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임원 인척이 주민대표? 의혹의 청송 풍력사업

[청송이 답했다 ③] 베일에 싸인 주민대표 선정 과정...청송군 "문제 없다"

등록 2017.04.16 21:36수정 2017.04.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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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소 건설 절차 지자체의 영향력이 막대한 풍력발전
풍력발전소 건설 절차지자체의 영향력이 막대한 풍력발전김민정

풍력발전사업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산업부의 허가에서 각종 평가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사업이 전면적으로 철회되거나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남 장성군은 주민 반대를 이유로 태청산 풍력발전단지사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도 했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좋은 정책이라도 군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군민 편에 서서 신중하게 재검토하는 것이 맞다"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자치단체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사업 과정에서 높은 청렴성을 보여야 한다.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는 만큼 비리나 공무원 결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 풍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6년에는 포항 풍력발전소 유치를 위한 계측기 설치에서 금품 비리 논란이 있었고 올해 2월 제주 어음풍력은 각종 비리를 이유로 사업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전 청송군 건설과장이 퇴직 후 풍력 회사 기술이사로 재취업?

취재결과 경북 청송군 면봉산 일대 풍력발전사업과 관련, 논란이 될 만한 정황들이 발견됐다. 2015년까지 청송군에서 안전재난건설과장(지방직 4급)으로 재직했던 L씨가 명예퇴직 1개월 만에 '청송면봉산풍력'의 기술이사로 취업한 것이다.

4급 공무원이 퇴직 후 직무 연관성이 있는 기업으로 취업할 때는 지자체가 해당 도청에 보고해야 한다. 청송군은 L씨가 재직했던 안전재난건설과가 풍력발전사업의 주무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L씨도 기자에게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풍력과 관련된 업무를 한 번도 맡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직자윤리법 17조 2항에 따르면 '인허가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나 '생산방식·규격·경리 등에 대한 검사·감사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에 한해서 취업제한을 받는다. 청송군의 주장대로 L씨의 재취업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L씨의 재취업이 법으로 규정된 업무 관련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업무 관련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풍력은 여러 부서가 관여하는 매우 큰 사업이기 때문이다.


청송군 관계자는 "주무부서는 새마을도시과지만 여러 부서에 업무가 분담된다"고 말했다. 전기·재해예방 등의 전문적인 분야는 협업을 하는데 L씨가 있었던 안전재난건설과는 사전재해 예방 업무를 맡았다. L씨가 재직시절 맡았던 업무는 직간접적으로 풍력 사업 인·허가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개최 서류에 명시되어있는 L 씨 현재 L씨는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개최 서류에 명시되어있는 L 씨현재 L씨는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

직접적으로 풍력 업무를 맡은 정황도 드러났다. L씨는 풍력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풍력 사업에 대하여 전반적인 검토를 하는 협의회였다.

2013년 5월 16일에 청송군에서 개최한 회의 위원으로 선정된 기록도 있다. 기자가 L씨에게 협의회 기록에 대해 알려주자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청송군은 "당시 회의에 L씨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회사에 토목 분야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 채용했다. 다른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북도청 감사실은 L씨의 이직에 의문을 표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자세한 것은 알아봐야 하지만 정황상으로 직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송군청에서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L씨의 이직이 '지방버전의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2만여 명 밖에 살지 않는 시골에서 40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한 정도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중앙부처의 4급 공무원은 그리 높은 직위가 아니지만 군 단위 행정조직에서는 군수 다음가는 위치에 있다. 현동면 주민 남규찬(43)씨는 "L씨 정도면 청송군에서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회사에서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고 취직을 시켰을까"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주민 대표는 회사 기획실장의 처남... 청송군 "뭐가 문제?"

주민대표와 관련해서도 논란이다. 2016년 2월 11일 청송군은 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개최했다. 풍력 사업을 시행에 관련한 환경, 안전 등에 관련한 전반적인 심의를 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협의회 위원 중 주민대표인 김아무개씨는 (주)청송면봉산풍력 기획실장의 처남이었다. 회사 관계자의 친인척이 주민대표로 나온 셈이다.

풍력회사 기술실장의 처남인 김씨가 주민대표로 회의에 참여한 기록 청송군과 풍력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풍력회사 기술실장의 처남인 김씨가 주민대표로 회의에 참여한 기록청송군과 풍력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위원장은 사업지역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를 선정해야 한다. 논란이 된 회의의 경우 청송군 도시경관과에서 주민대표를 뽑았다. 당시 풍력 사업 추진과 관련해 청송군 내에서 주민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났던 만큼 신중을 기해 주민대표를 선정해야 했다.

