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집에 증거 빼돌린 김기춘, 날 구속하라고?"

[박영수 특검의 소회-2] "검사들 코피 흘리고, 매일매일 위태"

등록 2017.03.03 19:06수정 2017.03.0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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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 특검과 특검보들이 3일 낮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수사기간이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는 특검팀이 가장 위기였을 때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로, 가장 가슴 아팠을 때를 '특검이 강압수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때로 꼽았다.

박 특검은 3일 서을 대치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참 위태위태했다. 검사들 병원 가고 코피 흘리고..."라면서 "매일매일이 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박 특검은 가장 위기였던 때를 "삼성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 구속) 영장이 기각됐을 때 굉장히 위기였다"며 "하지만 법원에서 지적한대로 사건을 다시 보자, 그렇게 다시 보고 하는 과정에서 다시 사건이 풀려갔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한 뇌물공여 사건에 대해 일각에선 '권력이 돈을 달라 해 마지 못해 준 것'이라며 뇌물죄 성립은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특검은 이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간략히 정리했다.

"지금 최순실 사건은 큰 두 개의 고리가 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서 대통령을 팔고 해서 국정을 농단한 것이 한 고리라면, 다른 한 고리는 정경유착이다. 정경유착의 고리에 최순실이 끼어들었기 때문에 자꾸 그런 주장을 하는데, 최순실 입장에서는 기존에 있던 정경유착을 활용한 셈이다. 사건은 이 두 개의 고리로 이뤄져 있는데 자꾸 삼성이나 기업들이 재단에 출연한 행위를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우리 검사들도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경련을 탈퇴하는 등 이제는 정부에서 뭘 하려고 해도 정당한 게 아니면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러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 나라를 개선해야 한다. 자본주의 나라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박 특검은 수사를 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을 때를 정치권 일각에서 '특검이 강압수사를 한다'고 공격했을 때를 꼽았다. 최순실씨는 특검에 소환되면서 '자유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소리쳤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의식불명 상태인 김 전 비서실장 아들 집을 압수수색한 일을 문제삼아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특검 해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특검은 "제일 가슴 아픈 건 우리 특검의 수사가 너무 거칠다고 막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정말 억울하다"며 "최순실씨한테 한 방 먹었는데, 하하, 오히려 그게 더 우리 검사들이 적법 수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오히려"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갔을 때 증거를 미리 다 옮겨놓았던 상황을 전하면서 "우리가 분석해보니 그 (압수수색) 전전날 동네 CCTV에 잡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디로 옮겼느냐, 일주일 동안 추적을 했다. 보니까 바로 인근에 있는 딸 집으로도 가고 아들 집으로도 가고 했다"며 "아드님이 굉장히 아픈 상황에서 그걸 찾으러 가야 하는데 정말 고민 끝에 검사들이 가서 아주머니랑 (김 전 실장 아들) 부인한테도 '(김 전 실장 집에서) 가져온 것만 주십쇼' 절대 마음 상하지 않게 그렇게 예의를 갖추고 그랬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그랬는데 나중에 정치권에서는 뭐 밤 12시에 들이닥쳤다고 뭐라 하는데 아니 나도 인간이고 검사들도 인간이고, (김기춘 전 실장은) 내가 5공비리 수사 때 검찰총장으로 모신 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겠느냐"며 "그렇게 비난할 땐 참 좀 가슴이 아프더라. 그렇게 비인간적인 수사는 아니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특검에서 소환조사를 받을 당시 따로 만난 일도 전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박 특검에게 부인과 자녀의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고 박 특검은 밝혔다. 박 특검은 "조사 끝난 날 12시쯤 가서 뵈었다"며 "그분은 연세도 있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한 번에 조사를 끝내자고 했는데, 법정에선 특검을 저기 뭐 (구속)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28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직권남용을 한 건 특검"이라며 "구속 수사 받아야 하는 건 특검"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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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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