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지난 3월 26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고 한주호 준위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형사고발"을 운운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인 황씨와 박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관련 글까지 삭제하면서 사건은 '가짜뉴스'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황씨와 작은아버지인 박아무개씨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가짜뉴스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고 박OO 상사의 작은아버지 박아무개씨.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 할머니 둘이 나 밀쳤어, 넘어질 뻔(했어)"라는 글을 남긴 박씨의 부친이자 황씨의 매제이다. 박씨는 지난 3월 26일 딸, 딸의 남자친구와 함께 대전현충원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았다.
박씨는 "제복을 입은 현충원 직원이 먼저 'VIP 오시니까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라며 "거북하지 않게 얘기했지만 유가족들에게 비켜 달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기분이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들이 뭔데 유가족에게 비켜 달라고 하나? 이것은 남의 상가집에 와서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는 것이나 같다"라고 꼬집었다.
"현충원 직원이 '묘역을 비켜 달라'고 했나? 아니면 '묘역을 나가 달라'고 했나?"라는 기자의 확인 질문에 황씨는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현충원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떼던데 대전쪽에서 온 기자들도 몇 명 있었고, 참배하러 온 다른 유가족들도 있었으니까 내가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 분들을 통해 나중에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씨는 "(현충원 직원이 가고) 이번에는 국민의당 관계자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VIP 안철수 의원이 오시니까 묘역을 비워 달라'고 했다"라며 "이들이 주위를 정리하고, 사람들도 정리하는 등 설레발을 쳤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사람들은 '묘역에서 나가 달라'고 얘기했나, 아니면 '묘역을 비워 달라'고 얘기했나?"라는 기자의 확인 질문에 "내가 듣기로는 'VIP가 오니까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라고 답변했다.
박씨는 "그 묘역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 나가고 없었다"라며 "(현충원이나 국민의당쪽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안 들었으면 유가족들이 그렇게 빠져 나가겠나? 유가족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또한 박씨는 국민의당 의원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자신의 딸을 밀쳤다는 논란과 관련해 "사촌형제들끼리 박OO 상사 묘비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딸이 다시 묘역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국민의당 소속) 여성 의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딸을 밀친 뒤에 한마디 말도 없이, 늦었다는 듯이 안 의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세게 밀쳤든 살짝 밀쳤든 부딪치고 했으면 한마디 해야 하는데 그냥 쓱 지나가더라"라며 "딸이 밀침을 당하는 끝부분이 핸드폰에 찍혀 있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공손하게 얘기했든 안 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자기 이미지를 위해 현충원에 와서 참배하는 유가족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충원에 와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유가족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안 후보에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 후보가 국민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기적", "가식적" 등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하며 당시 상황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초 공개 황◯◯] "천안함 유가족 전화번호도 몰랐나?"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을 처음 알렸던 황아무개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댓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씨는 "지난주 일요일(4월 9일) 새벽 4시, 5시쯤에 조카가 울면서 나에게 전화했다"라며 "내가 쓴 페이스북 글이 기사로 나오면서 자기 이름과 학교는 물론이고 남자 친구와 내 신상까지 털렸다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황씨는 "내가 쓴 페이스북이 팩트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악의없이 신상을 공개한 경우도 있었지만 나도 많이 놀랐다"라며 "조카가 울면서 얘기해왔고,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도 신상이 털릴 것 같아 페이스북 글을 지울 수밖에 없었고, 페이스북 계정도 비활성화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황씨는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4월 9일) 국민의당에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얘기했다, 거기서 완전히 뚜껑이 열렸다"라며 "나도 기분이 굉장히 나빴고, 매제도 격앙됐다, 조카도 말할 것 없었다"라고 전했다.
황씨는 "실명이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어느 천안함 희생자 가족인지를 다 알 수 있었고, 게다가 박OO 상사 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유족회 회장을 지냈지 않나?"라며 "전화번호를 확인해서 사실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후보에게 무조건 불리하니까 먼저 상대방을 매도해버렸다"라고 비판했다.
황씨는 "(내가 올린 글이 가짜뉴스라면) 국민의당이 형사고발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그런데 안 하는 걸 보면 국민의당이 자신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현충원] "연락처 확보 못해"-"그날 근무한 직원 없었다"김철근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페이스북에 그것을 게재한 분들을 추적했는데 계정이 폐쇄되어서 연락처를 확보할 수 없었다"라며 "저희가 직접 통화해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유가족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실확인에 나서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김 대변인은 "그날 오후 4시, 4시 반, 5시에 각각 안희정 후보, 안철수 후보, 문재인 후보가 현충원 묘역에 왔다"라며 "그때 영상을 보면 안 대표가 왔을 때는 사람들(유가족)이 다 주변에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대전현충원의 한 관계자도 "그날 안 후보가 갑자기 현충원에 왔다"라며 "사전에 미리 연락하고 오면 일부 직원들도 참배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겠지만 그날(3월 26일은 일요일)은 (관사에서 생활 중인) 현충원장님만 계시고 근무한 직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이라면) 당직 근무자라도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직 근무자는 있었지만 사무실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가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날(3월 26일)은 천안함 희생자 7주기였다.
[대선기획취재팀]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33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공유하기
"안철수쪽 사람들이 와서 묘역 비워 달라 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