청송군은 "정확히 언제 선정되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김씨가 풍력발전소 진입로 예정부지에 땅이 가장 많이 편입될 사람이었고 인근 마을 청년회장이기에 선정을 했다"며 "기획실장의 처남이라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에는 풍력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청송 풍력 사업이 논란이 커질지 몰랐다. 김씨의 선정도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도 "어떤 경위로 선정되었는지 기억 안 나"

하지만 2016년 2월 전부터 청송 인근의 영양군과 울산 등 여러 지역에서 풍력 반대시위가 꾸준히 있어왔다. 풍력발전소가 혐오시설이라는 논란이 계속 존재해왔다. 하지만 청송군은 군 내에서 반대가 없었기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대표가 회사 직원이랑 친척인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해 김씨는 "회의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내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행사인 (주)청송면봉산풍력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주민대표라 칭했을 뿐이고, 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도 선정 경위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풍력회사에 배송된 우편물을 대리수령한 김씨 풍력회사에 배송된 우편물을 대리수령한 김씨
풍력회사에 배송된 우편물을 대리수령한 김씨풍력회사에 배송된 우편물을 대리수령한 김씨면봉산대책위

문제는 김씨와 친인척 관계였던 기획실장이 단순한 임직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2월 본사를 청송읍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기획실장의 자택을 본사로 등록하기까지 했다. 회사측은 "풍력사업을 오래전부터 진행해왔고 업무상 편의를 위해 본사를 기획실장 집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또한, 기획실장과 김씨의 관계를 부인했다. 두 사람이 과거 처남과 매부 관계였던 것은 맞지만, 몇 년 전 이혼한 후론 남과 다름없는 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송군 주민들로 구성된 '면봉산 풍력단지 반대대책위'(면봉산대책위)의 주장은 달랐다. 면봉산대책위 측 주민들이 2016년 11월 25일 (주)청송면봉산풍력에 등기 우편을 보냈다. 기획실장의 집으로 배송된 이 우편물을 수령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김씨였다. 그는 대리수령을 하면서 관계란에 회사 동료라 기재했다.

회사 측의 주장대로라면 남과 다름없는, 오히려 불편한 사이인 사람이 우편물을 대신 받아줬다는 것이다. 회사 동료라는 신분을 밝히고 말이다. 직원의 친인척이자 주민대표가 풍력 회사의 우편물을 대리수령 해준 셈이다. 김씨는 여기에 대해 "우편물을 대신 받아준 적은 있다. 하지만 기획실장과 불편한 사이라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청송군도 이런 사실을 알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우편물을 대신 받아줄 만큼 관계가 있다고 문제는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물론 주민대표를 회사 직원의 친척이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법에 규정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청송군의 입장에 주민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청송군 현동면 주민 남상관(농업, 54)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다가 아니다. 상식적으로 허용이 안 되는 일이다. 김씨가 대표로 선정되고 나서 주민들 사이에서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풍력회사에 편입되는 김씨의 땅 풍력회사에 편입되는 김씨의 땅
풍력회사에 편입되는 김씨의 땅풍력회사에 편입되는 김씨의 땅청송군청

익명을 요구한 성재리 주민 A씨는 김씨와 회사가 긴밀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와 같은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A씨는 "김씨는 풍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이다. 면봉산대책위가 설치한 플래카드를 찢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변전소 부지 땅을 많이 가지고 있어 풍력발전기가 들어선다면 돈을 꽤 벌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와 기술실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불편한) 가정사가 있다고 하지만 옆에서 봤을 때는 잘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마을의 동네 주민 B씨 또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김씨는 예전부터 풍력사업을 찬성했던 사람이다. 진입로 입구와 변전소 부지 등 편입될 땅이 상당히 있어 보상을 많이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민 대표 김씨 소유 땅 풍력단지 편입 예정

여기에 대하여 김씨는 "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와 마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수년 전부터 풍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 사람이다. 모든 활동은 자발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플래카드에 찢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면봉산대책위가 설치한 현수막이 불법인 거 같아 한 개 정도 떼기는 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씨가 소유한 토지 중 일부는 풍력 발전단지에 편입될 예정이다. 풍력발전이 들어선다면 금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청송군 계획시설 사업 실시계획 인가 고시'에 따르면 김씨가 소유한 토지 1168㎡가 풍력발전단지 건립으로 사용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주민대표였던 것이다.

토지 편입과 관련해서 김씨는 "진입로나 변전소 부지 1만5000평 중 내 땅이 편입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난 보상금을 얼마 받는지도 모르고,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업에 직접 경제적 관계가 있고, 사업 주체와 친인척인 사람이 주민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청송군청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고, "땅이 편입되는 것이 금전적인 이득이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 김씨는 "풍력단지 조성은 긍정적"이라 말했다. 또한, '주민 등에 대한 의견수렴계획'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회의에서 주민대표가 가지는 역할은 매우 크다. 특히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일수록 사업의 예상 문제점을 자치단체와 사업자 측에 전달하고, 공정한 사업 진행이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사람이 주민대표다. 주민들 사이에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기도 한다.

청송 풍력 사업에 관한 주민대표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주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뽑혀야 했다. 하지만 청송군 관계자는 "여러 의혹들은 이제 와서 밝혀진 결과론적인 것이다. 당시 상황으로는 김씨가 주민대표인 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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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송 풍력발전소의 과정과 문제를 분석한 '청송이 답했다'의 세 번째 기사입니다. 시리즈로 4편까지 연재됩니다.
#풍력발전 #청송 면봉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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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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