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손길
문성준
3년 전, 304명의 죽음, 304개 우주의 소멸을 함께 경험하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함께 슬퍼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월호입니다'. 이 외침은 안전과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을 고발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제게는 우리 모두가 평생 동안 세월호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고백으로 다가옵니다.
3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제 아들이 이제 변성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라앉는 배 안에서 "엄마, 엄마"를 부르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세월호의 기억은 모습과 계기를 달리하며 평생동안 저의 삶에 스며있을 것만 같습니다.
세월호 3주기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2 :돌아 봄>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걸음을 내디디면 세 번째 걸음, 네 번째 걸음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내딛는 걸음에는 더 넓게 더 깊게 퍼져있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길 것입니다. 언젠가는 이런 평범한 저의 이야기도 <망각과 기억> 연작에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두 번째 걸음에 힘을 실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지금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디어위 활동은 쉬고 있습니다. 멀리서 응원하기 위해 글을 쓰겠다고 했고 그래서 가편집본을 먼저 볼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작년 이맘때 <인양>을 만들었던 박종필 감독은 부모님들이 감시활동을 벌이는 동거차도와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거리인데 그 장면을 한 화면에 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인양> 작업 팀이 동거차도에 가는 날은 늘 안개가 끼어있었거든요. 2편에서 박종필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져 있더군요.
어느 화창한 날 동거차도에서 바라본 바다에서는 손만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세월호 인양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지겹도록 내보내던 침몰장면만 보면 세월호가 망망대해에서 침몰한 것같지만 바로 200미터 앞에 섬이 있었습니다. 해경이 안왔어도 구조헬기가 없었어도 그냥 바다에 뛰어만 들었어도 다 살 수 있었던 겁니다. 동거차도에 처음 온 부모님들이 바다를 보고 통곡하는 이유를, 그 안타까움을 관객들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100일이 훌쩍 넘는 동안 연인원 16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던 그 광장 맨 앞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7시간'은 여전히 밝혀야할 진실로 남아있습니다. '아직까지 세월호냐'는 타박을 견디며 고립된 채로 상처받으면서 유가족들은 긴 시간을 견뎠습니다. 그리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 덕분에 이만큼 왔고 또 세월호의 진실 때문에 지금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늘 세월호 유가족들의 곁을 지키며 1년 동안 기억의 최전선에서 전국을 누벼온 미디어위 감독들의 두 번째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주시고 함께 퍼뜨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7년 4월 5일 자정까지 최소 4160만 원이 모여야만 성사되는 세월호 3주기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2 :돌아 봄> 텀블벅 모금은 현재 44% 정도가 모였습니다.
☞텀블벅 바로가기 :
https://tumblbug.com/416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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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제작공동체 푸른영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 여성, 가난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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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라온 세월호,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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