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에겐 '장미'가 징크스(jinx)였다.
어린 시절 장미 줄기를 만지다가 가시에 찔려 고생한 경험이 있는 릴케는 평생 장미를 멀리하려 했다. 하지만, 릴케는 결국 장미 가시에 찔린 상처가 아물지 않아 사망한다. 공식적인 사망원인은 백혈병.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문학적 성취를 이룬 릴케도 운명처럼 다가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불길한 징조의 물건이나 사람' 혹은, '어쩔 수 없는 악운'을 의미하는 징크스. 징크스는 단지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우연이 만든 해프닝일까. 아니면 어느 정도의 불가피한 속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해석은 분분하지만 징크스는 오랜 세월 인간사 도처에서 시시때때로 생겨났다.
장미꽃 흐드러질 시기에 치러지기에 많은 이들이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5월 9일 대통령선거가 목전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최고의 정치이벤트'라 불러도 좋을 대선이 가까워오면 호사가들은 말이 많아진다. "이번 선거에서도 징크스가 이어질까? 아니면 깨어질까?"라는 이야기도 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 중 하나다.
징크스가 비단 정치계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사람살이가 있는 곳이라면, 행운과 행복을 바라는 인간들이 사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건 징크스 역시 존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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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한국 정치계의 '징크스'를 표로 정리했다. ⓒ 경북매일 자료
징크스를 통해 본 대선... 유권자 관심과 능동적 참여로
징크스는 단순히 부정적이고 불길한 의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왜냐? 불길함과 악운을 피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징크스가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로 존재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건 없다. 육상이나 야구 같은 스포츠 기록처럼 정치판의 징크스 역시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문제는 징크스를 깨기 위한 정치인들의 노력에 국민 다수를 위한 공익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일 뿐.
이번 19대 대선과 관련해 1987년 대선을 기점으로 30년을 이어져 온 징크스들을 정리해 봤다. 위의 <표>에서 보듯, 그저 웃어넘길 사소한 우연의 일치로 보이는 것(안경 징크스)이 있는가 하면, 복잡다단한 정치공학적 의미를 함축한 경우(충북 징크스)도 보인다.
징크스로 보는 대선 관전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가십거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도,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여론을 호도하자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이은 파면과 구속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고,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최대의 풍랑을 만나 난파 위기를 맞았다. 이런 국가적 변혁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후보자들을 보다 상세히 뜯어보자는 의도를 담아 징크스를 통해 대선을 관찰해 본 것이다.
정책을 통한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정쟁이 혼란을 부르는 지금의 상황.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절대 권력은 절대 타락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두렵고도 해묵은 한국 정치계의 가장 큰 징크스다. 바로 이 징크스가 이번 장미 대선을 통해 깨지기를 국민 모두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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