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가 된 이주여성들, 편견을 깨다

요리 문화 체험교육, 고려대 인액터스 '다울림' 프로젝트

등록 2017.04.03 16:11수정 2017.04.03 16:1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17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 약 170만 명, 그와 함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증가하는 한국의 다문화가정 수. 한국은 다가올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시행되어 왔던 시혜적, 일방적 다문화 정책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경계와 분리를 더 극명하게 만들 뿐이며, 여러 정책과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의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은 여전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시적인 도움과 동화(同化)의 강요는 더 이상 앞으로의 더 큰 변화에 대응할 다문화 사회 대비책이 될 수 없다. 함께 하는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는 동화 중심의 일방적 정책을 넘어서, 쌍방향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속적인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찾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학생들이 모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여기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공헌 실전경영학회, 인액터스 학생들이 만든 다울림 프로젝트는 함께 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문화 구성원 스스로가 편견과 차별 의식을 깨고 자립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초기 팀원들은 다문화 구성원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진 역량에 집중했다.

모국에서 유치원 강사, 치과 의사 등 경력과 충분한 직업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여성이라는 편견 때문에 원하는 직업을 얻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을 보며 팀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었던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타 문화에 대한 편견과 거리감을 깨지 못하는 수동적, 간접적 다문화 교육의 한계를 발견하고,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다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립 의지가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복지관 등에서 모집해, 아동요리강사 교육, 한국어 교육 등 일정 교육 기간을 거쳐 다문화 요리·문화 체험강사로 양성하여, 유치원, 어린이집 등으로 출강을 나가는 '다울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액터스 학생들과 다울림 강사들이 생각하는 '다문화 수업'은 다문화 구성원이 나와 완전히 다른 존재도, 특별한 존재도 아님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외국에서 온 선생님이 직접 유치원으로 찾아가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요리와 문화체험은 아이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친숙함과 포용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준다.

다울림 프로젝트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문화 요소를 강조한 커리큘럼, 한국 문화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을 강조한 커리큘럼 등 총 45개 요리 수업과 32개의 문화 수업으로 구성했다.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모두를 포용하는 다양성을 익히고 요리 재료를 손질하고, 전통 문화를 만들어보는 등 체험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다.

현재 다울림에는 몽골,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총 네 분의 강사가 함께 하고 있다. 이제 자신 스스로 '아동 요리·문화체험교육 강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 선생님들은 매주 한 번씩 다 같이 모여, 피드백을 하며 수업 컨텐츠를 보완하고, 강사 능력 함양을 위한 한국어 공부를 진행 중이었다. 다울림 강사 분들께 다울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다문화 아동 요리·문화 체험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나타난 변화를 들어보았다.

고려대학교 인액터스 '다울림' 프로젝트 학생들과 다문화 요리?문화 체험교육 강사들 ⓒ 김혜영


- 다울림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혹시 다문화 아동 요리·문화 체험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서드 초롱(몽골 체험교육 강사) : "고려대 학생들이 외국인 여성들에게 아동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되었는데, 자격증을 따고 나니 고려대 학생들이 같이 다문화아동요리 강사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봐서 하게 되었고, 선생님이 될 수 있어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울림 강사를 하면서 거쳐 간 사람들과 소통해서 좋았어요. 일반 가정 주부였으면 못했을 경험들을 해서 너무 좋아요. 유치원 관계자들도 알게 되고, 인액터스 학생들을 만나서 좋아요. 그리고 유치원 아이들이 몽골 쌤 왔다고 해주고, 오래 수업 나간 유치원 아이들은 몽골 집이 무엇일까 물어보면 게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해줘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게 느껴져요."

요나하 이쿠코(일본 체험교육 강사) : "아동요리강사가 하고 싶었어요. 인터넷에 다울림 선생님을 모집하고 있어서 연락해서 신청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수업을 나갈수록 아이들이 다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점점 더 느껴져요. 처음 수업한 애들이랑 졸업하는 애들을 비교하면 다문화에 대해서 친숙하게 느껴지는 모습이 느껴져요. 유치원 선생님이 편식하는 애들도 다울림 수업 하면서 그런 버릇도 고쳤다고 해서 좋았고, 제 발음도 잘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주채홍(중국 체험교육 강사) : "중계복지관에서 한글 공부하다가 다울림 선생님을 모집한다고 들었어요. 그 다음에 면접을 하고나서 교육을 받고 선생님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제가 중국어 지도사, 병원 코디네이터 자격증 따는데 퇴근 시간이 늦어서 아기 때문에 일을 못했어요. 지금은 돈을 벌면서 집안일 다 할 수 있고 아기도 잘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처음엔 한국에 와서 아무 일도 못 하고 우울증 걸렸는데 다울림 쌤들 덕분에 자신감 생기고 아들 앞에서 '엄마가 선생님이다'라고, 한국 엄마들 앞에서도 자신 있게 '나는 외국인지만 나는 다문화 요리강사다, 나는 선생님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원지연(베트남 체험교육 강사) : "다린센터에서 다울림 면접을 했어요. 요리공부 뿐만 아니라 강사 공부하고 나서 자격증 따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아이들한테 제 나라 요리와 문화를 가르쳤는데, 제가 아이 때문에 하루종일 일 못해서 힘들었는데, 이 일은 돈도 벌고 아이랑 시간도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떳떳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다울림 선생님이라는 타이틀로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아이들, 주변인들에게 나를 소개할 만한 게 있어서 좋아요."

인액터스 팀원들은 다울림 강사 분들이 출강을 나갈 수 있도록 스케줄 관리, 영업, 홍보 등 사업 운영의 측면들을 함께 도왔고, 현재는 자립의 의지를 충분히 가지고 계시는 다울림 강사 분들이 스스로 사업을 운영해갈 수 있도록, 앞의 세 가지 부분에서 인수인계를 진행하고 있다. 인액터스 다울림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앞으로의 목표와 방향, 느낀 점을 들어보았다.

- 결혼이주여성들과 다울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또, 인액터스 팀원들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문다은(다울림PM, 고려대 경제학과) : "지금 함께 하고 계시는 결혼이주여성 선생님들이 '아동 요리·문화체험교육 강사'라는 정체성을 가지면서 스스로 자신감과 만족을 느끼시는 게 보여요. 이러한 자립의 경험이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다문화 구성원 스스로의 역량을 살리며 소통할 수 있는 다문화 정책들이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다울림 선생님들이 스스로 사업을 운영해갈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다울림을 학회 내부의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외부로 이식하는 과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다문화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울림 프로젝트의 수업은 실제로 유치원 관계자 분들과 아이들의 태도에서도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다울림' 프로젝트 팀원이 선생님들께 운영 관련 인수 인계를 진행하고 스케줄을 설명하고 있다. ⓒ 김혜영


"아이들이 한국 요리 이외에 다른 나라의 요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 다울림은 그런 기회의 장인 것 같아요."
-종로구 이삭어린이집-

"요리수업을 하실 때 그 나라의 전통의상을 직접 입고 오시기도 하고 아이들이 의상을 입어볼 수도 있어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요."
-강북구 창문유치원-

"문화수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완성된 작품을 미리 준비해주셔서 아이들이 이를 보고 따라할 수도 있고, 이 수업을 듣고 그 나라에 대해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 같아요."
-동대문구 혜화어린이집-

다울림 프로젝트가 말하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 다문화 구성원 스스로의 역량을 살리며, 쌍방향적 소통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다문화 사회가 오길 기대해본다.

+ 다울림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커리큘럼은 다울림 블로그
(http://blog.naver.com/daulimdaulim)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문화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