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새로운 봄이 왔다

박근혜 탄핵, 길었던 겨울의 끝

등록 2017.03.11 10:51수정 2017.03.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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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새로운 봄이 왔다. 길었던 10년의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따스한 새로운 봄의 계절이 우리를 찾아왔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판결문이 길었던 겨울의 끝을 알리는 순간 전국은 환호성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불거진 최순실의 국정개입,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촉발되었던 시민들의 분노는 성숙한 시위로 거리를 밝게 빛내었고 마침내 헌재의 판결로 그 끝을 맺었다.

김대중-노무현의 첫 10년간의 진보, 그리고 이명박-박근혜의 10년간의 퇴보.

돌이켜보면 우리민족은 항상 극단적이었다. 해방이후 두갈래로 갈라진 나라의 북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스탈린식 공산주의가 들어섰고 온 천지사방 동구권이 무너진 지금도 수십년을 근근이 이어오며 북한 사람들을 압제하고 억압하며 지내오지만, 남쪽에는 자유와 민주가 극단적으로 발전하며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양적/질적 성장을 달성하였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지난 20년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군사독재의 어두운 시절을 지나 IMF라는 국가부도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 10년의 기간동안 눈부시게 발전하며 실로 놀라운 민주적/경제적 성과를 달성하였다.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흐르고 삶의 질이 논의되던 민주정부 10여년은 바야흐르 대한민국의 역사상 유래없던 발전기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의 10년은 그야말로 반동의 10년이었다.


민주정부 10년간을 배우고 자라온 아이들은 20대서 사회로 나왔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극도로 우경화되고 보수화되고 퇴행되는 나라의 '몰락'이었다. 그건 진짜 몰락이라 칭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지난 10여년간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10년은 대한민국의 부정부패가 일상화되고 사회전반에 패배주의가 야기되었으며 불공정한 특권이 강화되어 사회내에 신뢰받던 최소한의 공정성마저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에 훈련된 시민들은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다. 이명박 정부초기 있었던 광우병 소고기로 인해 촉발되었던 건강주권과 외교주권을 찾고자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촛불혁명을 시작으로 지난 10여년간 시민들은 정권의 불합리한 폭정과 억압에 맞서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지치지 않고 싸워왔었다. 용산참사, 쌍용차, 유성기업, 희망버스 등등등.. 실로 셀 수 없는 탄압과 억압속에서도 시민들은 지치지 않고 싸워왔다.

이 저열한 '퇴행된 정부'에서는 수많은 억울한 죽음과 불이익이 이러한 시민들을 덮쳐왔다.

강정마을의 구상권청구, 밀양의 토지강제수용, 용산참사/쌍용차/유성기업/세월호/백남기 어르신등의 억울한 죽음 등등.. 정말 셀 수 없는 많은 억울함과 죽음이 있었고 희생이 있었다. 심지어 우리는 21세기의 한 복판에서 국정원이 목숨걸고 탈북한 이를 가지고 대공사건을 조작하는 미친 광경마저 목격해야 했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21세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았던 시민들에 대한 불의한 정권의 폭압, 그 불합리함은 시민사회의 동력을 죽였고 민주주의를 압살시켰으며 눈부시게 발전하던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들었다. 사회각계에 패배주의와 염세주의가 팽배하고 수저론으로 대변되는 불공정한 특권에 대한 조소는 우리사회를 비추는 슬픈 자화상이었다. 삼성 재벌의 수익에 희생된 억울한 희생자들에게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화대와 똑같은 500만원만 주어졌다. 우울한 겨울이었고 절망의 나날이었다.

시민이 이겼다.

어둠은 빛을 이길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수 없으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시민들은 이 거대한 절망과 억압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상식, 최소한의 헌법적 가치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 억압과 불의속에 가라앉고 침몰하던 시민들은 선을 넘어선 비선실세의 등장에 결국 폭발하였다. 정권의 악랄하고도 집요한 억압에 움츠러들었던 시민들은 총선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았고 비선실세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정권의 작태에 분노하며 거리로 거리로 나섰다. 한손에는 촛불을 한손에는 피켓을 든 시민들의 열기로 광장의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도 따스하였다.

아, 이 겨울은 참으로 추웠으나 따스했다. 불의에 분노한 시민들이 쏟아져나온 손에 손에 든 촛불은 그야말로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민들의 저항은 불의에 대한 분노였으나 품위가 있었으며 정의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찼으나 절제된 품격이 있었다. 폭력은 사라졌고 불의는 침묵했으며 비폭력 시민혁명의 무수한 별빛은 지상으로 내려와 새로운 내일을 갈망하는 미래로의 불빛을 밝혔다. 그 하나 하나는 작은 촛불이었으나 수백만개가 모인 촛불은 온 광장을 가득 메우며 길었던 암흑의 끝을 알렸다.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10년의 민주정부를 지나 10년의 암흑기를 거친 대한민국은, 이제 주권자 시민의 힘으로 그 길었던 암흑과도 같았던 겨울을 끝냈다. 불의한 권력의 압제자는 시민의 힘으로 탄핵되었으며 결국 그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10년간의 겨울동안 억울하게 죽어갔던 이들과 그 희생은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었다. 겨울 동안 억울하게 죽어가고 스러져가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한과 여기에 분노하고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분노한 시민들의 행동이 길었던 겨울의 끝을 알렸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은 다시 새로운 10년을 마주하고 있다.

이에 위대한 시민들의 힘을 눈앞에서 생생이 목격하고 그 안에 한명이었던 이로서 감히 장담하건데, 각성한 시민들의 이 정의로운 힘이 있다면 다시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국가가 지난 10년간의 절망처럼 어두운 겨울로 들어설 일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정의를 향한 갈망이 어두운 시대의 끝장을 알렸기 때문이다.

지난 추운 겨울동안 거리에서, 전국에서 지치지 않고 촛불을 든 모든 시민혁명의 주역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감히 그 안에 한사람이었고 현장에 같이 있었음을 자랑하며 새로운 내일의 10년을 위해 과거의 적폐를 온전히 청산하고 우리의 이 슬픈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기를 바란다.
#민주주의 #촛불혁명 #세월호 #적페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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