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엔 동전에 있는 절을 찾아가다

교토 남쪽 우지 뵤도인 절을 찾아서

등록 2017.04.27 09:39수정 2017.04.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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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교토 남쪽 우지에 있는 뵤도인 절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1053년 간파구 후지와라(関白藤原頼通)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별장을 봉황당이라는 이름으로 절을 지었습니다. 말 그대로 봉황 새를 본떠서 집을 지었습니다.

뵤도인 절 봉황당 앞 모습과 안에 모셔진 아미타여래 좌상입니다. ⓒ 박현국


봉황은 상상의 새입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새를 섬겼습니다. 새는 사람이 갖지 못한 날개를 지니고 하늘 높이 날아다닙니다. 그래서 새는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저세상으로 안내하는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겼습니다.


후지화라는 봉황당을 지어 그 안에 아미타여래좌상을 안치했습니다. 아미타여래는 사람이 죽을 때 가까이 내려와서 영혼을 저세상으로 안내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후지와라는 봉황당 절을 지어서 자신의 영혼도 그렇게 저세상으로 가기를 원했는지 모릅니다.

봉황당 앞에는 아미타여래 불상이 답답하지 않도록 구멍을 뚫어서 아미타여래 불상이 밖에서 보이도록 했습니다. 반대로 집 안에 있는 아미타여래 불상이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봉황당 절 앞에는 시가현 비와코 호수에서 흘려내려오는 우지가와 강이 있습니다.

뵤도인 절 봉황당 용마루 양끝에 장식된 봉황상과 박물관에 보관된 봉황상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뵤도인 절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봉황 새입니다. ⓒ 박현국


오래 전 봉황당 절이 처음 지어졌을 때 집 안에 있던 아미타여래는 하염없이 흐르는 우지가와 강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둘레에 나무가 자라고, 강이 좁아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봉황당 절 앞에 연못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처음 절이 지어졌을 때는 우지가와 강물이 이곳에 들어왔다가 다시 강으로 흘러갔을 것입니다.

봉황당 절 안에는 아미타여래뿐만 아니라 벽에는 나무로 새겨서 만들어 놓은 운중공양보살상(木造雲中供養菩薩像)이 있습니다. 이 보살상들은 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스님 모습이나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물건을 들고 있거나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들입니다. 머리에는 후광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벽에 새겨진 악사들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보살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지금은 대부분 색이 바래서 잘 보이지 않지만 처음 지어졌을 때는 화려한 금빛과 여러 가지 화려한 색깔들로 마치 이상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입니다.


운중공양보살상(雲中供養菩薩像) 가운데 화상으로 복원된 악사와 박물관에 전시 중인 화만을 가지고 있는 보살 모습입니다. ⓒ 박현국


오래 전 불교를 믿던 정치가들은 불교의 이상세계를 그리워하면서 화려한 절을 지었습니다. 당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과 자금을 동원하여 열정을 바쳤습니다. 세월이 지나 이제 오래되어서 옛 영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불교 유적지를 보호하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생각이나 열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뵤도인 절 모습은 일본 10엔 동전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새를 본떠서 지은 건물의 개성적인 모습이나 불교 아미타여래좌상이 지닌 인간의 희망, 즉 죽은 다음 사람의 영혼을 저 세상으로 안내해 줄것이라는 믿음이나 바람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뵤도인 절 박물관에는 여신상도 모셔져 있었습니다. 절에 무슨 여신상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여신은 누구나 섬기는 신입니다. 어머니의 품과 같이 자애롭고 따뜻하고, 생명을 낳는 생산의 신이기 때문입니다.

뵤도인 절에서 슈인(朱印) 글씨를 쓰는 모습과 박물관에 전시된 여신상입니다. 불교 절에서 여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뵤도인 절, http://www.byodoin.or.jp/, 2017.4.25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나라선 전철을 타고 우지역에서 내려 걸어갈 수 있습니다. 게이한전철우지선 우지역에서도 걸어서 갈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뵤도인 절 #교토 우지 #여신상 #아미타여래좌상 #봉황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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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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