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7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 덕진구 전북대학교 앞에서 열린 전북 국민 승리 유세 및 전북 발대식에 참석하자, 정동영 공동 선대위원장이 안 후보를 안아주며 반기고 있다.
유성호
지난 4월 28일 전주 종합운동장. 이곳 주차장에서 작은 규모의 먹거리 축제가 벌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60대 이상 장년층들이 차츰 몰리기 시작했다. 각종 먹을거리에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즐기던 이들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이번 대선 관련 질문을 던졌다. 60대와 70대로 구성된 8명의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안철수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안철수는 때가 덜 탔다"라면서 "문재인이가 다른 정치인들이랑 뭐 다를 것이 있어?"라고 되물었다.
이들 중 조장연(70대)씨는 지난 15대 대선 당시 DJ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도 나섰었다고 밝혔다. 이어 16대 대선 때도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적극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앞으로 당분간 민주당을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찍어줘서 호남이 변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문 후보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주에서 노인들 대부분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어르신들도 "저 말이 맞다"며 동조했다.
한때 논란을 빚었던 호남 홀대론에 따른 반 문재인 정서는 그나마 누그러진 듯 보였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장년층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수성가'와 '성공한 기업가', '순수함' 이 3가지 키워드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장년층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반면 문 후보에 대해서는 '낡은 정치인', '안보 불안'이라는 표현이 매번 따라붙었다. 또 호남 홀대론에 대한 악감정도 조금 '줄었을' 뿐 없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선거 때 알맹이만 쏙 빼먹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더러 있었는데 그 감정이 꽤 격해 보였다.
중앙시장 입구(완산구 태평3길) 근방의 한 철물점에서 만난 4명의 어르신들도 이 같이 말했다. 임삼이(66)씨는 "박근혜가 나라를 말아먹어서 새로운 정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문재인씨는 새 정치를 하기에는 좀 낡은 정치인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씨가 그래도 젊으니까 낫지 않을까 싶다"라며 "토론은 좀 못해도 사람이 순수해 보였다"고 전했다.
"문재인씨도 똑똑하고 사람은 좋아 보이는디, 하는 모습 보면 여태껏 나왔던 정치인들과 같아. 홍준표가 북한이 어쩌고, 안보가 어쩌고 할 때 왜 똑바로 말을 못해. 능글능글 피해가려고만 하더만? 여태껏 낡은 정치인들 죄다 그래왔잖여. 글고 이제 양보해야지, 또 하겠다고 나오면 어쩐데. 안철수씨는 똑똑하잖여. 그 양반이 말을 좀 못하긴 해도 순수해서 그렇지 능력은 있잖여. 자수성가해서 기업 사장도 되고, 돈도 많이 벌고? 글고 이제 젊은 사람이 새롭게 대통령 해서 나라 바꿔야지,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라고 잘 했나? 나라 말아 먹었잖여. 문재인씨가 노무현 대통령 때 비서실장 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처럼 한다고 어째 보장한대? 또 이제 대통령 후보 됐으니까 여기도 오는 거제, 언제 한 번 우리 챙겨주기나 했어?" 덕진동에 위치한 한 노인정에서도 안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만난 어르신들과 이유는 대개 비슷했으며, 문 후보에 대한 의견으로는 "당선되면 떡고물 받아먹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들 문제 터진 거 보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떠올랐다" "여태까지 잘한 게 뭐가 있냐"는 정도였다.
전주에서 만난 장년층 대부분은 이처럼 안 후보에 대한 지지성향이 짙었다. 국민의당의 "바닥 민심은 안철수"라는 외침이 허튼소리만은 아니라고 느낀 대목이다. 물론 문 후보를 지지하는 장년층도 없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그래도 호남은 민주당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밖에는 문 후보의 정치 경험에 따른 노련함, 이질감 드는 안 후보의 엘리트적 이미지, 시국 특성상 다수당의 집권 필요성, '될 사람 뽑는다' 등의 이유가 거론됐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해준 장년층 다수가 입을 모아 말했던 내용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샤이 안철수'가 생각보다 많다는 이야기였다. 이들은 "여론조사가 언제 제대로 맞춘 적이 있었느냐"면서 "문 후보 지지자들 목소리가 워낙에 커서 안 후보 지지자들은 조용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는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시골 지역 노인들은 주로 안 후보를 좋아한다"라며 "전북은 시골이 많아서 안 후보가 적지 않은 표를 가져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전주의 20대 "문재인 꼰대 같지 않아서"... "안철수는 청년과 멀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