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016년 8월... 이재용 운명 가를 날짜

[8차 공판] '최순실 언제 알았냐' 두고 특검-변호인 팽팽하게 맞서

등록 2017.04.27 18:39수정 2017.04.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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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2015년 7월이냐, 2016년 8월이냐.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시점'이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8차 공판에서도 양쪽은 두 시기를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2015년 7월과 2016년 8월 중 언제를 기준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존재를 알았느냐가 이 사건 유무죄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삼성 뇌물사건 유무죄는 어디에서 갈릴까).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8월 말에야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 승마선수의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4년 9월 15일 첫 독대 때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올림픽에 대비해달라"던 박 전 대통령 부탁이 정 선수를 가리키는지 몰랐다고 한다. 또 이후 진행상황은 미래전략실에서 관리했고, 따로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정 선수 훈련비·재단출연금 명목으로 뇌물 298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근거다.

반면 특검은 그가 첫 독대부터 최씨 모녀 존재를 알았고, 2015년 7월은 이 사건의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본다. 그달 25일 단독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이 제대로 지원 안 한다'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고, 그때부터 삼성그룹이 바쁘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날 특검은 그 증거로 또 다른 피고인,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의 문자메시지를 추가로 제시했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장으로 취임, 삼성의 정유라 선수 승마훈련 지원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왜 프랑크푸르트에 가려했나

법정 출석하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공동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법정 출석하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공동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특검 조사 때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독대 이틀 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회의를 열어 올림픽 준비상황을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세 사람이 이날 정유라 선수 지원문제를 논의했고, 이후 박 전 사장 등이 긴박하게 움직였다며 그가 2015년 7월 24일 오후 7시 31분 자신의 비서에게 보낸 문자를 언급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항공편을 알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그는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터라 7월 26일~8월 6일 동안 영국과 동남아에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독일 일정이 더해졌다. 박 전 사장은 전날 승마협회 김종찬 전무에게 최순실씨 측근, 박원오씨 연락처를 물어보기도 했다. 당시 박씨는 정유라 선수 독일 체류를 현지에서 도와줬다. 특검은 그가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머물렀다며 박 전 사장은 정 선수 문제를 논의하려고 프랑크푸르트행 항공편을 알아봤다고 했다.


박 전 사장은 7월 26일 이영국 당시 상무에게 '박원오씨에게 체류하는 곳으로 간다고 하고, 마장시설, 정유연(정유라의 바뀐 이름)이 훈련도 보고...'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특검은 이 내용 역시 삼성이 처음부터 최씨 모녀 존재를 알았고, 그들을 지원하려 움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 이 상황들을 종합해볼 때 '7월 27일 출국 직전 이재용 부회장 등과 회의하며 승마협회 임원 교체만 논의했다'는 박 전 사장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 부회장은 큰 타격을 입는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최씨 모녀 지원을,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협조를 원했다는 '합의'가 성립한다. 재판부의 판단은 자연스레 유죄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이 제3자 뇌물죄 혐의 구성요건, '묵시적 청탁'과 이어지므로 이 부회장의 죗값은 더욱 무거워진다.


이미 묵시적 청탁을 인정해온 대법원이 27일 이 사건과 닮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제3자 뇌물죄사건의 유죄를 확정했다는 점도 이 부회장에게는 부담이다. 대법원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은 정 전 총장이 아들의 요트회사가 후원금을 받는 방식으로 STX에게서 뇌물을 수뢰했다는 혐의(제3자 뇌물죄)를 두고 "정 전 총장과 STX 그룹 사이에 암묵적인 양해가 있어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재용은 끝까지 몰랐다'는 변호인

이재용·삼성 재판 직접 등판하는 특검팀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용·삼성 재판 직접 등판하는 특검팀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은 2016년 8월에서야 진상을 파악했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박 전 사장의 프랑크푸르트행은 그가 아시아승마협회장선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박씨는 승마협회 유력자"라며 "박 전 사장은 출국한 김에 그를 만나 도움을 받고자 했다"고 했다. 이어 "특검이 선거를 별 것 아니라고 취급하는데, 박 전 사장은 나름 의미를 갖고 추진했다"며 "이때만 해도 올림픽은 상당히 먼 일이라 선거에 더 신경 썼다"고 했다.

이들은 박 전 사장의 '정유연이도 보고...'란 문자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7월 23일 이 부회장의 지적에 박 전 사장이 올림픽 지원책을 마련하고자 박씨와 접촉하며 그가 정유라 선수 후견인임을 알게 됐다는 얘기였다. 변호인단은 "최순실씨 영향력을 알고 잡은 일정이 아니라 당연히 7월 27일 회의 때 보고할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마다 최씨 모녀와 그의 전 남편 정윤회씨 존재를 파악한 시기는 다르지만, 이 부회장은 끝까지 몰랐다고 거듭 강조했다(관련 기사 : 총대 멘 최지성 "이재용, 내가 등 떠민 것 같다").

한편 재판부는 28일까지 피고인들이 동의한 진술조서 등의 서증조사를 마친 뒤 5월부터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유죄가 의심스러운 증거들은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추측과 논리적 비약이 가득하다"던 변호인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결정적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와 관련 증인 신문 과정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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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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