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대형참사와 같은 비극적 사건은 정파, 종교, 지역, 인종 등 인간의 부분적인 정체성을 넘어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1980년 광주의 비극,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준 이유가 바로 인류 보편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우 세력들은 이러한 대형참사에 책임질 일이 발생하면, 반성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려고 한다. 물론 이들이 비극에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감성을 갖고 있었다면 애초부터 문제를 이렇게 악화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극우 세력은 보편적 성격을 갖는 사건의 본질을 특수화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정파, 종교, 지역 등 부분적인 정체성을 자극하여 사람들이 해당 사건을 인식하는 과정을 교란시킨다. 이것이 성공하게 되면 보편적 성격을 갖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호소력이 약화된다.
이것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극우 세력들의 대응 방식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극우 세력들은 세월호 관련해서 가짜뉴스까지 동원하면서 음해하였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보수/진보, 정권지지/반대 프레임으로 전환하도록 하여 사건이 갖는 보편적 속성을 약화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정치권의 어떤 검은 음모가 개입되어 있다는 식으로까지 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파적 입장에 따라서 판단을 강요하는 방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것은 매우 자극적이고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마타도어는 민감한 상황에서는 더욱 빠르게 유포된다. 그래서 SBS 보도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1980년, 김대중에게도 그랬다세월호 사건과 문재인을 부정적으로 엮은 이번 파장을 보면서 필자는 1988년 노재봉의 발언이 떠올랐다. 1988년 6월 2일 민정당 의원세미나에서 노재봉 서울대 교수가 초청강연을 하였다. 강연 후에 노재봉 교수는 당시 중대 현안이었던 광주민중항쟁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 때 노재봉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광주사태는 80년에 김대중씨가 조직에서 소외돼 당권을 잡을 수 없자 외곽을 때리기 위해 노련한 정치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당시 노재봉 교수의 이 주장은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 주장은 요즘 말로 하면 전형적인 가짜뉴스다. 노재봉 교수의 주장은 광주 민중항쟁의 역사적 성격을 폄훼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 김대중의 정략적 음모와 결부시킨 것이다. 지금도 이 주장은 극우세력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큰 파문을 초래했다.
특히 이 주장은 광주민중항쟁과 김대중을 동시에 타겟으로 한다. 이를 통해 광주민주항쟁의 보편적 성격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또한 김대중이 비극적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김대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번 SBS보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공중파 방송이 기본 논리도 엉성한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여 이와 같은 파문을 초래한 것 자체가 충격이다. 극우 세력들의 정치적 음모론이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는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검은 음모설을 제기하게 되면 정파적 논리에 의해서 세월호 문제에 대한 시각에 교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민감한 대선 국면에서는 그와 같은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문재인 후보에 대한 매우 부당한 공격이다. 이것은 문재인 후보의 영혼을 부정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등 여러 현안은 결국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와 같은 마타도어는 정치적 접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포하게 되어 문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인양'이라는 단어는 잊혀진 채 세월호와 문재인 관련 부정적 공세는 여러 변형을 거치면서 마구 마구 확장될 것이다. 이것은 광주민중항쟁과 김대중의 경우에서도 그랬다.
이렇게 되면 이 사건의 보편적 속성은 계속해서 약화되고 정파적 입장에 따른 특수화 현상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역사적 참사를 보편적인 시각으로 기억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필자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파악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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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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