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의자 24인의 마을주의자들은 하고 싶은 만큼 공동으로 생산해, 필요한만큼 분배받고 싶다.
펄북스
'마을주의자'는 어느 쪽인가, 누구 편인가 졸시 '국가나 마을이란 무엇인가' 전문이다. 마흔에 마을로 하방한 이후, 국민 이전에 마을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고 싶은 심정을 끼적거린 것이다. 정확하게는 이기적인 개인주의자에서 이타적인 공동체주의자로 진보하려는 갈망을 담은 것이다. 마을에서는 때로 무정부주의자나 사회주의자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다.
돌이켜보면 일찍이 정치적, 사회적 각성이 시작된 청소년기부터 국가나 정부, 그리고 학교 같은 공권력과 제도권과는 친하지 않았다. 특히 국가나 정부를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하는 말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편이다. 국가와 정부의 특별한 지원이나 보호도 굳이 기대하지 않는다. "너는 대체 어느 쪽이며 누구 편인가" 묻는 폭력적인 말들에 대해서도 일체의 관심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대답을 강요한다면 좀머씨처럼 "제발 나를 좀 가만 내버려두라"고 대답할 뿐이다.
그렇다고 직업적인 무정부주의자나 반체제 운동가는 아니다. 굳이 성향을 분류하자면 청년기에는 회색분자이거나 자유주의자이거나 아웃사이더 쪽에 가까웠다. 조직적으로 앞장 서 나서거나 떼로 몰려다니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하니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나 계획도 없다. 그러니 국가와 다투기 보다 아예 국가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다만, 그처럼 지난하고 고단했던 40여년의 특별시 난민 생활을 접고 농촌마을로 하방하면서 '주의자'가 되기로 비로소 결심했다. 자유주의자도, 공동체주의자도, 무정부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아닌 그저 '마을주의자'가 되기로.
여기서 '마을주의자'란 귀농인 또는 마을주민이 '마을시민'의 단계를 넘어 2차로 진화한 상태를 의미한다. 1차로 진화한 '마을시민'이란, '왜, 귀농했는지' 이제는 스스로 자각하고 자족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아울러 '뭘 해서 먹고 살지' 농사를 짓든, 농사를 짓지 않든 마을의 주민으로 먹고 살 자신감과 사회적 책무를 깨달은 상태이다.
'마을주의자'는 "왜 도시를 벗어나 귀농을 해야하는지" 남에게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충분히 설명, 설득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만 챙기지않고, 남과 더불어 협동하고 연대할 수 있는 이타적인 몸과 공익적인 마음가짐, 그리고 사회경제적인 마을공동체사업의 계획이 준비된 성숙한 귀농인 또는 마을주민을 말한다.
결국 '마을주의자(Commune-ist)'란 국가와 정부. 자본주의와 정치경제학의 구조악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다. 마을 속으로 뛰어 들어가, 마을사람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생활하며 마을을 먹여살리는 마을기업을 앞장 서 세우고 꾸린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을 일구면서 더불어 함께 사는 게 꿈이다.
머리는 도덕적이고 진보적이며 마음은 정의롭고 양심적이다. 말과 글은 용기있고 지혜로우며 슬기로우면서 행동은 이타적이고 공동체적이다. 곧 세상을 좀 더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바꾸려는 사회혁신적인 인간이다. 이런 인간형을 기존의 무정부주의나 사회주의로 충분히 표현할 길이 없으니 '마을주의'라는 새로운 말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