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한기총 주최로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이희훈
한국기독교는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린 카톨릭과는 다르게 외국 선교사들 특히 미국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6·25 전쟁 발발로 속절없이 남쪽으로 밀리던 한국이 가공할 무기와 물자를 가진 미군이 들어오면서 전세가 역전되었고 그나마 지금의 한반도를 휴전선 아래로 지켰다는 게 보수기독교인들의 뿌리깊은 생각이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북한이 남한보다 상황이 나았고 소련의 무기를 앞세운 침략에 삼일 만에 서울이 함락됐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는 대국민 방송을 하고, 안전한 남쪽으로 국민보다 먼저 몸을 피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한국으로 선교사를 보내어 동방 작은 나라에 빛을 보낸 미국이, 쓰러져 가는 한국을 위해서 군대를 보내어 북한공산당을 이 땅에서 몰아내었고, 전후까지 남아서 남한 안보를 책임지며 밀가루와 설탕을 보내어 이땅을 풍요롭게 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물론 여러가지 반론과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야 하나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의 상태를 설명한 말이다).
보수기독교인들은 하느님의 뜻으로 미군은 한국에 주둔하면서 고비마다 한국을 지켜주었기에 21세기 세계 12위권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미국이 선교사들을 보내서 이땅에 근대화가 시작되었고, 전쟁에서 구조되었며, 그들이 고비마다 위기에서 탈출시켜주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따라서 보수기독교인들은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을 살린 미국을 위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은 곧 하느님을 대적하는 세력이라는 잘못된 인식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냉전시대에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이 소련과 중국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 세력이었고, 북한도 공산주의이기에(엄밀히 말하면 전체주의) 대화와 타협의 상대가 아니라 미국의 엄청난 무기와 물자로 눌러서 없애버려야할 대상일 뿐이다.
물론 북한 사람들 전체가 그 대상이 아니라 김정은 등 북한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일부를 칭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같은 사고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이들을 모두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없애버려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극단적 사고로 이어진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의 정책 또는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은 6·25 전쟁 발발자인 북한과 동일시 해서 '빨갱이'가 되어버리는 말도 안되는 논리적 비약이 일어나는 셈이다.
보수 기독교인들과 보수주의 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들어서 끊임없는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 마치 개가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바닥에 누워 배를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국기는 왜 드는가?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 일부는 이스라엘기도 들었다. 기독교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은 두개의 큰 파트로 나누어진다. 구약과 신약. 구약은 예수가 태어나기 전까지 이스라엘의 역사이고, 신약은 예수의 생애와 말씀, 제자들의 기독교 전파에 대한 기록이다.
한국 기독교는 구약 이스라엘의 선민사상에 부러움을 가진다. 다행이 예수가 이땅에 와서 다른 민족들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격한다. 이스라엘에서 예수가 태어났고 예수의 복음이 로마로 전해졌으며 로마에서 유럽으로, 영국에서 아메리카로 다시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어진 기독교의 근원을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는 그리스도교 즉 메시아를 숭배하고 섬기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고대 이스라엘을 현대의 이스라엘과 동일시해서 3·1절 기념 행사에 태극기, 성조기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를 드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기 힘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드는 보수단체들도 단편적인 역사인식으로 사고를 단순화시키기 보다는 다양하고 보편적인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 3·1절 뿐만 아니라 여러 집회에서도 분별있는 태극기 사용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군복과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를 들기 보다는 유시민 작가가 쓴 <국가란 무엇인가>를 일독하기를 권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