살아남은 자의 의무를 절감하고 있다. 그때마다 글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가능한 많은 동시대인들과 나눠야 한다고 다짐했다."
-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또는 쓰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이 땅의 피투성이 원혼들을 더 불러오고 싶다. 그들의 깨끗한 진실, 그 웅숭깊은 가슴을 형상화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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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죽 통해 '불평등 맞선 상징' 형상화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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