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정은 5월이 두렵다

유치원, 학교, 어린이집 첫째 주 줄줄이 재량휴업...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

등록 2017.05.02 11:04수정 2017.05.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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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보> ⓒ 장선애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데 워킹맘(일하는 엄마)들에게는 지옥의 달이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내 한 초등학교 학부모 이아무개씨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씨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징검다리 휴일이 있는 5월 첫째주 평일인 1, 2, 4일을 학교장 재량휴업으로 정해 단기방학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씨 부부의 직장은 평일 근무를 계속해 아이는 학교 휴업일 사흘동안 혼자 지내야 할 형편이다.

이 학교 뿐만 아니다. 교육 및 보육기관들의 휴업으로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의 유아와 어린이들이 사실상 방치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업일에 따라 연휴기간이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9일까지 다르기는 하지만, 이 같은 일은 군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징검다리 휴일을 연휴로 하기 위한 이유도 다양하다.

한 사립유치원은 8일을 '교육자의 날'로 임의지정해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평일 상시보육을 해야하는 어린이집들도 1일 근로자의 날에 휴업에 들어간다. "수요조사를 통해 당직교사를 두도록 했다"는 게 관리감독기관인 예산군의 설명이지만, 부모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어린이집 부모들은 "말이 수요조사지, 한 두명만 신청했다거나 당직을 서려는 선생님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보내겠냐" "가정통신문에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하지 않으면 벌금이 200만 원'이라고 써있어서 너무 부담스러웠다"며 하소연했다.

학교 및 유치원을 총괄하는 예산교육지원청 역시 "'재량휴업일 중 돌봄교실 운영협조'에 관한 공문을 보냈으며, 사전 수요조사에 따라 돌봄교실을 운영한다"고만 밝혔다.

예산교육지원청이 파악한 재량휴업일 중 돌봄교실 운영 현황은 예산군군내 24개교 가운데 10개 학교가 '수요없음으로 (돌봄교실을) 미운영'한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더 많고, 농촌은 농번기까지 시작됐는데 수요가 없다면 왜 그런지 살펴봐야 한다" "차량운행도 급식제공도 안하고 오전시간에만 운영하기도 하는데 그게 무슨 돌봄교실이냐?" "직장이 학교 옆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후 애매한 시간에 아이를 또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 수도 없다. 맘이 놓이지 않지만, 아이에게 그냥 집에서 혼자 있으라고 했다" "1, 2, 4일 사흘이나 쉬면서 돌봄교실 신청통신문은 연휴 사흘 전인 26일 오후에서야 받았다. 돌봄을 할 의지가 있기는 한거냐"는 등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실제로 예산교육지원청은 각 학교들의 5월 휴업일이 언제인지에 대한 기본 현황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았으며, 재량휴업을 최소화해 달라는 권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이 좋지 않다보니 유치원과 학교들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가족과의 여행, 친척집 방문 등 다양한 가정체험학습을 통해 가족의 중요함, 효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라거나 '단기방학 중 다양한 체험학습을 안내 한다'면서 외지에서 열리는 축제일정을 안내하고 있다. 이에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현실도, 학부모 마음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느냐"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맡기는 처지라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많다. 매년 5월만 되면 나오는 얘긴데 왜 달라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군에서도, 정부에서도 출산율을 높인다고 하니 어이없고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학교 휴업 #징검다리 휴일 #단기방학 #가정이달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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