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대출 받았으니 빚은 1억? 착각이다

저금리 시대 생존전략 ③ 부채관리

등록 2017.03.03 17:28수정 2017.03.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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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는 부채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과거에는 "무능력하거나 불성실한 사람이나 빚지고 산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채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 때 대출을 받아 학비를 충당하는 이른바 캠퍼스푸어로 성년을 시작한다. 학자금 대출 갚다 보면 돈 모으기 쉽지 않아 결혼도 어렵다. 결혼해도 집값이 비싸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니 이건 허니문푸어다. 아이들 커가면서 사교육비에 대학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면 베이비 푸어, 내 집 한칸 마련하려면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니 결국 하우스푸어가 된다.

이렇게 평생 은행이자 갚다가 마침내 노년에는 실버푸어로 전락하여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삶의 의미와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빚 갚다가 평생을 보내는 비참한 채무노예의 삶이 지금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개개인의 무능이나 불성실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거나 교육 같은 필수비용의 가격은 수 십년간 계속 치솟고 있는 반면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는 이를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그 간격을 부채로 메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소비를 하거나 화려한 생활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상을 지켜 가기 위한 것조차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부채가 없으면 불가능한 지경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 익숙해 지면서 부채에 대한 경계심이 심각하게 둔해졌다는 사실이다. 부채는 얻을 때는 쉽다. 1억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한달에 100만 원씩 꼬박 저축해도 거의 10년이 걸린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다. 그런데 부채는 순식간에 내 계좌에 일억원이 입금된다. 10년을 힘들게 노동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간단하고 쉽다. 그 대가로 한달에 40만 원정도이자만 내면 된다. 1억에 비해 40만 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보인다.

원금만 빚이라고 생각하는 착각

1억과 30만 원만을 비교해서 손 쉽게 1억의 빚을 지는 이 단순한 계산은 심각한 착각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이자는 한달만 내는 것이 아니다. 특히 큰 금액을 빌릴수록 상환기간은 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자로 부담하는 금액이 매우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약 10년 동안 1억을 빌려서 갚는다고 했을 때 이자를 4%라고 한다면 원금 일시상환인 경우 이자만 4천만 원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빚은 1억이 아니라 1억4천만 원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당신의 빚이 얼마냐고 물으면 대부분 원금만 대답한다. 이것은 부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심각한 오류이다. 이자 또한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부채이며 당연히 원금과 함께 포함하여 전체 부채금액을 판단해야 한다. 부채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원금과 이자를 함께 계산해 보자. 그리고 반드시 갚아야 할 부채총액에 이자까지 포함시켜 머리속에 기억시키길 바란다.

이자의 진짜 금리는 무엇일까?


이자는 반드시 내야 하는 비용임으로 이자를 내는 만큼 나는 저축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4% 로 이자를 내고 있다고 해서 이자율을 4%라고 볼 것이 아니라 만약 이 이자를 저축한다면 받을 수 있는 금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금액으로 적금을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2%라고 한다면 내가 지불하는 이자금리는 실제 이자율 4%와 기회비용으로 포기해야 하는 이자율 2%를 합한 6%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지금 당장 부채를 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해외여행도, 내 한달 월급만큼 하는 명품백도 신용카드를 쓰면 바로 지금 내 것이 된다. 새 차도 할부를 이용하면 내일 당장 살 수 있다. 요즘 소비패턴은 갖고 싶고 쓰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먼저 저지르고 즉 빚을 지고 해결하고 이를 나중에 갚아 나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자의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내가 부담해야 하는 부채이자는 생각보다 크다.

나쁜 것은 오래가는 심리와 부채

부채의 악영향은 사실 금전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것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아 천천히"라는 노래가 있다. "너와 있을 때면 시간이 도망가 버리네 ... 어떻게 이럴 수 있니 하루가 금방 지나가 너와 항상 있다간 할머니 되겠네"라는 노래 가사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상대적이라는 훌륭한 설명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즐거운 것을 하고 있을 때,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는 시간이 이처럼 금방 지나간다. 그러나 반대로 재미없는 것을 하고 있을 때, 지루한 상황일 때, 싫은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갈 수 없다. 재미 없는 것을 할 때면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시간을 보면 몇 분 지나지 않은 채이고, 5분 간격으로 시계를 쳐다보는 일을 반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상대적으로 느끼는 것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 "고통은 기쁨보다 강력하다"고 표현한다.

이런 심리가 돈 관리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바로 빚을 지는 행위와 깊은 관계가 있다. 만약 신용카드 12개월 할부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하자. 여행하는 시간은 즐거움에 비례해서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린다. 그런데 12개월 할부로 빚을 갚아야 하는 시간은 불행히도 12개월이 아니라 그 이상 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바로 나쁜 것이 좋은 것 보다 더 오래가기 때문이다.

만약 할부 거래를 이용하거나, 내 돈이 아닌 신용카드로 물건을 소비하는 행위가 소비 습관이 되었다면 그것은 의도하지 않게 평생동안 일상 속에서 나쁜 기억을 계속 쌓아가며 살아간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부정적인 기분은 긍정적인 기분에 비해서 3~5배나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새 TV를 사는 기쁨이 100이라면, 이것을 대출받아 샀을 때 빚을 갚아야 하는 부정적 기분은 300에서 500에 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의 행복을 늘리기 위해서 가능한 부정적 기분을 삶에서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빚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소비할 때 할부는 절대 이용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돈의 한도내에서만 소비를 하라는 말은 진부한 것처럼 들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물론 돈을 절약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삶에서 부정적 감정과 느낌을 최소화하여 일상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행복하고 싶어서 더 즐겁고 싶어서 이자까지 부담하며 돈을 쓰고 욕망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욕망을 빚이 아닌 내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견지한다면 시간상으로 조금 늦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금전적으로는 유리하게 그리고 심리적으로 더 충분하게 욕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후회없는 돈 쓰기를 안내하는 신개념 돈관리 사이트 머니네비(www.moneynavi.co.kr)의 생활경제컬럼에도 실렸습니다.
#부채 #저금리 #재테크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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