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북콘서트를 다녀왔다. 그런데 조계종에서 열렸다. 행사장에서 사회노동위원회라는 이름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여러 방면으로 파보니 예전부터 한국사회의 여러 약자들과 연대해오던 조계종 부문위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김민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2주기 시즌에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다시 봄이 올 거에요> 북 콘서트였는데요, 이 책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세월호 생존학생들과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참사 이후 발간되었던 다른 세월호 관련 도서들이 많았어서 제가 주목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 북콘서트는 조계사에서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세월호 관련 행사를 조계종이?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답은 이 행사를 주최한 조계종의 부문위원회인 '사회노동위원회'라는 이름에서 찾았습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목포신항에서 아홉명의 미수습자를 기다린다대한불교조계종은 2012년 한국사회의 노동현안에 대해 대처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를 만들고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해왔습니다. 2015년 그 이름이 '사회노동위원회' (아래 사노위)로 바뀌면서 연대의 대상을 노동, 인권, 빈곤 여성 등 차별과 소외를 겪고 있는 영역을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사노위는 차별받고 배제되는 사회 곳곳의 약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등과 함께 혐오발언을 조장하고 차별을 이야기하는 대선 주자들의 언행에 항의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추모하며 국가폭력을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노위의 이름을 다시 접하고 가슴이 따뜻해진 건 목포신항에도 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양이 완료된 이후 4월 5일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작업이 한창일 무렵 사노위는 임시법당을 설치하고 미수습자 온전수습을 위한 발원기도를 진행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혐오 조장은 종교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사실 저는 불자가 아닙니다. 절에도 거의 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북 콘서트에 공간을 내준 조계종 덕분에 이들이 단순히 개인적 수양에만 집중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사회에서 억압받는 이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공존을 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부처님은 약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하셨을 겁니다.
최근 기독교계 일부 단체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종교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도 되냐고. 하지만 저는 그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정치적 의견을 표출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을 지우지 못하는 것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발언을 서슴없이 일삼는 후보에게 지지를 표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성경 구절 하나 인용해가면서 동성애자 차별은 정당하다는 그들의 말은 얼마나 공허한가요? 예수도 약자를 보듬는 삶을 살았고 그러다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예수와 부처가 혐오가 횡행하고 있는 2017년의 한국 사회를 보면 실망했을 거라고요. 이웃을 사랑하고 차별하지 말라는 그들의 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오늘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조계사에서 봉축 법요식이 열렸다고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싸우시는 분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단체의 활동가, 세월호 유가족 등을 초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놀랍지만 이것이 2017년의 종교가 취해야 할 행동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국가가 저버린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종교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에 숟가락을 올려서는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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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아닌 내가 '부처님오신날'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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