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지 지질조사 차량 막은 주민들 "사드는 불법"

29일 오전부터 도로 막고 경찰과 대치, 수요집회 열고 "끝까지 막아내자" 결의

등록 2017.03.29 17:46수정 2017.03.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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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지질조사 장비를 실은 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경찰이 주민들을 막고 있다.
2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지질조사 장비를 실은 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경찰이 주민들을 막고 있다. 조정훈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 부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지반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관련 장비를 반입하려다 주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반입하지 못했다.

지질조사 장비를 실은 대형트럭 5대가 29일 오전 8시쯤 롯데골프장 부지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한 주민들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를 점거하고 트럭의 이동을 막았다. 주민들은 당초 사드 장비인 줄 알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부지를 미군에 공여하기 전 환경부가 실시하는 지질조사 차량이라고 밝혔다.

주민 30여 명이 도로를 막자 장비를 실은 트럭은 30여 분간 머물다 철수했다. 하지만 낮 12시 40분쯤 경찰 200여 명이 도로를 통제하면서 트럭이 다시 들어오자 주민들은 다시 도로에 나와 거세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경찰과 1시간가량 대치하며 트럭을 막았다. 이석주 소성리 마을이장은 마이크를 들고 "경찰이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마을 이장으로서 끝까지 이 땅을 지킬 것이다. 경찰은 빨리 물러나라"고 외쳤다.

한 주민은 "막무가내로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는데 화가 나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우리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사드를 절대로 배치할 수 없다. 죽더라도 막아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2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롯데골프장 부지로 지질조사 장비를 실은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도로를 막고 있다.
2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롯데골프장 부지로 지질조사 장비를 실은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도로를 막고 있다. 조정훈

결국 오후 1시 50분쯤 트럭 5대가 롯데골프장 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차를 돌리자 주민들을 막아섰던 경찰도 철수했다. 주민들은 오후 2시부터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성주와 김천 등지에서 온 주민 250여 명은 주민들을 막은 경찰을 비난하고 어떤 장비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낼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또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향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사드를 이런 식으로 강행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방부가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성주군민들은 끝까지 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철회성주투쟁위와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 원불교성주수호비상대책위,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이날 오후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위한 지질조사 장비 등 관련 장비 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천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250여 명의 주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2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천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250여 명의 주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조정훈

이들은 "탄핵당한 정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며 "경찰은 장비 반입을 막으려는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 교도들, 평화활동가들을 집시법 위반 운운하며 해산하라고 겁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방부가 호언장담했던 환경영향평가는 기본 설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평화롭던 이 마을에 갑자기 먼저 들어온 것은 경찰과 군인이며 이들이 해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합의는 한국 정부가 땅과 돈을 대야 하고 미국은 사드를 배치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므로 조약으로 체결되어야 마땅하다"며 사드 배치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편 마을주민들은 집회가 끝난 후에도 트럭이 다시 마을을 지나 롯데골프장 안으로 들어갈 것을 주시하며, 마을회관 앞에 모여 있다. 주민들은 밤을 새우더라도 차량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드 반대 #소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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