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서 여기까지 버스가 와, 천지개벽할 일이지"

새만금방조제가 낳은 육지, 야미도와 신시도에 가다

등록 2017.04.07 10:09수정 2017.04.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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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지. 배타고 뭍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해? 요새는 뭍에서 버스타고 집앞까지 와! 새만금 방조제 건설되기 전에는 상상이나 했겠어? 내 어릴적에 어른들이 여기가 앞으로 육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되어버렸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리에서 만난 야미도 사람 정옥순씨(63세)가 "섬이 뭍이되니 좋은게 무엇이냐"고 물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야미도는 군산항에서 배타고 1시간 20분은 가야 했던 섬인데 이제는 자동차로 들어올 수 있는 육지가 되었다. 섬을 육지로 만든 마술을 부린 새만금사업을 칭찬해줘야 할까? 직접 주민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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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도 선착장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 선착장에서 본 새만금방조제와 신시도 ⓒ 김교진


지난 4월 2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전라북도 군산시 앞바다에 있는 고군산군도를 찾았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앞바다에 있는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등 여러 섬을 말한다. 예로부터 풍경이 아름답고 물고기가 많이 잡혀서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렸던 곳이다. 그러나 새만금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물속 환경이 바뀌어 물고기 잡이가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어민들은 식당을 차리거나 민박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섬이 육지가 된 야미도

군산시 비응항에서 바다 위로 쭉 뻗어있는 방조제를 달려서 첫 번째로 마주하는 섬이 야미도이다. 야미도에 들어가니 횟집 간판을 단 새 건물들이 여러 채 보이고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길게 서있었다. 야미도는 한적한 어촌마을에서 새만금 관광일번지가 되었다. 방조제가 놓이기 전에 야미도는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관광객들은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경치 좋은 선유도로 갔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객이 차를 타고 야미도에 와서 유람선을 타고 선유도를 둘러볼 수 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은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해안도로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어느 낚시꾼의 망태기 안에는 복어 한 마리가 배를 뒤집고 누워있었다. 조사단은 해안도로에 있는 작은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주인은 30대 후반의 젊은 남자였다. 조사단 세 명은 캔 커피 하나씩 사서 마시며 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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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도 석수미니마트 야미도 해안도로에 있는 석수미니마트. ⓒ 김교진


야미도가 고향이라는 젊은 사장은 야미도가 육지에 연결 되고나니 좋은 것이 많겠다는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육지가 되었다고 좋은 것만 있겠어요?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이 있지요. 교통이 편리해지고 관광객 상대로 장사할 수 있지만 불편한 것도 있어요. 관광객과 낚시꾼이 많아지니 쓰레기가 많아졌어요. 쓰레기를 여기저기 버려서 문제예요. 이 예쁜 섬에 쓰레기 버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주민들이 쓰레기를 치우기는 하지만 갯바위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면 찾기도 쉽지 않고 치우기도 힘들다고 한다. 조용한 섬마을에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나타나는 문제가 소음과 쓰레기이다.

조사단은 야미도 선착장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걸었다. 길가에는 신시도초등학교 야미분교가 있다. 전교생이 세 명인 아주 작은 학교 야미분교이다. 더 걸어가서 마을 끝에 있는 어느 작은 집 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이 분이 야미도 부녀회장 정옥순씨이다. 정씨에게서 야미도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야미도는 원래 옛날에는 밤나무가 많아 밤섬이라고 불렀다가 일제 때 야미도로 부르게 되었데요. 나는 야미도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동네 총각과 결혼해서 눌러 살게 된 게 아니라 내 남편이 여기로 장가들어서 살게 된 것이지. 내 남편이 전라남도 사람인데 멸치 잡으러 여기 왔다가 나를 보고 반해서 나를 꼬셨지. 결혼하고 남편도 여기 눌러 살아서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야미도에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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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창고 야미도에서 멸치를 보관하던 창고 ⓒ 김교진


멸치 잡으러 왔다가 섬마을 처녀에게 반해서 야미도에 눌러 살게 된 정씨의 남편은 작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방조제가 막히기 전 야미도에는 멸치가 많이 잡혔다. 멸치가 많이 잡혀 이를 말리느라고 마당에 널어놓는 것도 부족해서 지붕 위에서도 말려야 했다고 정씨는 회상했다. 집 앞 창고가 멸치를 보관하던 창고인데,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가고 있다.

바다가 방조제로 막히니까 물고기를 잡을 수 없어서 야미도 주민 가운데 관광객 상대로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마을 입구에서 임시로 비닐하우스 안에서 장사를 했는데 공유지를 불법으로 점유했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예전에 어업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생활비로 써버린 상태다.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사람도 있다. 현재 야미도 원주민들은 60여 세대가 남아있다.

