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희 디자이너
조명희
조명희 디자이너는 알렉산더 맥퀸, 헨릭 빕스코브 등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를 배출한 영국 센트럴세인마틴 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신원, 이신우컬렉션을 거쳐 루이까또즈, 빈치스, 스토리(STOR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한국 핸드백의 창조적인 디자인을 개척해오고 있다.
프리미에르 클라세, 대만 국제엑스포, K팝쿠틔르 조명희핸드백전,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22인전 등의 핸드백전시회를 통해 독창적인 핸드백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12년 문체부 선정 'K패션 한국디자이너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코오롱패션스쿨, 인덕대, 계명대, 동덕여대 등의 강의를 통해 핸드백 디자인 실무를 전수하고 있다.
[인터뷰] (조명희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는 4월 1일 갤러리 로얄에서 진행되었다.)
- 핸드백을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경우가 한국에선 드문 경우인데 외국에선 어떤가요? "외국에서도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종종 볼 수는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나 후세인 살라얀(Hussein Chalayan)은 디자이너이지만 옷으로 아트 전시를 하면서 아트와 디자인으로 경계를 짓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 전시작들의 자개 문양들이 독특하다. 어떤 콘셉트나 구상으로 작업했나요? "근래의 자개 문양은 꽃이나 나비 등 자연을 모방한 것이 많다. 그런데 훨씬 옛날로 가면 기하하적 문양들이 많다. 토기에도 빗살무늬가 있고 선으로 만들어진 문양들이 많다. 어떤 자연물을 (디자인적으로) 돌리면 알 수 없는 기호로 바뀌고 그것들이 기하학적인 문양이 된다. 외국 출장 중에 종이로 된 만화경을 보고 어릴 때 즐겁게 가지고 놀았던 게 생각났다. 그것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더니 새로운 패턴들이 나온 것이다."
- 채화옻칠을 핸드백에 적용했는데 어렵지 않았나요? "채화칠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옻이 옮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작업실에 들어가야 했다. 옻이라는 물체의 특성도 어려웠고 그 작업하는 분들의 고정관념도 어려웠다. 근본적으로 전통하는 분들과 저처럼 전통을 활용해 새로운 걸 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가치관의 차이나 오해들이 힘들었다. 하지만 넘어서야 할 과제다. 우리 당사자들만의 문제를 넘어서 좀더 제도적인 차원의 근본 해결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 한국에서 대형 핸드백 회사 말고 개인의 독립 핸드백 브랜드들의 현황은? "한국에서 개인 브랜드들이 생겨난 게 최근 5년이다. 핸드백 업계가 최근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형식의 아이디어나 유니크한 디자인을 만들지 못하고 그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추종하면서 만들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디자인업계 전반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것이 나오지 못했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디자이너들이 개인독립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힘든 길이지만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용기를 주고 싶다."
- 조명희 디자이너의 독립 브랜드인 스토리(Stori)도 2004년경에 영국에서 시작했다는데 10년 넘었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겠다. "타인의 것을 카피하지 않고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로 성장해오는데 멈췄다 섰다를 반복했다. 그냥 어려움이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고난의 길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개척해오고 있다. 제 스스로가 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앞으로도 더 힘들겠지만요..."
- 조명희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핸드백들이 잘 팔리나요? "잘 팔린다는 것은 잘 팔리는 것과 많이 파는 게 있는데, 제 핸드백들은 잘 팔린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많이 팔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다 개성이 다르다. 많이 팔 생각보다 꾸준히 사랑받고 잘 팔 생각이다."
- 평소의 디자인 철학은? "일단 새로운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박증에 가깝다.. 새로운 것은 날 것이고, 낯설고 무르익지 않아서 생내가 나지만 그것들이 무르익도록 잘 돌보는 게 내 책임이다. 그게 나중엔 브랜드가 될 것이다. 그러려면 (디자인을) 시작할 때 굉장히 깊은 생각이 있어야 한다. 쓰임새는 어떠한지, 소재는 어떻게 사람에게 이로운지, 철학적으로 인간에게 해가 안되는 것인지, 아티(arty)한지, 가치가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또한 옛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아름다운가,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가를 지속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것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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