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오펠 매각'과 '산은 지분매각'에 고용불안

사무직 희망퇴직 실시... 2015년에도 지분매각 후 '생산량 감축' 보고서 등장

등록 2017.03.10 16:47수정 2017.03.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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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어 오펠까지 유럽 철수…한국지엠, 수출 감소에 고용불안

GM(제너럴모터스)이 유럽 OPEL(오펠)을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 매각하기로 해, 쉐보레에 이은 오펠의 유럽 철수로 한국지엠의 수출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고용불안도 예상되며, 한국지엠은 지난 3일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실시를 발표했다.

한국지엠 노사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GM은 지난 6일(현지시각) PSA그룹에 오펠을 22억유로(약 2조 7000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GM은 지난 2013년 12월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할 때 '오펠'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했으나, 3년여 만에 유럽에서 완전 철수하게 됐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지엠 수출량은 지엠이 쉐보레를 유럽에서 철수한 2013년 63만대에서 2014년 48만대, 2015년 46만대, 2016년 42만대로 꾸준히 감소했다. 유럽에서 쉐보레 철수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지엠은 오펠과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해 '스파크(창원공장)'와 '트랙스(부평공장)' 등을 유럽에 수출했다. 오펠마저 철수하게 돼, 한국지엠 생산 차량의 유럽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에서 생산한 '트랙스'와 '캡티바'를 오펠의 '모카'와 '안타라'라는 이름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창원공장에선 생산한 '스파크'를 오펠의 '칼'이라는 이름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 차량들은 지난해 14만대 넘게 수출했다. 이는 한국지엠 전체 수출물량의 약 33%를 차지하고 있다. 즉, PSA그룹이 이 차량들의 라인업을 바꿀 경우 한국지엠은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고용불안이라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GM의 오펠 매각으로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고용불안이 심화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GM이 2013년에 쉐보레를 유럽에서 철수한 뒤, 한국지엠은 2014년에만 희망퇴직 두 차례 실시해 390여 명을 내보냈다. 당시 주력 수출 차종은 '크루즈'였는데, 크루즈 생산 중단에 따라 군산공장에서는 비정규직 1000여 명이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3일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오펠 매각과 함께 사무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엔진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현장에선 고용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여기다 지난 9일 증권가와 국내 언론에 중국의 상하이기차(SAIC)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지엠이 GM의 글로벌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생산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2015년에도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 매각 후 '생산량 감축' 등장

상하이기차는 GM(76.96%)과 산은(17.02%)에 이어 6.02%를 보유한 한국지엠의 3대 주주다. 상하이기차는 GM과 합작으로 상하이지엠을 설립해 중국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산은 지분 인수에 산은과 GM 모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기차가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아시아시장에서 상하이기차와 GM이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GM은 상하이지엠의 지분 1%를 상하이기차에 매각해 지분 비율을 49%로 낮추며 상하이기차에 상당한 경영권을 넘겨줬고, 이번에 산은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한국지엠에서 상하이기차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반면, 산은이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할 땐 전량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산은이 행사했던 비토권(=어떤 사안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한국지엠에선 지분 15% 이상)이 사라질 전망이다. GM의 '먹튀(먹고 튀어=자본 철수)' 논란이 있을 때마다 비토권을 토대로 노조와 정치권은 GM을 견제했는데, 이게 사라지는 것이다.

산은은 과거에 한국지엠 지분을 28%까지 소유했다. 하지만 GM 2009년 10월에 주식 4219억원어치를 인수(=유상증자)하면서 지분율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산은의 비토권이 사라지자, GM이 철수할 것이라는 '먹튀' 논란이 일었고, GM과 산은은 '한국지엠 장기 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해 비토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을 15%로 낮췄다.

유럽에서 GM 자사 브랜드 철수와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 매각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으로 다가온다. 2013년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할 때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스파크'·'아베오'·'크루즈'·'말리부'의 유럽 수출이 중지되면서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고용불안을 겪었다.

또한 2015년 11월 산은이 한국지엠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고 나서 곧바로 한국지엠의 생산물량 감축계획이 담긴 보고서가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당시 한국지엠은 "비공식적으로 취득한 자료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이번에 다시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와 자동차업계 일각에선 GM이 한국지엠과 상하이지엠에서 중복되는 사업부문을 통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사무직 희망퇴직이 실시되고, 사측이 엔진 생산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유럽 수출물량 확보방안, 내수시장 증대방안, 신차 개발, 연구개발능력 강화 등 고용과 직결한 회사 발전전망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은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GM에 우선 매수권이 있다. 결국 GM 뜻이 중요하다. 자동차산업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GM 자본 견제를 위해 산은이 비토권을 유지해야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파악된 게 없다. 다만, 오펠 매각으로 당장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GM의 향후 전략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산은 지분 매각의 경우 산은한테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 #쉐보레 #오펠 #한국지엠지부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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