정씨는 야미도가 육지와 연결되어 변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육지가 되니 전기가 들어왔어요. 예전에도 야미도에 자가 발전시설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 육지에서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어요. 그리고 군산시에서 여기까지 버스가 다녀. 예전에 육지에 가려면 한 시간 넘게 배타고 나가야 했어요. 천지가 개벽할 일이지."

배타고 멀리 다녀야 했던 길을 이제는 버스를 타고 다니니 세상 참 좋아졌다. 비록 어업은 못하더라도 섬을 찾는 관광객 상대로 마을 사람들은 식당을 열던가 가게를 할 수는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방조제가 막히면서 달리 할 것이 없는 다른 지역 어민에 비해서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평생 물고기만 잡던 어민들이 도시인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방조제 안쪽에 있는 어민이나 바깥에 있는 어민이나 전라도 말대로 '폭폭한' 삶을 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최치원의 전설이 깃든 신시도

야미도를 떠나 신시도에 들어섰다. 신시도도 섬의 끝이 새만금방조제에 닿아서 육지와 연결되었다. 신시도는 고군산군도에서 제일 큰 섬이다. 신시도는 군산과 부안을 잇는 새만금방조제의 가운데에 있다. 신시도는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이 은둔한 섬이라고 알려져 있다.

신시도 어촌체험안내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신시도를 걸었다. 섬을 한바퀴 다 걸으려면 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신시도초등학교와 마을 안을 짧게 걷기로 했다. 신시도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여덟 명인 작은 학교이다. 작은 학교이지만 예쁘다. 학교 벽에는 고전만화인 인어공주에서부터 현대물인 뽀로로까지 만화주인공 그림을 그려 놨다. 병설유치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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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 신시도 선착장모습 ⓒ 김교진


마을 골목에 들어서니 어촌마을을 느낄 수 있었다. 벽에 그림이 그려진 집이 보였다. 집집마다 동백꽃이 피어있었다. 길 고양이도 지나가다가 멈춰서 동백꽃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이다. 문이 열린 목련꽃이 피어있는 집에 들어갔다. '계십니까?'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은 외출하셨나보다. 이 집에는 빗물을 모으는 물 창고를 볼 수 있었다. 마을 가운데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공동우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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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고양이 고양이와 동백꽃 ⓒ 김교진


바닷길을 따라가니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는 무녀도를 지나 선유도까지 이어주는 길이다. 거대한 다리 밑에서 다리를 올려다보았다. 다리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휘어졌다. 다리 아래에선 주민들이 조개를 캐고 있었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으나 바쁘다며 리어카를 끌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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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어민 신시도 어민들이 바지락 잡이를 끝내고 집으로 가고 있다. ⓒ 김교진


신시도에서 차를 타고 대교를 건너 무녀도로 들어가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차가 많았다. 이 다리를 건너 계속가면 선유도까지 갈 수 있지만 아직 무녀도- 선유도 구간은 공사가 진행 중이라 외부인은 무녀도입구까지만 갈 수 있다. 무녀도 입구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과 자전거 대여소도 있었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려 선유도까지 갈 수 있다. 선유도까지 다리가 완공되면 많은 차들이 들어갈 텐데 이 많은 사람들을 작은 섬에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다.

쓰레기 문제로 골치 앓는 고군산군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벌써부터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2016년에 고군산군도를 찾은 관광객만 100만이 넘었다. 1년에 고군산군도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1000톤인데 여기보다 더 넓고 인구 많은 지역인 군산, 김제, 부안 해안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2000톤이라고 한다. 군산시는 선유도까지 다리가 놓이면 청소차가 들어갈 수 있어서 매일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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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대교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대교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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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쥐똥섬 무녀도 주차장앞에서 본 쥐똥섬. 물이 빠지면 걸어서 쥐똥섬까지 갈 수 있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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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대란 무녀대교 끝에서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일요일에는 차를 댈 곳을 찾기 힘들다 ⓒ 김교진


아름다운 고군산군도를 지키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너도 나도 차를 끌고 작은 섬에 들어가기 보다는 무녀도에서 선유도까지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섬 관광은 편리하고 빠르게 하지 말고 느리고 불편하지만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두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원래 섬은 느리게 사는 지혜가 있는 곳이다.

오후 늦게 신시도를 빠져나와 군산시내로 가느라고 새만금방조제 위를 차로 달렸다. 직선으로 곧게 뚫린 방조제 위를 어떤 차들은 굉음을 내며 경주하듯 달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차를 길가에 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새만금방조제가 어민들의 피눈물로 세워진 곳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 지금도 새만금지역 어민들은 멀리서 방조제를 보면서 한숨짓고 남몰래 눈물 흘린다고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만금방조제의 육중한 수문이 상시 개방되면 바닷물이 들어와서 잠든 갯벌을 깨우고 사라졌던 갯벌 생명이 돌아와서 어민들의 눈에서 눈물이 그칠 것이다.
#새만금방조제 #신시도 #야미도 #무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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